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논평 DB’ 실종 전말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논평 DB’ 실종 전말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4-06 10:46
  • 승인 2015.04.06 10:46
  • 호수 109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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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소홀? 아군 총질 흔적 지우기?

2014년 3월 DB는 새정치연합, 2011년까지 자료는 역사 속 정당에 보관
새누리당은 2004년 DB 체계적으로 관리…야당 내 일부 “정당의 수치”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시민명부가 실종된 데 이어 이번에는 ‘새정치연합 대변인 논평 DB’ 일부가 실종된 사실이 [일요서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실종된 경위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자료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새누리당이 2004년까지 논평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편 대변인 논평이 분실된 것을 둘러싸고 분열과 통합 과정이 아군에 총질했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료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새정치연합 대변인 논평 DB 실종’ 사건을 따라가 봤다.    

지난달 말. A대학 대학원생 김모씨는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실에 전화문의를 했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이었던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이 발표했던 대변인 논평을 참고로 논문을 쓰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정치적 시대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판단했고, 당연히 당에서도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는 당황했다. 수화기 너머로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던 것이다. 박 씨는 별 말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지만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토로했다.

당이 걸어온 지표인데

실제 [일요서울]이 새정치연합 홈페이지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2014년 3월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중심이 된 새정치연합과의 합당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재탄생 이후의 대변인 논평 DB만 존재했다.

게다가 민주당 대변인 논평 DB는 합당되기 전인 ‘민주당 홈페이지’에 2011년까지의 DB만 보관되어 있다. 합당을 선언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는커녕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야당이 정당의 자산으로 불리는 대변인 논평 DB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대변인실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홈페이지에 2014년 3월까지, 민주당 자료는 2011년까지 대변인 논평 DB가 구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등의 자료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로선) 열린우리당 등의 대변인 논평 자료는 없다”며 관리 소홀로 인한 분실을 인정했다. 2011년 이전 대변인 논평 DB의 행방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야당 일부 관계자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정당의 수치’라고 맹비난했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정치적 시대상황과 정치적 스탠스, 여야 관계에 대처한 당의 전략 등이 담겨 있는 대변인 논평 DB가 사라졌다는 것은 정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이 걸어온 지표이고, 당의 시각과 각 사안에 대처하는 당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자료인데”라고 허탈해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당의 무능함과 자중지란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라고도 했다.

통합과 분열이 원인?

그렇다면 열린우리당 등의 대변인 논평 DB가 왜 실종된 것일까. 야당은 통합과 분열로 인해 당명이 여러 차례 바뀐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실제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이 창당했다. 새천년민주당과 개혁국민정당,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세력이 합쳤던 것. 이후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으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민주당과의 합당을 주장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탈당파로 구성된 중도통합민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비롯한 한나라당 탈당세력 등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또 2008년 2월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통합민주당이 출범했고, 당명을 ‘민주당’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2011년 12월 친노세력이 추축이 된 ‘혁신과 통합’ 등과 합쳐 민주통합당이 됐다. 그리고 2013년 5월 민주통합당은 또 다시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는 등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왔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변인 논평 DB가 실종됐을 것이라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통합과 분열로 인해 대변인 DB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며 “과거 자료를 홈페이지에 둔 이상 쉽게 관리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에서는 분열과 통합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당시 적군이었던 인사가 아군으로 바뀌면서 그들에게 흠집냈던 자료를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잖다.

새누리당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2004년까지 DB를 홈페이지에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이 바뀌었음에도 정당의 자산을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선거인단 명부도 실종

상황이 이런 가운데 야당 DB실종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012년 전당대회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참여한 시민선거인단 36만여 명의 명부가  분실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올해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친노계는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시민선거인단의 투표 참여를 요구했다. 반면, 비노에서는 과거 친노 지지자 위주로 구성된 시민선거인단을 전당대회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인사는 “새정치연합은 정당으로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반면,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췄다”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어 “아주 세세한 것에 불과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체계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제1야당의 모습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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