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국악계의 대부’로 불리는 박 전 수석은 대표적인 ‘폴리페서’로도 불린다. ‘예술계의 거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판에 너무 가까웠던 인물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박 전 수석은 경기도 양평 출신이다. 편법 증여 의혹이 불거진 중앙국악연수원이 위치한 곳이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학교 총장 시절 중앙국악연수원 건립을 앞두고 지인들과 함께 인근 토지를 대규모로 사들이기도 했다.
1976년 중앙대 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대표적인 국가행사의 개막식에서 음악 총감독, 지휘, 작곡 등을 맡았다. 1998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장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지휘를 맡기도 했다.
국악계 대부에서 ‘폴리페서’로…“권력의 맛 알았나”
2년 동안 청와대에 있으면서 박범훈 영향력 상당
박 전 수석은 2005년 당시 예술가로서는 처음으로 중앙대 총장으로 취임해 한 차례 연임을 거쳐 2011년까지 재직했다. 총장 재직 시절 두산그룹이 학교 재단을 인수했다. 그는 총장 재직 시절인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다가 ‘폴리페서' 논란으로 한 달 만에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에 다시 임명되면서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총장에서 물러난 뒤 2011년 2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맡아 이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를 함께 했다.
2년 동안 청와대에 있으면서 그의 영향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박 전 수석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 장관급으로 예우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외부 행사에 참석할 때 대통령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으면 크게 혼냈을 정도로 충성심도 높았다는 후문이다.
그는 청와대 내 불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아 당시 껄끄러웠던 불교계와의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은 2012년 부처님오신날 기념 봉축음악회의 지휘를 직접 맡기도 했는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 압력을 행사해 예산을 지원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그 중 일부를 자신이 설립한 중앙대 악단에 빼돌렸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
MB 신임으로 ‘권력 남용’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시절 자신의 부하직원과 교육부 관계자들을 동원해 중앙대 재단의 숙원사업이었던 캠퍼스 통합을 성사시켜주고, 두산그룹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이명박 정부 후반기 교육부 정책 및 업무 등을 총괄하면서 중앙대에 특혜를 준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는 2011년 본교인 서울캠퍼스와 분교 안성캠퍼스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서울과 안성 두 캠퍼스는 별개의 학교로 구분했으나 이 특혜로 본교와 분교가 아닌 각각 다른 전공 분야를 둔 하나의 대학으로 인정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2011년 7월 본·분교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 한 달 후 교육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교육부는 이를 승인해주기 위해 같은 해 6월 본교와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통합 신청이 가능하도록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공표해 중앙대 의도대로 본·분교 통합이 가능해졌다.
당시 교육부 내부에서는 캠퍼스 통합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며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문제는 박 전 수석의 압력이 캠퍼스 통합 당시 외에도 두산 그룹의 중앙대 인수 시기에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많다는 점이다.
이 밖에 박 전 수석은 또 청와대 수석 퇴임 직후 자신이 설립한 뭇소리재단의 운영비 등을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아울러 중앙국악연수원 편법 증여 의혹, 장·차녀 교수 채용 특혜 의혹, 두산타워 상가 임차권 특혜 의혹, 자신이 이사장을 지냈던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국립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등도 나왔다.
두산에서 받은 특혜
사외이사·임차권 취득 등
검찰은 박 전 수석과 두산 그룹의 커넥션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그룹 소유의 중앙대학교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퇴직한 뒤 1년여 만인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임 시절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 통합 및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과정에서 교육부에 압력을 넣은 것에 대한 두산그룹의 대가성 보은 인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두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사외이사에게 평균 5800만 원 상당의 연봉을 지급했지만 박 전 수석이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이사회에 참석한 횟수는 8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재임 시절 대형 쇼핑몰인 동대문 두산타워의 상가 두 곳의 임차권(전세권)을 배우자 명의로 취득해 두산그룹의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청와대 재임 시절 부인 장모(62·여)씨는 2011년 각 면적이 16.20㎡인 두 상가를 한 곳당 1억6500만원에 분양받았다. 평균 수익률은 연 12%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수석은 임명 직후인 2011년 4월 관보에는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지만 이듬해 3월 배우자의 몫으로 건물을 신고했다.
일부에서는 두산타워가 5년 주기로 2009년과 2014년 상가 임대분양을 했고, 2011년에는 정기분양 시기가 아니었던 점을 들어 두산그룹이 청와대에 몸을 담고 있던 박 전 수석에게 ‘건물 로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장녀(34)가 나이나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정식 채용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두산그룹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검찰은 염두에 두고 있다.
중앙대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박 전 수석이나 박 회장 측은 둘 사이의 커넥션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국비 들여 연수원 짓고
재단 이사장 취임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뭇소리를 통해 국고를 횡령한 사실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지난 2008년 중앙국악연수원을 지으라며 경기 양평군에 있는 자신의 땅을 한 예술협회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군은 이 땅에 건축비 수억원을 무상 지원했는데, 완공된 중앙국악연수원 건물의 소유권이 재단법인 뭇소리로 넘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수석은 대기업을 상대로 중앙대 장학재단에 후원금을 출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어 중앙대에 대한 정책 관련 지원금 등 재정적인 특혜를 준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중앙대 중심으로
박범훈·이재오·MB 연결
박 전 수석과 중앙대 그리고 중앙대 재단을 소유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친이계 정치인들과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친이계 대표’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중앙대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의원은 2008년 중앙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의원은 ‘미스터 중앙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모교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줘 왔다. 또 ‘박용성 이사장-박범훈 총장’ 시절인 2009년에는 중앙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결국 박 전 수석과 이 의원은 대학 동문이다.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수석으로 발탁된 것도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 그만큼 둘 사이가 끈끈하다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박 전 수석 뒤에는 이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의혹은 총선에서 낙선한 다른 친이계 정치인들이 중앙대로 대거 들어오면서 더 짙어졌다. 중앙대는 2010~2011년 A씨를 겸임교수로, B씨를 특임교수로 채용했는데 이들은 모두 여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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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