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 문제로 전월실적 잘못 계산
사측 “확인 중…모두 보상할 것”
할인서비스가 누락된 BC카드는 IBK기업은행과 제휴해 2010년 4월 출시한 ‘IBK서울메트로hi카드’다. 해당 카드는 고객이 결제한 후 가맹점의 재고부족, 변심 등의 이유로 결제액 중 일부를 취소한 경우 결제액 전체 취소로 인식하는 오류가 5년 동안 일어났다.
일례로 한 고객이 여러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면서 10만 원 가량의 금액을 결제했다가 이 중 1만 원인 상품만 취소했을 때, 일부 취소가 아닌 전체 취소로 처리된 것이다.
이 카드는 전월 카드 결제액이 일정 기준의 금액을 넘으면 다음 달 교통카드 결제 시 할인서비스가 제공된다. 할인 범위는 100~300원 정도다. 그런데 결제 취소 인식의 오류로 5년 동안 할인서비스가 누락돼왔다. 이에따라 일부 고객들이 전월 실적을 채우지 못한 것이 돼 교통할인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BC카드의 시스템 설계 과정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스템 설계 과정부터 부분취소 기능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과거 대부분의 가맹점이 부분취소를 취급하지 않다가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으로 부분취소가 시작된 점도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의 부분취소 기능 누락 배경으로 거론된다. 잘 취급되지 않던 기능이었기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의 누락을 의심하게 된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오류가 다른 카드 상품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결제 프로세스 자체가 카드상품별로 따로 이뤄지는 게 아니므로 다른 상품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반복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BC카드가 은행, 카드사들과 제휴해 만든 교통할인 카드는 57종에 달한다. 일반 카드상품은 이보다 더 많다.
BC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민원이 발생되지 않아 발견이 되지 않았을 뿐 교통카드를 비롯한 전체에서 이 같은 시스템 오류가 일어났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또 특정 상품에 한정된 문제인지, 다른 일반 카드를 포함한 전반적인 오류인지에 대한 조사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잇따른 사고에 불안
이 같은 소식에 BC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교통할인 누락을 포함한 시스템 오류가 잇달아 일어난 탓이다.
앞서 BC카드는 지난 1월 연말정산 시 대중교통비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BC카드는 지난해 대중교통 사용액 일부를 일반 신용카드 사용액에 잘못 포함시킨 것을 연말정산 데이터 검토 중에 발견했고, 국세청에 정정 내역을 통보했다.
잘못 분류된 결제액은 170만 명의 650억 원, 1인당 3만8000원꼴이다. 대중교통 결제액의 경우 소득공제율이 2배여서 이용 고객들의 원성도 높았다.
또 지난 2월에는 전산 시스템 중 한 곳이 다운되면서 체크카드 사용이 불가능했던 사고가 일어났다. 자동 백업장치가 가동돼 10분 만에 다시 정상화됐지만, 임시 복구 과정에서 또 한 번 문제가 일어났다.
고객 A씨는 “교통할인 누락과 비슷한 오류가 반복해서 일어나니까 BC카드 이용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불안감도 생겼다”며 “연말정산 때도 오류가 있었던 바람에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했는데 고객들이 맘 편히 믿고 쓰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BC카드 측은 “시스템 정비에 들어갔으며 확인 후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모두 보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IBK서울메트로hi카드의 교통할인 서비스 누락으로 다른 카드들의 서비스까지 누락됐다는 의심이 있지만 이 카드에서만 발생한 문제다”며 “부분취소를 이용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피해 금액도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각 카드마다 할인 조건이 다르고, 설계가 달라진다”면서 “해당카드의 경우 할인 조건이 많아 설계도 복잡해졌고 이에 따라 별도의 전산 프로세스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고객들의 불안감에 대해서는 “연말정산 당시 일어났던 오류 등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연말정산 당시에도 BC카드가 먼저 오류 사실을 알리고 바로잡았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연말정산 당시 일어났던 오류와 이번 교통할인 서비스 누락은 전혀 연관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교통할인 서비스가 누락된 고객에게는 모두 누락된 할인 금액만큼 보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잇따른 전산 오류로 BC카드가 구설수에 오르자 카드업계 전반에서 시스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전산 시스템 점검과 비슷한 민원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고객 B씨는 “결제오류와 관련된 사고들은 다른 카드사에서도 가끔씩 일어났던 일이다”면서 “그동안 이런 사고가 있어도 소비자들은 뉴스를 통해 알게 되거나 개별 연락을 받기 어려웠다. 때문에 카드사들이 그동안은 모른 척 덮어오다가 논란이 되고 나니까 문제 해결에 나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카드사들이 스스로 점검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금감원도 제대로 조사해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