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속된 전세난 속 저금리 정책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30대가 주택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택구매 실수요의 세대교체 움직임이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는 달리 주택시장에 깔린 위험 요인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변수에 주택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수요자 거래 중심…공급과잉 이어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주택 매매 거래량은 27만53건으로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에만 11만1869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4% 늘어났다. 전달과 비교했을 때도 41.9% 증가한 수치며 한 달 거래량 기록으로도 최대에 달한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3만 45건과 14만8건으로 22.5%, 14.6% 늘어났다. 이 중 서울은 1분기 동안 4만5133건이 거래돼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재건축 계획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3구의 거래량의 경우 한 달 사이 2458건에서 3206건으로 30.4% 늘었다.
유형별로는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거래가 아파트 거래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거래량을 보면 아파트는 7만9312건, 연립·다세대 1만8954건, 단독·다가구 1만3603건으로 각각 22.8%, 30.8%, 25.6%씩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은 연립·다세대 36.9%, 단독·다가구 주택 45.4%의 거래량 증가율이 아파트 28.7%보다 훨씬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아파트 전세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 등으로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요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한 주 전보다 0.16%, 전세가는 0.21% 올랐다. 오피스텔의 경우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1분기 동안 16% 넘게 가격이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저금리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양시장 호조와 맞물려 은행별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금리 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재테크뿐만 아니라 대환대출, 신규대출자들의 문의가 은행별로 증가하고 있다.
또 상한제 폐지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상한제 폐지 후 분양가가 7년 만에 다시 3.3㎡ 당 2000만 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마지막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골디락스 찾아왔나
실수요 세대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40∼50대가 주택구매를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30대가 실수요자가 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지난 2월 39세 이하의 대출 잔액은 1년 새 23.6% 증가했다. 이는 4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 11.6%와 50대 7.9%, 60대 7.7% 증가율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출금 비중도 20.7%에서 22.7%로 상승했다. 동일 기간 50대 비중은 28.9%에서 27.7%로 감소했고, 60대는 16.1%에서 15.4%로 줄었다. 40대 비중은 34.3%에서 34.1%로 감소했다.
이는 전세난에 지친 30대의 젊은 층이 저금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구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세난은 전세 물량 자체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전세 구하기에 지친 젊은 세대가 주택 구매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성장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른바 ‘골디락스’ 현상이 주택시장에도 찾아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에 반해 집값 상승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6년 서울의 아파트가 1분기에만 4%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물가상승률 1.3% 보다 약간 웃도는 2.1% 에 그쳤다. 거래증가가 가격상승을 동반 시킨다는 부동산시장의 원칙이 깨진 셈이다.
또한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지난 2월 기준 64%에 달하고 아파트의 경우 70%까지 상승했지만 매매수요는 늘지 않고 전세가격만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이는 현재의 주택시장 거래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투기 목적의 수요가 함께 있어 상승폭이 컸지만 현재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또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거래가 더 많다는 점도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래는 늘되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인해 위험 요인이 간과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시장 상황이 좋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아직 자금 여력이 탄탄하지 않은 30대가 무리하게 집을 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향후의 금리인상 등 외부 변수에 주택시장이 취약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전문가는 “전세난이 워낙 극심하다보니 매매로 돌아선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분양가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미분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