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와 원칙으로 선체 인양하고 국가개조해야"
-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수 없다” 교황 발언 곱씹어야
“저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입니다”(2014. 5. 6 부처님오신 날 법요식).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이후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2014. 5. 16 세월호 가족대책위 면담).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개혁과 대변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남은 우리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2014.5.19 대국민 담화문).
대통령은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나 시민단체의 대표와는 달라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최종 결정권자이며 사회적 약자의 최후 보루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국가의 이미지는 대통령에게서 가장 크게 느낀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함께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국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박근혜 정권 집권중반기를 지나면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는 낮게는 20%대에서 높게는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잇따른 인사 낙마, 청와대 십상시 사건 등으로 나타나는 국민과의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세월호 사건 만큼 좋은 사안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던 가장 큰 원인은 국민에게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발언이 지켜지지 않은 현재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에 금이 가는 상황에서 지지도가 높을 리는 없다. 따라서 답은 간단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보듬어주고, 선체를 인양하고, 국가를 개조하면 된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계산해서는 안된다. 선거를 의식하고 정파의 이익을 생각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신념으로 유족의 입장에서 모든 사안을 판단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국민이 대통령을 신뢰하게 된다. 빨리 처리해 덮어버리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선체 인양은 당연한 것이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것을 돈으로 치환한다는 것은 이미 국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해버린 것이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이 붕괴됐으나 69일 만에 한 명의 사망자 없이 구조했던 것의 기초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에 있었다. 갱도 안의 상황을 생중계하고 모든 정보를 가족들과 공유하였으며 전문가들과 열려 있는 방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국가나 정부가 무엇인가를 덮으려 한다는 인식이 있는 이상 세월호특별법은 아무 필요 없는 법조항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를 찾은 교황을 떠올려 보자.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대해 “나는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계산 없이 가슴으로 행동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우리 국민 모두 감동을 받았다. 이제 곧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그날 그 바다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다. 자식잃은 부모들의 통곡은 그치지 않고 있으며 한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것은 돈으로도 힘으로도 덮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랬을 때 자식잃은 부모들은 눈물을 거둘 것이다. 국민들은 그날 그 바다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희망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지율은 반등할 것이다. <건국대 겸임교수>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