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대구·경북은 역대 정권의 산실이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재 박근혜 대통령까지 11명의 대통령 가운데 5명(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이 TK가 고향이거나 대구에서 성장(전두환)했다.
그러나 지금은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
대구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치권의 블루칩으로 떠올라 있지만 차기 보다는 차차기 주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경북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현역 국회의원이지만 ‘정치인’ 보다는 ‘관료’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권력 공백상태를 우려하는 TK 정치인들이 다시 똘똘 뭉칠 기세다. 1차 계기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였다. 친박계가 다수인 TK 국회의원들은 당시 친박계 후보로 나선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비박계로 돌아선 데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PK의 리더라는 심리적 거부감도 작용했다.
TK 결집의 2차 계기는 2월의 원내대표 경선이었다. 당시 비박계인 유승민 원내대표에 맞서 친박계 대표로 이주영 의원이 나섰으나 TK 국회의원들은 ‘계파’ 보다는 ‘지역’을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 새로운 TK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 때 대구 출신 일부 의원들은 유승민 캠프이 참모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선 전략을 짜고, 다른 지역의 동료 의원들을 각자 나눠 맡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구·경북이 고향이면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까지 이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최근 들어 TK 의원들의 비밀 회동도 잦아졌다. 대구시당이나 경북도당 모임 차원이 아니라 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계파 결성 전 단계의 모임이 자주 열리고 있다.
TK지역의 한 언론인은 “사실 유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 등에서 보이고 있는 ‘좌 클릭’ 행보는 보수의 본향인 대구·경북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지역에 워낙 인물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유승민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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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