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지기 앞에서 알몸 된 사모님
정원지기 앞에서 알몸 된 사모님
  • 이수영 기자
  • 입력 2010-01-12 10:52
  • 승인 2010.01.12 10:52
  • 호수 820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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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 상처 보이자 직접 벗었다”
15년 간 서울 강남의 최고급 주택에서 정원지기로 일해 온 조경사가 여주인을 납치해 알몸 촬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하다 덜미를 잡혔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허상구 부장검사)에 따르면 15년 간 모 기업 회장의 단독주택 조경을 맡아온 문모(48)씨는 지난해 12월 20일 안주인 박모 여인을 야산으로 유인해 감금하고 3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문씨는 감금한 박 여인이 스스로 옷을 벗는 동영상과 알몸 사진 등을 찍어 이를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경사는 왜 사모님의 알몸이 필요했을까. 또 사모님은 어째서 스스로 옷을 벗었을까. 강남의 최고급 정원을 무대로 한 두 남녀의 요지경 스토리를 파헤쳐봤다.

문씨는 박 여인을 납치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2월 22일 전북 완주의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납치한 그날 피해자를 풀어주면서 입금까지 사흘의 시간을 준 게 화근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지난달 20일 박 여인의 집을 찾아와 “사모님이 부탁한 산목련을 찾았다”며 함께 보러갈 것을 제안했다. 15년 동안 자기 집 마당을 제집처럼 드나든 문씨를 박 여인이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조경사 문씨, 자살기도 했었다

그는 순순히 문씨를 따라 나섰고 두 사람은 경기 양평군 양수리 야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에 산목련 따위는 없었다. 박 여인은 그 자리에서 문씨에게 감금돼 꼬박 3시간 반 동안 차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감금당시 문씨가 박 여인에게 보인 태도는 협박임과 동시에 애원에 가깝다. 운영하던 조경업체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 친데다 도박과 사채 등으로 2억원이 넘는 빚이 있었던 문씨에게 박 여인의 재력은 구세주나 다름없었을 터였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붕대를 감은 왼쪽 손목을 박 여인에게 보이며 을러댔다. 그는 “사모님, 살기가 죽기보다 힘들다. 오죽하면 자살을 시도했겠느냐. 지금 사채업자와 조직폭력배에 쫓기고 있다”고 매달렸다.

문씨는 또 “빚 때문에 나를 괴롭히는 사채업자와 조직폭력배가 인근에 있는데 사모님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기로 했다”며 “만약 사흘 뒤 3억5000만원을 내 계좌로 입금하지 않으면 폭력배들이 사모님의 신상명세와 나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트릴 것”이라고 겁줬다.

결국 박 여인은 문씨의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옷을 벗고 말았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문씨의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에 기록됐다.

거사를 치른 뒤 문씨는 이날 피해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흘 뒤 거액을 받기로 약속한 문씨는 곧장 전북으로 도피했다.

풀려난 박 여인은 고민 끝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입금날짜를 하루 앞 둔 지난달 22일 수사팀은 문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아냈다.

여기까지가 검찰을 통해 알려진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문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빌미로 괴롭힌 조직폭력배가 왜 제3자인 박 여인의 나체사진을 원했냐는 점이다.

문씨가 만약 재벌가 사모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들먹이며 조폭 자금에 손을 댔다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폭력배들이 문씨에게 ‘사모님의 은밀한 모습’을 담아오면 그 사실을 담보삼아 변제를 미뤄주기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폭 왜 박 여인 알몸 원했나

더구나 박 여인이 문씨의 애원 섞인 협박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실제 깊은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도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추측이 나옴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박 여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박 여인은 서울 논현동에 고급 단독주택을 소유한 모 기업회장의 부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또 강남과 수도권 일대 금싸라기 땅을 소유한 부동산 재벌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한 검찰 측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언론사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보도된 내용 외에는 해줄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가 대기업 회장 일가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뒤에도 수사를 담당한 경찰서가 어디인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이 박 여인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사모님 혹한 ‘산목련’이 뭐길래

산목련은 함박꽃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야생에서 자라는 꽃나무로 병충해에 강하고 꽃과 열매의 모양이 수려해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목련과 닮은 하얀색 꽃이 일품인 산목련은 예부터 순결한 처녀의 상징이었다. 사람의 손을 탄 산목련 꽃봉오리는 꽃이 피지 않고 져버리는 까닭이다.

화려함과 청순함을 동시에 풍기는 산목련은 정원수로 인기가 높지만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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