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배신당하는 기러기 아빠들
아내에게 배신당하는 기러기 아빠들
  • 사회부 기자
  • 입력 2009-12-29 12:34
  • 승인 2009.12.29 12:34
  • 호수 818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러기 아빠들의 잠 못 이루는 밤” 아내는 외도중
‘기러기 아빠’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외로움과 생활고에 자살을 선택한 기러기 아빠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외국에 동행한 아내들이 불륜을 저지르거나 이혼을 요구하는 등 홀로 남은 남편을 ‘배신’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내의 ‘현지불륜’ 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 남편들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자녀의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녀를 따라 해외로 나가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있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이상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아내들이 현지의 남성과 ‘불륜’ 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것.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40)씨는 “최근 기러기 아빠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장들이 늘고 있다”며 “2~3년 전만 해도 요리하는 법, 청소하는 법 등 살림 노하우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갔었는데 최근엔 아내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얘기가 오갈 정도” 라고 전했다.

이처럼 아내들의 ‘외도’ 가 늘고 있는 이유는 언어문제와 생활비 때문. 현지 언어에 빨리 적응하는 자녀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아내들은 언어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현지에서 슈퍼마켓이나 세탁소 가는일 등 생활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 남편들의 전언이다.

A씨는 “언어 문제로 아내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어학원의 강사에게 개인교습을 의뢰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륜’의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양여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몇몇 강사들이 “영어를 가르쳐 준다” 는 이유로 주부들을 유혹하기도 한다고 A씨는 덧붙였다.

언어문제와 더불어 아내들이 불륜에 빠지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문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난 경우 환율과 높은 물가로 ‘생활고’를 겪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언어문제와 현지 적응 문제로 취업이 어려워 남편의 생활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남편이 송금할 수 있는 돈은 제한적이라 현지에서 느끼는 경제적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에 현지에서 경제적 능력을 갖춘 남자를 찾는 여성들도 있다. 간혹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나 파출부 모집 광고를 보고 일을 나갔다가 현지 남성의 유혹에 넘어간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또, 아들을 둔 경우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기 위해 현지 남성에게 결혼을 제안하는 아내들도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현지남성’과 불륜에 빠지는 여성들의 경우 외국인이 먼저 접근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내들이 먼저 다가가는 경우가 더 많다” 고 말했다.

현지남성과 사귀거나 결혼하고자 하는 여성의 경우 대부분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이혼해 줄 것을 통보해온다는 것.

A씨는 “와이프가 현지 남성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며 “이혼 통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 들어와 서류를 정리하고 갔다” 고 전했다.

경제적 문제나 영주권 문제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하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 자녀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성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다 바람을 피우는 여성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홀로 남겨진 기러기 아빠들은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 사업차 서울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B(44)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집도 정리하고 원룸에서 외로움과 싸워왔다.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었지만 가족의 미래를 위해 꾹 참았다”며 “그러나 지난 세월은 모두 허사가 됐다. 그동안 누구를 위해 이토록 열심히 일했나 허탈한 마음만 든다”며 아내에 대해 분노했다.

이어 B씨는 “기러기 아빠 카페에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람도 상당수”라며 “이들 대부분은 홧김에 맞바람을 피우거나 분노감에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린다. 심지어는 회의감에 사표를 내고 술로 매일밤을 지세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내의 외도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남성 문제를 연구하고 상담하는 ‘남성의 전화’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러기 아빠들의 상담전화가 자주 걸려오는데, 아내의 외도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남성들도 꽤 된다”며 “사실상 아내의 외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외국에 나가있는 아내들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면 된다. 아내들의 판단을 믿는 수밖에는 없다” 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남편들이 가정을 위해 아내를 ‘포용’ 하는 수 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어 조기교육 열풍으로 자녀들의 조기유학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기러기 아빠들의 ‘근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유학’은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기러기 아빠 B씨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둔 B씨. 그는 아들의 ‘조기유학’을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조기유학 후 B씨는 15년간 가꿔 온 가정을 잃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영주권’을 목적으로 외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B씨에게 이혼을 요구해온 것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다던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가족이 떠난지는 얼마나 됐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아내와 아들이 도미한지는 3년 됐다. 달러 환율이 높아 살던 집을 정리하고 회사 근처의 작은 오피스텔로 옮겨 지내고 있다.

- 지난 3년간의 생활을 돌이켜본다면.
▲ 그동안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 살림을 전혀 할 줄 몰라 애를 많이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림은 어느 정도 손에 익어 괜찮았지만 아플 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다.

- 형제나 친척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을텐데.
▲ 주위에서 ‘기러기 아빠’ 로 사는 것에 대해 반대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왠지 도움을 받기 꺼려졌다. 아들만 잘 될 수 있다면 참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것은.
▲ 작년 봄,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국 생활에 안정이 되어가고 있고 마침 아들과 나를 후원해 주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해야겠으니 이혼해달라는 것이었다. 남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 친구였는데 파티 때 만났다고 전했다. 결국 아내는 그 해 여름 서류 정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 왜 이혼에 합의했나.
▲ 처음엔 완강히 반대했었다. 그러나 아들의 병역문제를 거론하며 아내는 이혼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아내에 대한 배신감에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고 싶었다. 또, 아들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었다.

- 가정이 붕괴된 것에 대한 심경은.
▲ 착잡하다. 조기유학을 떠나기 전 어느 가정 못지 않게 행복하게 살았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조기유학은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동안 누구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일했는지 후회가 된다.

[사회부]

사회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