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세계 34] “관피아 세력 해부”
[국회 보좌진 세계 34] “관피아 세력 해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4-20 10:21
  • 승인 2015.04.20 10:21
  • 호수 1094
  • 4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년 국정감사때 낙하산 인사는 단골
- 국장급 이상 퇴직 산하기관 장, 감사,협회장등 싹쓸이


최근 ‘관피아’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관피아(官+fia)’는 관료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는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에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요직을 독식하는 사회적 폐해를 지적하는데 언급되는 신조어다. 외부기관에 재취업한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전관예우 등 온갖 혜택을 받는 실태를 빗댄 표현이다. 그동안 각종 고시와 비고시 출신 구분없이 고위 공직자들은 퇴직후에도 산하기관이나 관련 협회와 단체의 요직을 싹쓸이 하다시피 해왔다.

퇴직 후에도 철밥통을 이어가는 ‘관피아’의 실상이 마치 마피아와 흡사하다고 비쳐진 것이다.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근거지로 하는 강력한 범죄 조직을 말한다. 공직사회는 제 식구들끼리 똘똘 뭉쳐 있다. 같은 부처 위주로, 때로는 고시 기수중심으로 유대감이 단단하다. 특정학맥, 특정지역으로는 더 강하다. 힘있는 부처일수록 더 끈끈하다. 이를 배경으로 산하기관의 인사독식이 더 심하다. ‘관피아‘라는 용어는 이제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각 부처의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실태를 분석한 자료는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 출자회사, 협회, 유관기관마다 본부 및 상급기관 출신 임직원 현황」을 자료로 요청해 인사장악 실태를 분석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후보 선거캠프나 비선라인에서 활동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논공행상(論功行賞)식으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기타 단체 등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내는 것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주제다.

‘모피아, 가장 막강세력

‘관피아’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에는 주로 ‘모피아’로만 통했다. 모피아는 Monetary(재정)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지금의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 중심으로 금융기관 요직을 독식해 붙여진 말이다. 관피아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세력이다. 금융기관들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기업들의 돈줄을 쥐고 있던 이재국이 있던 재무부 시절 ‘모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고시 기수와 선·후배들로 뭉쳐진 그들은 마치 마피아 같은 세력을 형성한 것이다.

또한, ‘모피아’로 불리는 기회재정부 이외에도 대부분의 부처마다 제 식구 감싸기와 단합이 대단하다.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농림수산식품부, 교육부, 외교부, 문화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산하기관들의 인사에 눈독을 드린다. 이들 행정부처 출신들을 일컬어 ‘관피아’라고 총칭하고 있지만, 공공기관들도 이에 못지 않는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임직원은 재직 당시 억대 연봉에 온갖 혜택을 누리고 퇴직 이후에는 퇴직자 단체에 가입하거나 관련기업에 재취업해 영광을 누린다. 감사원, 언론, 국회에서 수없이 지적해 왔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우리사회에서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지칭해 ‘철밥통’이라고 비판한다.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갑’의 위치에 있고, 퇴직 후에도 산하기관에 재취업을 한다.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 개업시에는 전관예우 혜택도 본다. 또한 공무원 못지 않게 마치 철옹성과도 같은 기득권을 지키고 있는 곳이 공공기관이다. 직원들은 고용이 안정되고, 급여와 각종 후생복리제도가 잘돼 있다. 공무원들보다 훨씬 많은 고액연봉을 받는다. 그런 기득권을 누리다가 퇴직 후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퇴직자 단체, 이권사업 진출

행정부처는 물론 공공기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퇴직자 단체를 설립·운영중이다. 단순한 친목모임 성격도 있으나 직무연관성 사업에 관여하는 퇴직자 단체들도 있다. 특히 국세청의 ‘세우회, 관세청의 ’관우회‘ 철도청의 ’홍익회‘ 등 상당수 단체가 논란이 돼 왔다. 근무했던 기관의 직무와 연관되거나 특혜 소지가 다분한 사업에 관여함으로써 비판이 거세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퇴직자들이 사단법인 ‘도성회‘를 설립해 출자회사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에 진출해 있다. 퇴직자만이 아닌 현직 직원들도 회원으로 가입했다 뒤늦게 국정감사에서 적발되었다.

대표적인 ‘관피아’ 세력인 ‘모피아’ 이외에도 그 사례를 보면, ‘해피아(해경, 해양수산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른바 ‘해피아’로 불리는 해양분야 마피아 세력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그 폐해를 확인했다. 이 밖에도 세피아(세금과 마피아의 합성어), 소피아(소방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원피아, 핵피아(원자력발전소 관련 관료, 한국수력원자력과 마피아의 합성어), 교피아(교육 마피아)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원전납품비리에서 원전마피아, 일명 ‘원피아’ 실체도 드러났다. 우리 사회 곳곳에 관피아 세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일명 땅콩회항 사태를 일으켰던 대한항공 회항사건 이후 ‘칼피아’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칼피아는 대한항공(KAL, KE) 출신인사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대한항공 출신인사들이 국토교통부에 재취업해 유착이 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항공보안과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국토부와 항공업계의 유착이 드러난 것이다. 이 밖에도 비슷한 개념으로 언론 마피아를 ‘언피아, 법조계 마피아는 ’법피아‘로 별칭된다. 관피아에 빗대 해당분야마다 "-피아"라는 접미사가 유행처럼 붙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피아 척결, 법 개정 절실’

우리나라는 기수 문화가 강하다. “고시 몇 기냐, 해병대 몇 기냐, 몇 학번이냐”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늘 따라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처 선배들이 산하기관이나 협회에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나가 있다면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다. 먼저 직장을 나간 선배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부처 후배들을 상대로 각종 로비를 한다. 행정부처에 남아있는 현직들은 퇴직 이후를 대비해 바깥에 있는 고시선배들이나 직장 상사였던 선배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거나 상급자로 모셨던 선배들이 있는 기관에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산하기관의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관행처럼 국장급 이상으로 퇴직하면 산하기관의 기관장, 감사, 임원, 협회장, 상근 부회장 등 간부직은 싹쓸이했다. 퇴직 이후에도 자리를 보장하고 보살펴 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가 퇴직한 뒤에 재취업을 할 경우에 제한을 둔다. 유사업무일 경우에는 재취업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도 많고 가능해도 기한 제한을 두고 있다. 위반할 경우에는 징역형도 선고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폐해가 심각한 관피아 세력의 척결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 역할은 국회의 몫이다.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