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통해 충청권 인사들과 인맥 쌓아…김종필 특보 지내
자원개발 비리 의혹 검찰 수사…“난 MB맨 아니다” 주장, 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북한산 형제봉 부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억대의 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시신 검시 과정 중 성 전회장의 주머니에서 홍문종 의원,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 메모가 발견됐다. ‘친박핵심부’를 겨냥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대선 경선 자금에 대한 특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 할지 여부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 전 회장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성 전 회장은 신문배달과 약국 심부름 등으로 돈을 모아 26세 때 서산토건에 입사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서산토건 오너 최순기씨가 개인사정으로 회사에서 손을 떼자 회사를 인수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인수 금액은 200만 원. 이 금액으로 인수한 성 전 회장은 사명을 대아건설로 바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성 전 회장은 주택사업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하다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토목, 건축 공사를 수행한 경남기업은 당시 대우그룹에서 분리돼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등 경영권 부침이 계속됐던 것.
결국 성 전 회장은 2003년 대아건설을 통해 경남기업 지분 51%를 확보, 경남기업을 흡수 합병했다. 한때 경남기업 매출액은 2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마당발 인맥 갖춰
성 전 회장이 사업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니었다. 성 전 회장은 장학과 학술, 문화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명함을 내밀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모친 유훈에 따라 1991년 서산장학재단을 설립, 사재 31억 원을 출연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5년간 학생 2만8천 명에게 장학금 3백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정치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다. 2000년 무렵 ‘충청포럼’을 통해 충청권 출신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다. 회원으로 가입된 인사만 3천여 명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충청 포럼 소속이다. 정치권 인맥을 쌓았던 성 전 회장은 2003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맡았다. 당시 김종필 전 총재를 보좌한 성 전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다.
특히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대표적인 친이계로 분류되는 MB정권 실세들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9차례 동행하고 이상득 전 의원의 자원외교를 7차례 수행했다. 이러다 보니 경남기업이 MB정부 내내 자원외교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한 것을 놓고 특혜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친박계 인사들과도 인맥이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 이완구 국무총리, 서병수 부산시장 등을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마당발’ 인맥 탓일까. 성 전 회장은 금배지에 대한 욕심도 강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자민련에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낙마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자민련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았지만 정당 득표율이 낮아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더구나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 16억 원을 건넨 사실이 적발됐다. 17대 총선 직후 구속 기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던 것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2007년 ‘행담도 개발비리’ 사건에 또다시 연루됐다. 그런 그가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이 합당하면서 자연스레 새누리당 소속이 됐다.
하지만 총선 전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주민을 지원한 것이 문제돼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게 됐다. 결국 지난해 6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확정해 성 전 회장은 의원직을 잃게 됐다. 또 경남기업 회장으로 복귀했지만 회사 자금난과 법정관리 사태가 이어져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김기춘, 허태열 겨냥
이처럼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던 성 전 회장이 검찰의 표적대상이 된 것은 ‘사기·횡령, 자원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고, 이달 초 성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 사업 등을 통해 300억 원의 융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것.
특히 이명박 정권 인사들과 결탁해 정부 융자금과 국책은행 대출금 등 800억 원 상당을 부당 지원받은 혐의까지 불거졌다. 이 외에도 성 전 회장의 부인이 실소유주인 건물운영·관리업체 ‘체스넛’과 건축자재 납품사 ‘코어베이스’ 등에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었다.
이에 성 전 회장은 영장실질 심사 하루 전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MB맨이 아니다. 어떠한 외압도, 융자금 횡령도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번 수사가 전 정권 인사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허태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억대의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성 전 회장 변사체 검시하는 과정 중 바지 주머니에서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 국무총리 등에게 전달한 금액이 기재된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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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