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품비리·일감 몰아주기 이어…계열사 지분 헐값매각 의혹까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돈기업으로 유명한 삼표그룹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삼표그룹은 그동안 현대자동차그룹과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논란을 몰고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부 문제다. 삼표기초소재의 지분을 신대원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신대원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 정대현 삼표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표그룹 자회사다. 다만 삼표그룹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적 나와
이후 총수 일가 배당금도 쏠쏠해
삼표그룹은 지주사 삼표와 11개 계열사로 구성됐다. 전국에 석산 6개와 레미콘 공장 16개를 운영하는 수도권 최대 레미콘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그룹과 사돈지간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몽구 회장의 아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와 부부다.
이렇듯 그룹의 규모나 혼맥으로 세간의 관심도가 높은 회사라 구설도 잦은 모양새다. 이번에는 삼표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변환을 하면서 삼표기초소재 지분을 헐값에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삼표기초소재 지분을 챙긴 신대원이 정도원 회장의 장남, 정대현 전무가 최대주주이다 보니 이목이 집중된다.
아울러 정대현 전무가 올해 올린 배당 수입도 쏠쏠해 계획된 절차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신대원이 내놓은 배당금은 삼표기초소재의 실적개선이 영향을 미친 탓에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탠다.
헐값 매각이 제기된 거래는 지난해 말 삼표는 삼표기초소재 지분 120만주(25.03%)를 주당 2200원으로 신대원에 팔았던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삼표는 지분법주식처분손실 56억8107만 원을 떠안았다.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지분을 건네준 이유도 궁금증을 일으킨다.
더군다나 공교롭게도 올해 정대현 전무가 신대원으로부터 받아간 배당금은 19여억 원에 달한다. 실적 상승에 따라 배당금도 두둑해진 것인데, 삼표기초소재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삼표기초소재 지분을 확보한 신대원이 곧바로 배당금을 많이 내놨다는 점이 의문이다.
골재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과거 삼표 자회사였던 삼표기초소재 등을 거느리고 있는 신대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86억3600만 원을 기록,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배당금은 액면배당률 50%이며 배당성향 28.95%다.
배당성향만 따지면 지주사 삼표의 배당성향 13.82%보다 두 배가량 높다. 신대원에서 19억4900만 원의 배당금은 정대현 전무가 삼표에서 받은 배당금과 합치면 올해 배당 수익만 25억 원 이상이다.
현재 정대현 전무는 삼표그룹 지주사인 삼표 지분 14.07%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삼표기초소재를 거느리고 있는 신대원의 지분도 77.96%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실적 개선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삼표기초소재의 지분은 신대원이 94.3%, 정대현 전무가 5.7%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1088억1550만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매출이 14.15% 증가했다.
종합해보면 삼표기초소재 지분을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신대원이 두둑한 배당을 내놔 정대현 전무가 이득을 가져간 셈이다.
논란 vs 오해
다만 삼표그룹 관계자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하면서 삼표기초소재 지분을 신대원이 40% 이상 가지고 있어야 했다”면서 “어쩔 수 없는 거래였을 뿐, 다른 해석은 억지”라고 말했다.
헐값 매각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법은 수익가치와 자산가치의 가중평균을 따져 지분 매각에 들어간다. 우리는 해당법에 의거해 가격을 책정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당 가격이 낮아보일 수 있는데 가중평균에 영향을 주는 수익가치가 굉장히 낮았던 시기였다”면서 “수익가치가 낮아지다 보니 당연히 가중평균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수익증대와 배당은 “법인세 이연효과와 플라이애시 업체들의 단가 인상이 수익을 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 “배당금과 주식매각, 수익 증대를 연장선상에 놓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표그룹은 지난해 벌어졌던 각종 사고와 논란의 잔재를 여전히 씻어내지 못한 상태다.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연이어 쏟아졌기 때문에 그룹의 이미지 악화를 막아내기도 벅차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철도사업 납품비리 및 비자금 조성과 일감 몰아주기 등 수많은 논란으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역시 삼표그룹은 이런저런 구설에서 허덕이고 있다.
삼표그룹은 1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위장된 중소기업을 통해 공공입찰에 참여하고 총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이득을 얻어 ‘재벌이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빼앗은 결과’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삼표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진행하던 2013년 당시는 그룹 적통의 정대현 삼표 전무의 개인회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찌감치 물려받은 회사들이 그룹의 지원 덕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곳간 역할을 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 중에서도 신대원과 철스크랩사업 계열사 네비엔이 두드러졌다. 그 때 신대원은 정대현 전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로 그룹 물류 전담 계열사인 삼표로지스틱스를 지배했고 전체 매출 가운데 80%가량이 계열사 지원 물량이었을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배당도 2007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배당을 실시해 78억 원을 퍼줬다. 당연히 지분이 모두 총수일가 소유로 돼 있었던 터라 총수 일가만 해당되는 배당이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구설 속에서 향후 삼표그룹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올해 관전 포인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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