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믿고 4000억 원 국부 투자?…안홍철 사장은 무슨 생각?
한국투자공사가 미국 프로야구 구단 LA다저스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눈 먼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공사가 LA다저스의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향후 10년간 투자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보장수익률 역시 한국투자공사의 평균 수익률인 10%의 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투자공사는 “개별 투자 건은 기밀유지협약(NDA)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수익 회수 못해…원금손실 가능성도
사측 “기밀유지협약 사항이라 밝힐 수 없어”
한국투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약 4000억 원(4억 달러)을 들여 미국 프로야구단 LA다저스의 지분 20%를 인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해당 투자의 계약 조건 상 10년 동안은 보장수익을 전혀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앞서 메릴린치 투자 때 7억2000만 달러 손해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현재 공동 구단주 중 하나인 구겐하임 파트너스가 한국투자공사의 제안으로 지분 매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향후 5년 정도 추가 적자를 예고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LA다저스는 선수 총 연봉이 미국 프로야구 구단 중 1위인 2억4000만 달러로 연이은 적자 행진 중이다.
전용 구장 개보수 비용을 더하면 지난해만 122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한국투자공사가 이를 대비해 요구한 안전장치는 적자 시 매년 최소 3%의 수익 배당을 보장해 달라는 부분인데 이마저도 10년간 상환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설명된다.
지금까지 한국투자공사의 투자들이 통상 연 10∼15% 수준의 기대수익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LA다저스 투자 건은 상당히 저조한 수익률과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LA다저스 구단이 아닌 구겐하임과 맺는 계약이기 때문에 구겐하임이 만약 파산이라도 한다면 원금조차 건질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이 “저조한 수익률과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가진 장기·대규모 투자를 왜 하려 드느냐”는 지적을 만든다.
한 투자증권사 관계자는 “단순비교지만 수익률 3%, 1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면 적금이나 연금보험과 딱히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면서 “위험성을 생각하면 조금 더 다각적으로 투자를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비슷한 맥락을 지적한다. 김현미 의원이 입수한 한국투자공사 투자정책서에 따르면 투자금액이 미화 5억 달러를 넘지 않거나 매입하는 지분이 20%를 넘지 않는 대체투자의 경우 한국투자공사가 자율적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의 외환보유액 등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로 통상 투자 내용에 대해 정부의 감독을 받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LA다저스 투자 건은 규정 상 정부가 관여할 수조차 없다.
또 그는 “한국투자공사가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는 동안 당국의 눈을 피하려 투자 원금과 지분 규모를 기준 이하로 정했을 수 있다”면서 “현행법상 KIC는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2개월 연속 10% 넘게 줄어드는 위기상황에는 자산을 즉시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매 자체가 어려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외환위기 대응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투자에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LA다저스라는 이름을 이용해 나랏돈을 인기 영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배임범죄나 마찬가지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LA다저스는 과거 박찬호 선수가 뛰었고 지금은 류현진 선수가 몸담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기 구단이다. 한국이 LA다저스 지분 인수 등 투자를 한다고 하면 속사정은 모른 채 외면적으로만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또 다른 속셈?
한편 비판 일색인 한국투자공사 LA다저스 지분 투자 건과 관련해 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많다.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안홍철 사장이 존재감 과시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앞서 국회에서는 한국투자공사 폐지를 위한 법안 발의 움직임도 포착된 바 있다. 당시 이런 논의가 된 것은 야당이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안홍철 사장이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됐다.
안홍철 사장은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연합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수차례 올려 비판을 받은 전력도 여기에 한몫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점이다.
종합해보면 사퇴를 압박하는 국회와 이에 맞서는 안홍철 사장의 대립 국면인 모양새가 나온다. 안홍철 사장의 매각 진행 속도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국투자공사 경영진은 위험성을 보고받고도 투자 강행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홍철 사장은 스포츠 구단 투자 검토를 지시하고 다저스 구장을 방문하는 등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일부는 수익률보다 매각 차익을 노리는 투자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구단의 평균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하고 있어 안홍철 사장이 인수 후 매각 전략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내부규정 상 투자의 진행 과정도, 수익률에 대한 부분도 일절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기밀유지협약이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말씀도 드릴 수 없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향후 한국투자공사의 LA다저스 지분 인수 투자가 어떠한 파급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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