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국세청의 체납세금 징수 활약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9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 결과 총 1조 4028억 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하거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세청에서는 재산추적조사 전담조직을 운영해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한 형사고발 및 차명재산 환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세금을 체납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어 관계자들은 골치를 썩고 있다.
“악의적 고액체납자 경제활동 불가능하게 만들 것”
직원 동원해 수색 막고 수색 중 현금 빼돌리기도
지난 9일 국세청이 발표한 체납처분 회피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의 범죄행위가 얼마나 지능적인지를 알 수 있다. 체납자들은 부동산 허위양도, 명의위장 사업, 해외은닉 등 지능적 재산은닉 행위로 국세청 관계자들의 눈을 속여 왔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철저히 대응해 해외은닉재산까지 추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세행정을 엄정히 집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체납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악의적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 및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미술품 수집상
배우자 명의로 박물관 운영
체납자 A씨는 부동산 양도 후 양도소득세 수십억 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사회적으로도 유명한 고미술품 수집·감정가로 고가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또 소유한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등 고의적으로 체납처분을 회피해왔다.
국세청 체납자재산추적과는 부인명의로 운영되는 박물관을 주목했다. 체납자재산추적과 직원들이 관람객으로 가장해 박물관을 탐문한 결과 A씨가 해당 박물관의 실질 소유주임을 확인하고 수색을 집행했다. A씨는 박물관을 운영하며 고미술품 감정·경매를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결국 수색을 집행과정에서 국세청 체납자재산추적과는 배우자와 경찰관을 수색장소에 동석시켜 탐문 시 녹취한 내용과 인터넷 등에 나오는 체납자의 인터뷰 내용 등을 제시한 후 전시된 수십억 원 상당의 도자기 청화유리홍쌍용이편병과 청화어조문하엽개관을 압류했다.
전직 건설사 회장
다이아·금목걸이 발견
중견 건설 회사를 운영했던 전 회장인 B씨는 종합소득세 수십억 원을 체납했다. 하지만 A씨는 서울 서초구 소재의 고급빌라에 거주하면서 호텔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고, 사치성 귀금속을 구매하는 등 호화롭게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A씨의 채권을 추심하고 체납자 명의의 압류부동산을 공매해도 체납세금에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체납자재산추적과는 B씨가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전에 자산을 숨기지 못하도록 가사 도우미 출근에 맞춰 거주지에 진입해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체납자 회사 직원들이 수색을 저지하기도 했으나 체납자재산추적과 직원들은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남농 허건의 산수화 1점, 5돈짜리 자수정 금목걸이 등 수억 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다.
유령회사 설립해 재산 은닉
차명계좌 이용
부가가치세 수억원을 체납한 C씨는 압류를 회피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사업체의 보유 재산을 모두 매각했다. 하지만 금융추적조사 결과, 체납법인의 자금으로 신규 법인을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체납자재산추적과는 체납법인과 부동산 취득법인, 각각의 대표자를 체납처분면탈범 및 방조범으로 형사고발했고, C씨는 형사고발 직후 체납액 전액을 자진 납부했다.
D씨는 섬유수출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출대금을 직원명의 계좌로 받아 세금을 탈루하고, 고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조세포탈범으로 고발됐다. D씨는 은닉한 자금으로 취득한 배우자 명의 고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호화롭게 생활해 왔다.
체납자재산추적과는 D씨의 배우자가 별다른 소득 없이 고가의 아파트 2채를 취득한 사실을 파악하고 추적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차명계좌로 은닉된 자금이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 취득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해 체납액 수십억 원을 징수했다.
부동산임대업자
수색 중 현금 빼돌리려
법인세 수십억 원을 신고 후 납부하지 않은 부동산 임대업체 대표 E씨는 서울 서초구 소재의 고급빌라에 거주하면서 고가 외제승용차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롭게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납자 명의의 부동산을 압류해 공매하고 있으나 체납세금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따라 체납자재산추적과는 E씨가 법인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어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기로 했다.
체납자재산추적과 직원들은 E씨의 거주지 수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색 집행 중 가사도우미를 통해 현금과 수표 수억 원을 빼돌리려다 적발됐고, 거실에 있던 가방과 장롱에서 수천만 원의 현금을 발견해 모두 압류 조치했다.
이밖에 국내 해운업체 사주인 F씨는 종합소득세 수백억원을 체납했다. 조사 결과, F씨는 해외 유령회사 명의로 대형선박을 보유하고, 자신이 대표자로 있는 법인 소유의 서울 강남 소재 고가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롭게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납자재산추적과는 F씨가 유령회사 명의의 선박을 매각 중이라는 정보를 파악하고, 체납자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선박 매매계약서를 발견해 선박 매각대금을 통해 체납액 전액을 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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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