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7년 만에 FC서울로 돌아온 박주영(30) 덕분에 K리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최근 들어 스타 선수들이 중국리그를 비롯한 해외리그로 이적하면서 흥행에 골머리를 앓던 K리그가 오랜만의 축구스타 복귀로 한시름 놓게 됐다. 특히 10년 전 히트상품이었던 박주영 신드롬이 재현될지를 놓고 축구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K리그 훈풍으로 기대되는 박주영 효과를 따져봤다.
박주영은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4라운드 경기를 통해 K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이는 2008년 8월 30일 이후 2409일 만이다.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이 그라운드를 밟자 팬들은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리며 열정적인 환영 인사를 건넸다.
박주영 역시 FC서울 선수들과 어색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함께 뛰어온 선수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경기 후 “경기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첫 경기 치고는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움직인 것 같다. 부딪치거나 겹치거나 하는 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FC서울은 후반 44분에 터진 에벌톤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3연패 뒤 첫 승이 공교롭게도 박주영이 투입된 이후여서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이날 박주영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것도 아니고 움직임도 100%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꾼 저력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박주영을 보러 온 팬들이 상당수 몰리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2만2155명이 모였다. 이는 수원삼성과 부산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린 수월월드컵경기장에 모인 1만708명의 두 배 수준이다. 더욱이 이날 제주전은 수원전, 전북전보다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걸 감안할 때 박주영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또 경기장을 찾은 팬들 중에는 박주영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도 종종 발견됐고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에는 ‘박주영’이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FC서울 구단관계자는 “예전 ‘축구천재’로 불리던 모습이 있기 때문에 팬도, 구단도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라며 “선수의 기본인 경기력이 회복될수록 팬들의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박주영의 영입으로 인해 팀 내 경쟁분위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조국, 김현성, 윤주태, 박희성 등 박주영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은 박주영을 대비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또 측면이나 2선에서 뛰는 윤일록, 고요한, 몰리나, 이석현 등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박주영이 선수들과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한 몫하고 있다. 박주영은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캐릭터로 특히 후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이에 기존 선수들은 “주영이 형이 온 뒤로 훈련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박주영은 확실한 경기력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박주영이 득점력 부족과 성적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FC서울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면 박주영의 영입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박주영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박주영에게 원했던 건 팀 전체의 안정감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약간의 무게 차이를 느꼈다. 경기 감각은 부족하나 박주영으로 인해 많은 공간이 생겼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주영은 당분간 리그 경기를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는 8강부터 등록이 가능해 무리한 경기 출전을 피하면서 점진적으로 경기력을 높여갈 수 있게 됐다. 박주영은 “최대한 짧은 시간에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드는 게 내 목표”라며 “빨리 100%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박주영은 지난 12일 K리그 클래식 인천 원정경기에서 이천수와 맞대결을 펼쳤고 오는 15일에는 K리그 챌린지를 평정했던 대전 골잡이 아드리아노와 안방에서 킬러대결을, 18일에는 수원과의 라이벌전에서 수원 골키퍼 정성룡과의 맞대결을 펼치게 돼 축구팬들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