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4부는 2009년 12월 21일,

항소심 재판에서 A기업의 전 자금팀장 이모(42)씨의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기업 회장의 수천억원대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던 이씨는 2006년 7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자신이 관리하던 이 회장의 돈 230억원 중 170억원을 사채업자 박모씨에게 대출해 줬다. 매월 2∼3%의 이자를 받아 챙기기 위해서였다. 박씨가 이 돈을 갚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몸이 달은 이씨는 박씨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폭력배들을 동원해 박씨를 두 차례 살해하려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살인 청부 사실이 인정된 이씨는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언도 받았다.
항소심에서 그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재판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살인청부를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살인청부를 받았다는 이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이씨는 법망을 피해갔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철퇴를 맞은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이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그의 차명계좌가 드러남과 동시에 비자금의 액수와 돈의 유출 경로까지 밝혀져 곤욕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사채업자 살인 청부 사건2 돈이 뭐길래…
공장 신축 자금이 필요했던 B씨(54)는 지난 2001년 평소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 C씨(당시 39)를 만나 6억원을 빌렸다. B씨는 약속한 변제기일이 다가오자 돈 욕심이 생겼다. 돈을 갚는 것보다 차라리 C씨를 죽이기로 결심한 그는 평소에 알던 D와 E씨에게 “내가 남아있는 4억 중 1억3000씩 줄테니 C를 죽여달라”고 살인을 청부했다.
2001년 6월 30일, 경산시 한 사무실에 사채업자 C씨가 나타났다. 청부 계획이 틀어져 B씨가 직접 둔기로 C씨를 살해하게 되었고, 다른 이들은 시체를 경상북도의 한 야산에 암매장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그동안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필리핀 등 외국으로 도망 다녔다.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2008년 즈음 이들의 8년 도피 생활은 끝을 보게 되었다. 지난해 8월, 공교롭게도 경찰의 장기미제실종사건에 대한 기록재검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C씨가 살해됐다고 판단한 경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C씨가 단지 실종됐다고만 생각하던 유가족들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오열을 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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