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자금 수사‘정권 실세’ 압력설에 고민하는 청와대
검찰 비자금 수사‘정권 실세’ 압력설에 고민하는 청와대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4-13 10:29
  • 승인 2015.04.13 10:29
  • 호수 1093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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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경남기업과 무관한 자원외교 비리의혹은 계속 수사
MB정권 관련기업 조준…대기업· 공기업 추가조사 관측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 실질심사 당일인 지난 9일 유서를 쓰고 잠적한 후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검찰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검찰이 부패척결의 첫 타깃으로 삼았던 자원외교 비리 수사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여러 관측들이 무성하다. 일단 검찰수사의 강도가 한층 누그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정부가 단호히 부패척결 의지를 피력한 만큼 수사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막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도 못하고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흐지부지 끝날 경우 적지 않은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 내부에서 MB정권 때 자원외교 비리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기업 A사와 B사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사건 중 성 전 회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경남기업 측이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과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은 더 이상 수사가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은 성 전 회장이나 경남기업과 무관한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광물자원공사 비리 의혹뿐 아니라 자원외교 비리는 국가 재정이나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흔들림 없이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표정 어두운 친이계 인사

이완구 국무총리가 앞에서 끌고 박근혜 대통령이 뒤에서 미는 사정 당국의 부패와의 전면전은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잠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공언한 이상 곧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추측도 많다. 검찰도 위축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히자 정치권 등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사기업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남기업수사가 장기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생각보다 경남기업수사가 빨리 종결되면서 검찰의 칼 끝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대기업 등 재계와 정치권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친이계(친이명박계) 인사들의 표정은 유난히 어둡다.

최근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비롯해 포스코, 석유공사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롯데쇼핑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롯데쇼핑의 임직원 10여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과 용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 범 롯데가 주변에서는 비자금의 불똥이 롯데 최고 경영진에게도 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검찰은 포스코에 이어 SK건설, 신세계, 동부그룹, 동국제강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수사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경남기업 수사에 이어 주목되는 수사는 포스코 수사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정준양 전 회장의 비리뿐만 아니라 ‘영포라인’이 주요 타킷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검찰은 MB정권 실세나 측근들의 소유 기업에 대한 포스코의 일감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과 사정기관 일부에서 “청와대가 경남기업을 지나 전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비리를 본격적으로 수술대 위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무성하다.

본론은 아직 시작도 안 해

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와 첨단범죄부 등 ‘부정부패 수사’에 동원된 부서가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과 대기업을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수사가 유력시되고 있는 곳은 공기업 A사, 역시 공기업인 B사, 그리고 사기업 D사 H사 등이다.

청와대와 검찰 등 사정기관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MB정부 시절 MB 측근들이 포진했거나 아직 다수 남아 있는 회사가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초경 MB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선 기업들의 사외이사진 곳곳에 MB 측근들이 포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기업 주도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데 MB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사외이사들이 부실 경영에 대한 감시ㆍ견제는커녕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 역할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전 정권 실세들이 공기업과 사기업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부정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기업과 사기업에 MB 측근들이 포진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자원개발 기업의 사외이사 중 대표적인 ‘MB맨’으로 대우인터내셔널(2012년 3월~2016년 3월 예정)의 신재현 변호사가 꼽힌다.

신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시정자문단과 지역혁신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인연이 깊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 뒤에는 대선캠프에서 민정특보로 활동했고 MB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4월엔 외교통상부에서 신설된 에너지ㆍ자원협력대사에 올랐다.

신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지내는 동안 대우인터내셔널은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광구와 미얀마 A1/A3 해상광구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두 사업에 수조원이 투입됐지만, 2012년까지는 투자금을 하나도 회수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09년 사외이사로 발탁한 김영 부경대 초빙교수는 MB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 이후 한나라당 부산시당 대선 선거대책본부 고문으로 참여했으며, 부산선대본부 출범식에서 지지연설도 했다.

대우조선해양(2008년 3월~2012년 3월)과 한국가스공사(2008년 3월~2011년 3월)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도 MB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다. 대표적 보수단체인 뉴라이트 정책위원장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SK네트웍스 사외이사로 선임된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MB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출신이다.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대표적 보수 논객이다. 안 이사장과 함께 ‘2008 뉴라이트 한국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5년 만에 사외이사직을 떠난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도 MB 인사로 분류된다. 이 전 지검장은 2008년 18대 총선 때 충남 아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뒤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부의장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자원외교와 에너지사업의 핵심인 A사와 전 정권 최측근인사가 버티고 있는 B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A사의 경우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전 정권의 핵심부와 맞닿아 있었으며 내부적으로 상당한 비리가 있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아 검찰의 본격수사 가능성이 높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전 정권 인사가 A사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검찰이 상당부분 파악했으며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바로 수사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또 B사도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B사의 친이계 핵심인물 H씨를 겨냥할 계획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B사는 자원외교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전 정권 실세가 이 회사를 통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상당해 수사대상 최상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도 C사는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도 받고 있어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통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는 국세청 조사4국에서 맡고 있어 이번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새누리당의 친이계가 정부의 자원외교와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에 대해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이다. 친이계 의원들은 검찰의 자원외교와 포스코 수사는 이명박 정권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은 경우에 따라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 측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다가 입장을 낸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부패와의 전면전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친박계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계 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부패수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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