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후예들…미완 사건을 해결하다

탐정산업이 뜬다. 경찰과 검찰이 해결하지 못한 미완 사건을 탐정이 해결한다.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던 탐정의 세계가 국내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탐정업무를 ‘민간조사’(PI)로 칭한다. 민간조사원은 보험사기를 비롯해 교통사고, 금융사고, 사이버범죄, 산업스파이 사건 등 범죄 현장에서 검·경 못지않은 전문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탐정산업이 뜨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미완의 사건을 해결하는 민간조사업무에 대해 알아본다.
어둠이 묻은 도심 뒷골목. 한 대의 마차가 달려와 어느 건물에 선다.
망토차림에 지팡이를 들고 중절모를 눌러 쓴 남자가 마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간다. 음침한 건물 안에선 사이비종교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재단 위에 미녀가 누워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교주가 칼을 들어 여자의 심장을 향한다. 위기의 순간이다. 이때 나타난 남자가 일순간 교주를 제압하고 여자를 구한다.
최근 개봉되고 있는 영화 <셜록 홈즈>의 프롤로그이다. 영화는 사이비종교 의식의 제물로 바쳐진 5명의 미녀에 살인을 예고하는 9개의 단서를 갖고 셜록 홈즈의 수사가 시작된다. 천재적인 추리 능력과 무술 실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를 막는 것으로 영화의 막은 내린다.
<셜록 홈즈>가 고전적인 탐정의 세계를 그렸다면, 현대의 탐정은 어떤가.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경찰과 검찰의 수사 미흡으로 놓친 미완의 사건을 수사한다. 이는 살인사건에서부터 보험사기, 교통사고, 산업스파이, 지적재산권침해 사건 등 각종 사건을 첨단 수사기법을 통해 해결한다.
‘한국민간조사협회’(유우종 회장·국제사법연대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경성대, 대구대, 한세대 등에 민간조사(PI)과정을 통해 한국의 탐정을 양성하고 있다.
유 회장은 “민간조사원은 철저한 교육과 실습을 통해 양성된다. 형사법에서부터 민사법까지 법에 대한 지식에서부터 수사학까지 모든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철저한 교육을 통해 양성된 민간조사원은 의뢰인이 맡긴 사건을 냉철하고 정확한 추리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교육은 철저하다. 매주 토요일 6시간 씩 2개월 과정으로 유 위원장을 비롯해 각 분야 최고의 범죄학 박사 10명이 수업을 이끌고 있다. 범죄 심리학, 사이버 범죄, 지적 재산권 등 필기 수업은 물론 지문 수사, 협박 및 가짜 서류 수사 같은 실기 수업이 병행된다. 특히 현직 경찰은 물론 기업의 법무팀에서도 이 수업을 받기 위해 오고 있다.
민간조사원이 해결한 사건은 많다.
유 위원장은 “문서 사기로 인해 재산을 탕진한 사례가 많다. 이 때 민간조사원은 전문적인 수사기법을 통해 지문 수색을 한다. 가령, 아세톤과 리히드린을 섞은 용액에 문서를 담가 다리미로 다리면 지문이 드러난다. 이런 일들을 통해 수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이번 18대에는 민간조사법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이 제정되면 한국도 탐정산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는 지난 16대부터 국회에 사립 탐정 관련 법안 상정을 요구했다. 국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법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그리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려 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
실제 민간조사업무를 빙자한 무허가 업체가 난립해 사생활 침해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립탐정에 대한 법규가 없는 일본도 사생활 침해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탐정들은 대부분 개인 사생활을 추적하는 게 업무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져 가정파탄이 난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탐정산업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유 회장은 “미국을 비롯해 호주와 독일에서는 허가받은 사립 탐정들이 많다. 특히 이들은 일반 증인들이 갖는 한계를 보완해, 전문적으로 정확한 증거를 확보해 경찰에서 놓친 미완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쳐 사건을 해결하는 예가 많다”면서 “국내에도 본격도입하게 되면 경찰의 파일 속에 묻힌 미완의 사건들이 해결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억울한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진사회이다”라고 말했다.
“미완의 사건 민간조사원이 해결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다. 증거와 법리 해석에 문외한인 일반인이 검찰과 경찰에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법은 멀기만 하다. 그런 이들을 위해 민간조사원이 필요하다. 민간조사원은 변호사처럼 법리 해석을 도움을 주는 한편, 경찰처럼 초등 수사를 통해 철저한 증거를 찾아내 의뢰인이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종자 수색부터 대기업의 기밀 유출자 색출까지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민간조사원들의 사건파일은 수두룩하다. 향후 한국에서 펼쳐지게 될 ‘제2의 셜록 홈즈’들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국제사법연대 한국위원장 선임된 유우종 회장
“해외 억울한 재외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하겠다”
-민간조사를 시행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OECD가입국 중 유일하게 이 민간조사 제도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민간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재판 시 증거가 편파적이지 않고, 보다 사실에 입각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민간조사 전문인이 그 역할을 역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단에 주요 역할이 무엇인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수많은 노동자가 해외에 보내졌다. 외화는 획득했지만 그곳에 남은 분들은 사법 비무장 지대에서 온갖 고생을 겪었다. 만약 우리 정부에서 발 빠르게 그들을 도울 국제사법단체를 만들었다면 억울하게 피해를 본 동포들의 사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사법연대가 향후 추진하는 사업은?.
▲우선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큰 행사를 자주 가질 계획이다. 미국에서 연중 2회 정도 행사를 여는데 영사관, 대사관을 통해 한인들에게 공문을 보내 더 많은 교포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그 진정성을 더해갈 예정이다. 또한, 우리 일의 핵심은 각종 포럼을 통해 개진할 예정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sun.co.kr
김수정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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