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가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 인사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메모지에서 발견된 8명의 여권인사뿐만 아니라 야권 중진급 인사들도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 근간은 지역이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성 전 회장으로선 학연보다는 지연으로 인맥쌓기에 나섰고 그 수단은 단연 ‘돈’이었다.특히 본인이 직접 만든 충청지역 유지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을 비롯해 충청 출신 정관계 모임인 ‘백소회’까지 넘나들며 전방위 로비와 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의 핵으로 부상한 충청 포럼과 백소회 그리고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되는 야권 인사들을 알아봤다.
- 여권 8명에 野 중진 대거 포함 누가 거론되나
- “충청도에서 성완종 돈 못 받으면 핫바지”

결국 성 전 회장이 성공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연이었고 돈과 권력이었다. 이에 성 전 회장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을 전전하며 금뱃지를 달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당선됐다. 물론 성 전 회장이 국회에 입성하기전 지역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2년 한국청년회의소 충남지구 회장직이었다. 그때 나이 서른 한 살 때다.
정치권 줄대기 ‘저수지’
이때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성 전 회장은 1991년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스스로 이사장을 맡았다. 또한 2000년에는 충청포럼을 만들어 충청도 출신 유력인사들과 교류했다. 당시 “충청도에서 성완종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과 함께 “충청도에서 성완종의 돈을 못받으면 ‘핫바지’다”라는 말도 지역정가에 퍼지기 시작했다. 성 전회장의 이런 노력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이 모두 지역을 바탕으로 인맥을 쌓은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충청포럼에는 정·관계 전·현직 인사들이 줄잡아 100명이 넘고 회원수도 3500명에 이르고 있다. 모두 충청도에서는 ‘방귀 좀 뀐다’는 인사들은 다 있는 셈이다. 특히 현역 여야 국회의원 중 충청포럼에 이름을 올리면서 친밀하게 지낸 인사들만 봐도 20~30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서는 6선의 이인제 최고위원, 3선 의원에 해양수산부 장관과 충북도지사를 지낸 정우택 의원, 충남 부지사 출신으로 재선의 이명수 의원과 초선의 김동완, 김태흠 의원, 대전 시장 출신 박성효 전 의원, 이노근 의원 등이 충청포럼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4선에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 의원과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3선에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최고위원과 양승조 전 사무총장, 박완주 원내대변인 등이 충청포럼에 적을 두고 크고 작은 모임에 참석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또 충청도 출신인사들로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급 인사들로 구성된 ‘백소회’(백제의 미소)도 성 전 회장이 공을 들인 모임이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 따르면 2012년 6월15일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이 당선을 축하하는 ‘백소회’ 조찬모임에 참석했다. 백소회는 1992년 충청권 인사들의 친목단체로 출발해 11대 의원을 지낸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이 총무를 맡아 운영되고 있다.
여야 정계인사들 뿐만 아니라 재계와 언론계 등 충청권 인사 1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이 모임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운찬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회원으론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해 강창희 전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이인제, 홍문표, 김용태, 노철래, 이명수 의원 등과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권선택, 양승조, 박수현, 이상민 의원 등 여야의 충청권 인사들이 총망라됐다. 눈에 띄는 인사로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있고 반 총장 역시 새해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인연이 깊다. 이 총리를 비롯해 측근인 최민호 총리 비서실장 등도 이 모임에서 활동했다.
충청포럼과 백소회를 통해 충청권 유력한 인사들과 각별한 사이를 유지한 성 전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으로 당선되면서 지역을 넘어 정계 인맥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물론 이번 ‘메모’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그 연결고리는 돈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나 홍문종 전 사무총장, 김기춘, 허태열 전직 비서실장의 경우 정계에 진출하면서 쌓은 대표적인 인맥인 셈이다.
검찰수사, 여당 8인에 야당 8인 균형?
결국 검찰 역시 성 전회장의 전방위 로비가 이런 충청권 모임을 통해 이뤄진 점에 주목하면서 지역에 수사관을 보내 정보수집활동을 벌이는 배경이다. 검찰에서는 메모지로 밝혀진 여권 인사들을 포함해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야권 인사도 있는 14명 명단을 확보했다는 말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그 명단을 보면 야권의 중진급 인사들로 P, K, C. L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초재선급 의원으로 P, N, H 또 다른 P 의원이 실명으로 거론되며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권 인사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성 전 회장과 선 긋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 전 회장과 동향에 학교 선후배지간으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야당의 유대운 의원은 “안 친하다”며 “국회에서 가끔 얼굴을 봤지만 그는 기업가이고 난 노동운동을 한 사람으로 별로 인연이 없다”고 잘라 말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로비 장부를 확보해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야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과 관련해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를 받은 경남기업 인수건이 참여정부 시절에 이뤄졌고 사면도 두 번이나 받아 그 과정에 금품을 통해 서로 친분을 쌓아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장부에는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해당 정치인에게 언제, 어디에서, 얼마를 무슨 명목으로 줬는지 등 구체적인 로비 내역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용기 실장과 박준호 전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들을 상대로 장부에 적힌 정치권 로비 내역에 대한 구체적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서초동 일각에서는 검찰에서 장부와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여야 정치인들에 혐의 입증까지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품을 건넨 성 전 회장이 이미 사망했고 로비 장부 내용을 입증해줄 추가 물증확보가 관건이다. 검찰은 로비 장부에 나오는 금품 전달 시점에 경남기업 등 회사 자금 내용과 성 전 회장, 여야 정치인들의 일정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에 검찰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전현직 임직원 11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대한민국이 사이비 기업인에 휘둘린 꼴”
또한 야권 중진 정치인 보좌관 출신인 전모씨의 휴대폰과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당시의 비자금 입출금 내역을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야당 인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야흐로 여당 정치인에게 집중된 ‘성완종 리스트’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관련 “정치를 하려고 장학재단을 만들어 성공한 성 전 회장의 장사꾼 기질에 대한민국이 휘둘리고 있는 꼴”이라며 “이번 기회에 사이비 기업인, 사회사업가 등 위선의 탈을 쓴 인사들을 척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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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