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마약복용과 집단성교 장면을 담은 동영상 파문으로 충격을 준 광주 H수련원이 사실은 사이비 종교단체라는 정황이 본지 단독 취재에 의해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H수련원 이모 원장은 친아들까지 동원해 수련회원들에게 거액을 편취하는 등 잇단 사기행각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05년 질병 치료 중인 회원에게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000만원을 편취해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다. 또 수련원 내부에서 회원 간 폭행 사건이 잇따르는가 하면 이 원장에 대한 신격화 작업이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마음을 정화한다’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더구나 H수련원은 국가로부터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서’를 획득해 방학 중 수행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도 많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련 내용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살인미수와 마약, 집단난교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H수련원의 실체를 <일요서울>이 현지 취재를 통해 낱낱이 파헤쳤다.
이 원장 “내가 하늘이다”
H수련원의 모체는 M수련원의 광주지원인 Y수련원이다. 이 원장 부부를 비롯한 Y수련원 핵심 회원들은 기존 수련법에 반기를 들고 독자적인 교육법을 개발해 지난 1999년 H수련원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에 대한 신격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빙의 현상을 수련의 한 방편으로 주장하는 이 원장은 “자신이 참이요, 하늘이다”는 주장을 펼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조직이 확장되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너희는 아느냐 천상의 소리를, 빛으로 난 자만이 안다”며 이른바 ‘7일간의 기적’을 연출했다. 이 원장 부부가 하늘의 어버이라고 주장하는 한 수련원생의 입을 빌려 “하늘의 어버이께 다같이 4배의 절을 올리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선언한 것.
사이비 종교단체의 의식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일명 ‘빛의 기적’과 ‘아수라장’ ‘감로의 기적’ 등 기이한 현상이 실제 일어난 것처럼 꾸며 회원들을 현혹했다는 얘기다. H수련회가 주장하는 ‘7일간의 기적’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여섯째 날 펼쳐진 ‘유정의 심판’이다.
“신계의 계단 앞에 서려면 자기의 거짓을 토해내야만 한다”며 무정의 시대에는 마음으로 참회했지만 유정의 시대에는 입으로 토해내어야만 거짓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잘잘못을 회원들 앞에서 직접 고백하고 말로써 참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의식이 바로 ‘상생재(相生齋)’다. 이는 죽은 자의 고(苦)를 푸는 천도재를 본 딴 것으로 죽은 자는 물론 산 자들 사이의 원한과 마음의 고를 완전히 풀어 모두를 살리는 ‘해원상생’ 프로그램으로 포장됐다.
“헌금 한번에 수백만원씩 내기도”
본지 취재진은 지난 12월 19일 문제의 상생재에 직접 참석했다. 이날은 1주일에 두 번 씩(화·토요일) 진행하는 집회 성격의 특별 수련 프로그램인 상생재가 열리는 날이었다. 보통 200~300명이 참여하는 상생재는 고통을 해소하는 수련의 과정으로, 사건 보도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
수련원 관계자는 “전체 회원은 1000명 가까이 되는데, 13단계의 수련 과정에서 4과정 이상의 수료자인 ‘정회원'은 500명 정도”라며 “상생재에는 정회원들만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가 시작된 지 1시간 쯤 지난 오후 6시30분께부터 본격적으로 회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고, 가족단위 수련생이 많았다. 수련생들은 대부분 흰색 옷을 입었고, 수련원 심벌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이들도 많았다. 일반 복장의 회원들은 수련원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수련원에 도착한 회원들은 1층 안내실에서 서명을 하고 상생재가 열리는 지하 대강당으로 향했다.
250여평 규모의 대강당 맨 앞에는 원장이 서는 강단이 있었고, 바닥에는 등받이 의자 200여개가 놓여 있었다. 여기에 수련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남녀 수련생들은 자리를 섞어 앉지 않았다. “성(性)적 욕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고 수련원 관계자는 전했다.
오후 8시부터 본격적으로 상생재가 시작됐다. 기도문 낭독이 끝난 뒤 이 원장의 강의가 이어졌다. 이 원장은 “조상의 ‘업’이 자신에게까지 내려온다며, 그것을 풀어야만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련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는 ‘참회’의 시간. 부모와 자녀, 부부, 친구 간에 쌓였던 문제를 서로 밝히고 해소하는 '고(苦) 풀이'가 자정까지 이어졌다.
상생재 전후로 수련생들은 ‘보시함’에 헌금을 넣었다. 헌금은 1만원부터 수백만 원에 이른다고 한 수련생이 귀띔했다. 이 같은 모습이 흡사 종교단체의 그것과 비슷해 “종교로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련원 관계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교를 초월한다”고 답했다. 그는 “하늘의 뜻은 하나인데, 그 뜻을 전하는 사람이 구미에 맞게 해석된 결과 기독교, 불교 등으로 나뉘어졌다”면서 “우리는 그 하나의 뜻을 찾는 수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짓 참회했다”며 폭행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상생재,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원 간 폭행사건이 발생해 법정공방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본지 취재결과 2005년 3월 H수련원의 전신인 M수련원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수련생들과 함께 과거의 죄상을 없앤다는 참회의 시간에 수련생인 최모씨가 동료 회원인 김모씨 등 2명을 폭행한 것. 최씨는 김씨의 등에 올라타 머리채를 흔들고 주먹으로 어깨와 등을 때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H수련원을 둘러싼 송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원장은 지난 2005년 12월 회원 나모씨의 남편 방모씨의 병을 낫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원장이 방씨에게 했다는 치료 과정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그는 방씨를 바닥에 눕게 하고 손바닥을 펴서 좌우로 회전시키면서 방씨의 환부에 빛을 쪼이는 듯한 동작을 했다. 이 원장은 자신을 “하늘의 말을 전하는 매개체”로 칭했으며 또 다른 회원 서모씨를 시켜 자신의 영험함을 증언하도록 시켰다.
서씨는 이 원장의 지시를 받고 방씨 부부에게 “병이 보인다, 하늘이 살려줬다, 이 원장에게 1000만원을 빨리 갖다 바치지 않으면 하늘의 공덕이 땅에 떨어져 버린다”라고 말했고 방씨 부부는 이 원장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러나 방씨의 병세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부인 나씨는 소송을 제기했따. 결국 이 원장은 사기 및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 그리고 상해 혐의로 징역 2년에 벌금 200만원, 3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원장의 사기행각이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수련생들에게 아들 최모씨가 ‘의통’(치료의 능력)을 가졌다는 취지로 강의를 했고 최씨는 방씨를 상대로 양다리, 복부 등에 침을 놓기도 했다. 최씨는 한의사 자격증은커녕 의술을 배운 적도 없는 무자격자였다.
“전형적인 혹세무민”
앞서 언급한 상생재의 문제점은 또 있다. 어린 청소년들에게 공개적으로 ‘참회의 시간’을 강요해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마음수련’ 방법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7일간의 기적’이란 사실불명의 기적설로 회원들을 획책하고 이 원장을 ‘하늘’ ‘어버아’라고 칭하는 H수련원 측의 주장은 그야말로 사이비 종교의 교리와 다름없다. 지난달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집단혼음과 마약 사건을 ‘하늘’께서 어찌 모를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H수련원 마약, 집단 혼음 사건은?
유명 탤런트와 의사 등을 포함한 남녀 수십 명이 마약과 집단 섹스를 탐닉한 광주 H정신수련원 사건은 지난달 전국을 충격으로 물들였다. 이는 H수련원 회원 10여명이 환각제와 집단 성관계를 미끼로 인기 탤런트, 의사, 교사 등이 포함된 회원 수십 명을 포섭한 뒤 이들을 이용해 이 원장을 살해하려 한 사건이다.
당시 이 원장과 H수련원 측은 마약과 집단혼음 등 수련원 내부 일탈행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는 유명 탤런트 K씨와 인기 여성 방송인 H씨 등 연예계 인사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지난 17일 살인미수와 절도, 협박,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H씨는 경찰이 관련 혐의를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취재본부=이태규 / 정재봉 기자]
부산취재본부=이태규/정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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