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7년 대선이 내후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 잠룡중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머리가 복잡하다. 여당 내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크게 못미치고 당내 잠룡들도 본격적으로 대권 의사를 밝히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대선이 3년 가까이 남았지만 김 대표의 마음이 바쁜 배경에는 여야 모두 파괴력 있는 대권 주자가 없어 기선잡기가 필요하고 문 대표의 전방위 대권 행보에 ‘제동’을 걸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 측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로 부상하기 위한 터닝포인트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이이제이’(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의미) 전략을 통해 여야 잠룡 간 경쟁구도를 만들어 현 대권 지형을 흔들겠다는 복안이다. 그 속내를 알아봤다.
- 당내외 중진·잠룡군에 “선당후사 해달라” 속내
- 무대 ‘백의종군’ 앞세워 경쟁자 힘빼기 전략?

반면 김 대표는 여당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고 PK출신이라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통상 차기 대권 주자는 자신의 지역에서 맹주로서 위상을 떨쳐야 하는데 당장 여야 PK출신 대권 후보만 6명이나 된다. 야당의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뿐만 아니라 같은 당내 홍준표, 김태호까지 PK잠룡 전성시대로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고향에서 ‘선거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총선 잠룡의 무덤이거나 재기의 발판
또한 순수하게 인지도만 보면 정몽준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뒤떨어진다는 게 당내외 평이다. 당 대표로서 조직에서 앞설 수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나 당원과 일반국민 5:5로 경선룰을 결정할 경우 김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대표로선 대선전에 여야 잠룡군 스스로 주저안거나 리더십에 상처를 줘 중도 포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네거티브 전략이나 인위적인 공천 물갈이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결국 김 대표 측에서는 내년 총선을 눈여겨 보고 있다. 선거는 차기 잠룡군들의 무덤을 만들 수도 있고 반면 영웅이 탄생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단 김 대표 진영에서는 여당 내 중진 및 잠룡군을 겨냥해 ‘총선 차출론’을 꺼내며 군불때기에 나섰다. 한 마디로 ‘선당후사’를 통해 중진급 의원들은 당선이 쉬운 지역보다 사지에 출마해 ‘사즉생’ 정신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그 첫 번째 타깃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될 전망이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김 전 지사는 김 대표의 요청으로 보수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임기를 마치고 치러진 재보선에서 당내 요청으로 동작을 차출론이 나왔지만 고사해 밉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위원장직을 내줌으로써 ‘야인생활’에서 벗어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김 대표 진영에서는 ‘백의종군’차원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설을 흘렸다.
하지만 대구 수성갑은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는 데다 두 번의 도전으로 ‘동정론’까지 일고 있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미 총선과 대구시장 등 두 번의 선거에 출마해 40%넘는 지지율을 받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가 재보선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낳아 대구 출신 여권 인사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이한구 수성갑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김문수vs김부겸 안철수vs오세훈 맞짱?
이런 지역에 김 전 지사가 나선다고 해도 승리가 요원한 게 현실이다. 또한 경북 영천출신이지만 경기도에서 내리 3선을 했고 경기도지사를 지내 대구와는 인연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가 요청할 경우 내년 대구 수성갑 총선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김 대표의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잠룡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내 몇 안되는 ‘민폐 정치인’으로 꼽힐 정도로 당내 여론이 좋지 않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을 두고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직을 걸고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유효투표율이 안 돼 개함도 못하고 중간 사퇴했다. 이로 인해 안철수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급부상했고 안 의원이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하면서 야권 내 두 명의 잠룡군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동시에 여당은 광역단체장중 가장 알짜배기 서울시장직을 야당에게 빼앗겼고 나경원, 정몽준 등 여당 내 걸출한 인물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낭패를 보게 됐다.
이런 오 전 서울시장이 최근 4월 재보선 관악을 선거에서 오신환 후보 선대위 공동본부장을 맡아 그동안 잠행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들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고려대 공과대학 석좌교수를 맡으면서 공대 산하 융복합연구단에 중추적인 역할까지 맡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몽준 전 의원과도 ‘테니스 회동’을 가지면서 정치적 보폭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오 전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 ‘차출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안 의원 지역 차출론에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이지 고잉(easy going: 쉽게 적당히 하는 것) 할 생각은 없고 어려운 곳 상징적인 곳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당 지도부가 ‘백의종군’을 요구할 경우 어떤 지역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김 대표의 의중에 달린 셈이다.
오 전 시장과 김 전 지사가 당에 ‘코’가 꿰었거나 김 대표에게 ‘빚’이 있어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라면 정몽준 전 의원은 그나마 자유로운 입장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당의 요청을 받아 출마를 결심했고 ‘친박’이 지원한다는 김황식 전 총리를 경선에서 누르고 박 시장과 경쟁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또한 그전에는 역시 당의 요청으로 편한 울산 지역을 포기하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의 출마가 유력한 지역은 ‘정치1번지’라고 불리는 종로구다. 종로구는 새정치민주연합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다. 정 의원 역시 호남 기득권을 포기하고 19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입지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정 전 의원에 비해 인지도면에서 뒤지고 종로가 정 전 의원의 오랜 거주지역이고 학교도 나와 승부는 해볼만 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 경선이 문제다.
종로구는 박진 전 의원이라는 걸출한 인사가 있다. 16대에서 내리 3선을 한 박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박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백의종군’해 당내 호감도가 높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로 공천 개혁 부담을 덜어줘 청와대와도 사이가 원만하다. 또한 18대 총선에서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고문과 경합을 벌여 승리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김태호·허남식 문재인 바람을 막아라!
이래저래 정 전 의원이 경선 통과도 만만치 않지만 통과 후 본선에서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정 전 의원이 생환한다면 제2의 정치인생이 시작되고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다시 우뚝 설 수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선거 총사령관으로서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한 명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 정치적 의미를 둘 수 있어 크게 잃을 게 없는 수다.
한편 김 대표는 부산지역에서 문재인·안철수 바람을 막아야 하는 힘든 책무도 있다. 같은 부산출신으로 고향에서 야권 후보가 선전할 경우 전쟁에 이기고도 전투에 진 장수가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부산 지역에 문·안 바람을 차단할 마땅한 맹주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 본인이 총선 출마를 할 형편도 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당 대표로서 부산에 올인하기도 부담스럽다. 자칫 패할 경우 리더십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가도에서 빨간등이 켜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 진영에서는 부산에 큰인물을 내세워 문·안바람을 차단할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선거구 획정에 따른 새로운 지역이 생기거나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현재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허 전 시장은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영향력과 인지도가 높다. 반면 김 최고는 고향이 경남 거창이지만 경남 도지사를 지냈고 젊은 이미지에다 차기 대권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카드로 보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젊고 패기가 넘치는 김 최고가 문·안풍을 막을 적임자로 보고 있지만 김 최고의 양해가 필요하다. 김 최고는 작년 연말 김 대표가 ‘상하이발 개헌론’을 꺼내자 ‘경제 우선’을 외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 선언을 해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그 배경에 ‘김무성-김대표 사전 교감설’부터 ‘친박 사전 교감설’까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김 최고는 12일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김 chlrh가 ‘회군’한 것과 관련해 억측도 많았지만 김 대표의 ‘삼고초려’가 한몫했다는 게 정설이다. 사실이라면 김 최고는 김 대표에게 ‘빚’이 남아 있는 셈이다.
결국 김 대표가 어떤 형식으로 김 최고에게 요청을 할지는 미지수다. 김 최고가 경남 김해 지역을 포기하고 당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부산에 출마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부산/경남 선거대책본부장직을 통해 ‘역할’을 줄 가능성이 높다. 김 최고가 문·안 바람을 차단한다면 그 역시 제2의 정치적 황금기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차기 대권에서 멀어지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결국 김 대표의 ‘이이제이’전략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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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