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손연재, 세월의 무게에 힘겨워
부상투혼 손연재, 세월의 무게에 힘겨워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4-13 13:31
  • 승인 2015.04.13 13:31
  • 호수 1093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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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실공이 아시안 리듬체조 퀸으로 등극한 손연재가 올 시즌 초반부터 부상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의 꿈을 향해 가는 힘겨운 여정 속에서 암초를 만났다. 더욱이 이제 시니어 6년차로 접어든 만큼 부상관리가 그의 승리 키워드가 됐다.
고군분투 중인 손연재를 만나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4위 한국 최고 성적 뒤 고질적 발목부상
 리우올림픽 10대 선수들과의 메달경쟁…체력극복이 승부수


리듬체조요정 손연재가 지난 5일(한국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셋째 날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 연기 중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결국 부상악화를 우려한 손연재는 나머지 볼, 곤봉, 리본 종목에서 기권을 선언해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이에 손연재의 연속 메달행진은 12개 대회에서 멈추게 됐다.

앞서 손연재는 부쿠레슈티 월드컵 개인종합 예선에서 총점 72.050점을 획득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를 차지한 멜리티니 스타니우타(22·벨라루스, 72.450)에 0.400점 차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비록 개인종합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4개 정규종목 모두 결선에 진출하며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부상암초는 첫 종목인 후프에서 발생했다. 손연재는 턴 점프를 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꺾였다. 오른쪽 발목이 돌아갔고 잠시 매트 위에 주저앉은 그는 다시 일어나 프로그램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큰 실수로 인해 16.850점에 그치며 후프 결선 진출자 8명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손연재는 절룩거리며 퇴장했고 남은 종목을 모두 기권해야 했다.

부상에 발목 잡힌
메달 행진

이번 발목부상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당초 손연재는 지난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렸던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했다. 새 프로그램 완성도가 부족했고 허리 부상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이후 그는 리스본 월드컵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첫선을 보였다. 개인종합 4위에 오른 손연재는 후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손연재는 시즌을 늦게 시작한 탓에 작은 실수가 많았지만 표현력에서는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합격점을 받았다.

때문에 연속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면 불안했던 올 시즌 출발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것으로 기대됐었다.

특히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나온 부상이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손연재는 “올 시즌을 늦게 시작한 만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시즌 첫 대회가 월드컵 시리즈가 돼 조금 더 부담된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아 모스크바 그랑프리 출전을 미뤘다”며 “차근 차근 부상 없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목 부상으로 인해 손연재는 새 프로그램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에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욱이 그간 고질적으로 아팠던 발목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가 선수생활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대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상에 대해 손연재는 “항상 안 아픈 적이 없었어요. 부상 관리도 잘해 이겨내야죠”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신경을 썼다.

시니어 6년차에 접어든 손연재는 그동안 국제대회에 지속적으로 출전하면서 월드컵 대회 12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매 시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혼련장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그의 화려한 성적 이면에는 늘상 부상이 따라다녔다.

물론 척박한 국내 환경을 벗어나 러시아 훈련장을 선택한 것은 손연재가 세계적인 리듬 체조 선수로 급성장할 수 있는 신의 한 수였다.

그는 FIG 월드컵대회를 비롯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인 개인종합 4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우승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지속된 훈련과 대회 일정에 그의 발목은 버티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늘 아팠던 발목은 지난 5일 막을 내린 부쿠레슈티 월드컵에서 결국 탈이 난 것이다.

리듬체조 선수들에게 부상은 불가피한 동반자다. 전 국가대표였던 신수지(24)와 김윤희(23)도 늘 부상으로 고생했다. 현재 볼링 선수로 전향한 신수지는 발목인대가 끊어지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20대 초반에 매트를 떠나야 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김윤희 역시 늘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바 있다.

올림픽 위해
궤도수정 불가피

▲ <뉴시스>
이번 부상으로 인해 손연재는 한층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단연 내년에 열리는 리우올림픽이다. 때문에 눈앞에 있는 대회에 연연하지 않고 올림픽을 대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만 21세인 손연재는 리듬체조 무대에서 어린 선수가 아닌 만큼 10대 시절과 비교해 부상 및 체력 관리에 한충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연재의 체력 저하의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어 각별한 체력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올 시즌 첫 출전대회인 리스본 월드컵에서 손연재는 처음 실시한 후프 연기에서는 파워가 넘쳤지만 볼·곤봉·리본 종목으로 갈수록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에 내년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하게 될 러시아 선수들은 손연재보다 훨씬 어리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나 쿠드체바(18), 마르카리타 마문(20),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7) 등이 손연재와 메달을 놓고 경쟁을 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표현력에선 손연재에 못 미치지만 힘이 넘치는 데다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손연재는 올 6월 아시안선수권을 비롯해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내서 개최되는 굵직한 국제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어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려면 각별한 체력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손연재는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8~19일 태릉에서 열리는 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다. 또 오는 5월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손연재 소속사인 IB월드와이드는 지난 6일 부상과 관련해 “(손연재 선수의 부상부위를) 현장 의료진 확인 결과 큰 부상은 아니다. 발목이 조금 붓고 통증이 있어 당장 잔여 경기는 무리가 있다고 편단했다”며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과 귀국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및 의료진 판단으로는 이틀가량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밝혀 큰 부상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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