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알뜰폰 가입자가 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연평균 90%에 달하는 증가세로 급성장한 결과다.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폭발적인 성장이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이 같은 호재를 마냥 반기지 못하고 있다. 전파사용료 면제 유예, 도매대가 인하 등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정부 정책으로 알뜰폰 사업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이 끝난 후에는 적자로 돌아설 사업자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커져가는 알뜰폰 시장의 숨은 그림자를 짚어봤다.
전파사용료 면제 유예·도매대가 인하 불투명
알뜰폰 시장은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2012년 127만 명에서 2013년 248만 명, 2014년 458만 명으로 증가했다. 매일 5000명 정도가 가입하고 있는 것이며 연 평균 90%를 넘는 증가세다.
이에 힘입어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5일 기준 495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내 600만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폭발적인 성장이다. 저렴한 요금제와 우체국 등 오프라인 유통망이 결합된 것이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기본료가 없거나 1000원에 불과한 요금제들이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30대 이하 가입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에서 개통된 알뜰폰 중 10~20대 가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17.9%에서 지난 1월 18.3%, 2월 19%, 3월 19.5% 등 매월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500만 가입자를 넘어서는 자축행사를 열고, 온라인 허브사이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 뒤로 드리운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커진 외형에 비해 내실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알뜰폰 업계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알뜰폰 업계 적자규모는 900억 원에 달했다. 누적적자는 2500억 원이다.
또 전파사용료 면제 유예, 도매대가 인하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전파사용료 면제기한은 오는 9월 종료된다. 정부의 별도 조치가 없으면 당장 10월부터 연간 250억 원 규모의 전파사용료를 내야 한다.
업계가 적자 상태에 빠져 있는 현재로서는 큰 부담이 되는 돈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3년 추가 면제를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 내부 갈등으로 결정이 늦춰지고 있다. 세수 담당 부서와 물가안정 담당 부서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망 도매대가 인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도매로 빌려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낮은 도매 대가로 망을 임대하고 마케팅 비용 등을 줄였기 때문에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에 비해 50%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망 도매대가가 오르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점유율 10~15%선에서 나타나는 정체현상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알뜰폰 가입자가 2009년 250만 명에서 2013년 1375만 명으로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10%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선 후에는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질적 성장 도모할 때
뿐만 아니라 최근 SK텔리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기존 사업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시장 진입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알뜰폰 주말 개통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 OA)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주말 전산개통이 시작된 후 20일여 만에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알뜰폰 업계의 번호이동 건수의 55.3%를 차지하는 수준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반면 기존 일반 알뜰폰 업체인 CJ헬로비전과 KCT, 온세텔레콤 등은 높은 운용비용 때문에 주말 영업이 쉽지 않다.
한 관계자는 “주말 영업을 하면 전산이나 AS, 영업 등 모든 부분에서 비용부담이 가중돼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알뜰폰 업체들이 이동통신 3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최근 알뜰폰 업계에서는 “알뜰폰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가 요금제 공세에 머무르기보다 강력한 차별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란 지적이다. 즉, 알뜰폰 사업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하고, 단순히 가입자 수 증가를 넘어서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 알뜰폰 업체 소프트뱅크는 월트디즈니와 손잡고 ‘디즈니 on 소프트뱅크’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영국의 알뜰폰 업체들도 자사 사업과의 연계성을 높여 기존 이동통신사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테스코 모바일, 버진모바일 등은 기존 사업영역에 음악. 금융. 운송. 출판 등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부지원이 필요하지만 알뜰폰 업계도 자체적인 서비스 시스템을 확보해 차별화를 꾀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며 “아직까지 알뜰폰이 싸구려라든지 저렴하다는 이미지 이상의 것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