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또 “일부 문제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고백할 것은 고백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조치할 것은 조치해야 한다”며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비주류의 주장은 유신시대와 정수장학회를 거론해 사실상 박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발전연 소속 의원의 한 관계자는 당을 위한 고언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 문제로 당이 발목이 잡히면 이회창 전 총재가 겪었던 경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당시 병풍문제, 원정출산 문제 등 이 전총재를 향한 공격에 당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전면에 나서 대응한 부분은 집권 실패의 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표가 먼저 당을 위해 ‘털 것은 털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전총재의 재판이 돼서는 한나라당의 집권이 또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며 “발전연 소속 의원들의 주장은 박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고 당의 미래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제안인 만큼 대표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유신과 정수장학회 문제와는 연관이 없다”며 “박 대표가 있음으로 해서 나온 여권의 공격이기에 대표 스스로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구례에서 열린 연찬회 자리에서도 유신사과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토론에서 발전연 소속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여권이 과거사를 물고 늘어지니 벗어나자는 것”이라며 박 대표의 사과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박계동 의원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안 되고 장학회를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같은 주장을 해당행위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연찬회 자리에서 “여권에서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니 그게 못마땅해 장학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이냐”며 “공격받아도 내가 받고, 해결해도 내가 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또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라는 얘기가 많은데 이미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서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했다”며 “그런데도 또 사과하라, 사과하라 하는 것은 순수한 뜻이 아니라 대표 헐뜯기”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박 대표는 특히 “대표 흔들기를 좌시할 수 없다”며 “박근혜가 대표가 되면 탈당하겠다는 말을 지키라”고 까지 하며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표의 연찬회 ‘폭탄발언’에 일단 비주류 의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반격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 대표와 비주류 의원들 간 점점 고조되는 전운은 향후 한나라당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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