
지난 9일 영화 ‘화장’이 비로소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베니스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극찬을 받으며 거장 임권택과 안성기의 재회에 영화계의 시선이 쏠린 바 있다.
이날 배우 안성기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그간의 연기 인생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촬영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개봉하니 촬영 당시 오 상무 캐릭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그때의 힘든 기억이 떠올랐다”며 “마침내 개봉되니 반갑고 기왕이면 조금 더 사랑받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 ‘화장’을 선택한 데에는 자신의 취미가 한몫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래 단편소설을 많이 읽는다. 국내 단편소설들은 영화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단편의 구성은 짧지만 엑기스가 모여 있는 이야기들이다. 거기서 대사 등이 재미있다”며 “공부를 위해서라도 단편을 많이 읽는데 특히 이상문학상 전집은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년 전 김훈의 ‘화장’을 보고 영화화하면 참 매력적이겠구나 생각했다. 생각과 나이대도 비슷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우연히 제작에 연이 돼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독 멜로물을 피했던 안성기였지만 시나리오의 매력 때문일까 과감히 베드신을 소화해냈을 정도다.
안성기는 “멜로드라마의 소프트한 것은 안 해본 것 같아요. 친구 딸과 사랑을 즐기는 그런 영화도 있었지만 예전에 ‘피아노 치는 대통령’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면서 “이번 작품은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와는 좀 다르다. 감정들에 힘이 들어가서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갈등하면서 감정들이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는 잘 못할 것 같다”며 여전히 멜로물은 어렵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늘 연기를 위한 열정 덕분인지 국민배우라는 호칭에도 감사함을 담았다. 안성기는 “국민배우라는 호칭에 예전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배우로 불리는 만큼 실망 시키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며 “꼼짝없이 잘 살아야 된다는 것도 있지만 내가 더 적극적으로 잘 살려고 했다. 나를 위해서 잘 살면 보기도 좋은 것 아닌가. 후배들에게도 계속 연기활동을 하면 이 나이 때도 가능하다는 용기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신조다.
더욱이 그는 “지금은 조연도 하고 작은 역할도 하는데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존재감”이라며 “아무리 큰 역을 맡아도 비중을 좌우하지 않는다. 배우라면 존재감에 대해 깊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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