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한 달 만에 경남기업 본사를 다시 압수수색하면서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스모킹 건'(smoking gun, 핵심 증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인이 된 성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는 검찰로서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함께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부재(不在)와 42년 만의 상장폐지 결정 등 경남기업 내부 상황이 어수선한 틈을 노려 이날 두번째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본사에 수사팀을 보내 회계자료와 장부, 내부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는 첫 압수수색 이후 한 달 만이자,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나흘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본사뿐 아니라 계열사와 성 전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첫번째 압수수색의 경우 언론 보도로 인해 (경남기업 측에서)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USB(이동식 저장 장치)나 성 전 회장의 '일정표' 1000여장 등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인없는 기업이 되어 버린 경남기업은 이날 매우 어수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첫 압수수색 때와는 달리 직원들의 숫자도 적거니와 남아 있는 직원들도 협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수사팀이 예상치 못한 증거를 확보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 증거물은 정관계 로비 명단이나 금전거래내역 등을 상세히 기록한 '비밀 장부'가 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로비 의혹을 폭로하는 등 계획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점에 비춰볼 때, 회사 내부에 결정적인 물증을 남겨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첫 압수수색 이후에도 사무실로 출근,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회의를 자주 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회의록이나 보고서 등이 작성, 보관됐을 가능성도 있다.
수사팀이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이와 같은 핵심 증거를 확보한다면 향후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경우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 메모에 적힌 인물들에 대한 소환도 곧 가시화 될 수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