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움츠리는 기업들
‘성완종 리스트’에 움츠리는 기업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4-20 10:28
  • 승인 2015.04.20 10:28
  • 호수 109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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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 튈까 ‘불안’ vs 칼끝 무뎌질 것 ‘기대’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기업 사정수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몸을 바짝 낮추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으며,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재계는 검찰 수사 향배에 따라 다른 기업으로 불길이 옮아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악어와 악어새 관계 재계-기업인, 정경유착 수사 확대될까
 안 했다고 하기엔 너무 공공연한 사실…‘쉬쉬’ 가능성 높아


검찰 수사는 성완종 전 회장 사망 직후 나온 리스트에 언급된 8명이 실제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수수를 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사가 주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도 바짝 긴장한다. 정치자금 수사의 경우 타 기업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고 서로 신뢰관계에서 이뤄진 일이다”는 취지의 말을 했듯 기업인과 정치인의 검은 돈 거래는 관행처럼 여겼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사의 향방에 따라 제2의 경남기업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이목을 끈다. 이를 의식하듯 재계 한 관계자는 “성완종게이트가 대기업 전반의 정경유착 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정수사가 본격화 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갈수록 수사 범위만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사정국면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성 전 회장의 수사가 처음에는 자원외교 비리 수사로 시작했다가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별건수사로 진행된 점도 기업 입장에선 불편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기업이 없는 데다 저인망식 수사는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최근 검찰 움직임이 ‘이명박 정부’ 당시 지원외교 비리와 관련한 수사로 확대되는 듯 비춰졌지만 결국엔 현 정부의 수사로 이어졌고 현 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만큼 서로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재계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경우 수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업부분들까지 타격을 받을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대외협력부서가 검찰과 국회 주변에서 귀를 쫑긋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 주변에서 만난 한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예전에 검찰 동향만 파악했다면 이젠 조그마한 재계 수사소식까지 귀 기울이고 있다”며 “검찰 내 경쟁의식이 오히려 기업을 더 옥죄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제2의 경남기업 나올까

검찰의 칼끝을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은 현재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업체들이다. 경남기업 외에 포스코와 일광, 두산, 동국제강, SK건설 등 10곳에 육박하는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하지만 지금 같은 전방위 사정이 길어지면 다른 기업들까지 정부와 사정 당국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움츠러들게 되며 피로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성 전 회장의 사망이 사정 정국의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 대상에 오르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치권과 정부의 사정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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