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선 참패론=문재인 위기론’실체
‘4.29재보선 참패론=문재인 위기론’실체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4-06 10:44
  • 승인 2015.04.06 10:44
  • 호수 109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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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선거전략 ‘NO’, 이길 생각조차 없었다?”

 “전략공천 배제, 무기력한 정당 자초?”…‘정도’로 가다 위기 자초
 천정배-정동영 구애 미흡으로 ‘야권분열’ 초래…文은 대권행보 집중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말 그대로 ‘멘붕(멘탈이 붕괴됐다는 인터넷 은어)’ 상태다. 재보선 전패론이 당내에서 강하게 일고 있고, 그것을 뒤집을 만한 묘수조차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우클릭 행보를 통해 ‘경제정당론’을 강조하며 중도 노선을 이끌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재보선에 출마한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기세도 매섭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에서는 재보선 지원 여부를 놓고 비노와 친노 간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문 대표의 행보는 돌이켜보면 당대표 취임 이후 외연확대 명분하에 대권 행보에 맞춘 모습이다. 재보선 지역 공천을 놓고 당 일부에서는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끝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구나 정 전 의원과 천 전 의원이 탈당을 선언할 때도 적극적인 구애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권 광역단체장과의 회동을 하는 등 대권행보만 취하고 있다는 게 당내 평가다. 문 대표가 ‘대권’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보니 스스로 재보선 전패론에 불을 지폈다는 얘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표는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 지원에 목을 매고 있지만 승리할 수 있는 비책은 없는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 것이며, 왜 ‘재보선 전패론’을 넘어 ‘문재인 위기론’까지 번지고 있는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재보선 전패론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문재인 대표가 결정적으로 골대 앞에서 골을 놓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기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당직자는 이에 대해 “야권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야권 분열 구도 속에서 치르는 선거다. 양승조 사무총장이 ‘1석만 얻어도 승리’라고 말한 것은 문 대표가 선거로 인해 큰 타격을 받지 않게끔 하려고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정당론 등으로 인해 문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해 다소 주춤할 수 있어도 내년 총선과 대선 행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문 대표가 정도로만 가는 것이 ‘야당 전패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1석 이겨도 승리?
재보선 책임회피용

사실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면서도 전략공천, 야권연대는 없다고 천명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기는 선거구도’를 만들지 않았다는 해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오히려 재보선에 대한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가 욕을 안 먹으려고 무난한 방법을 택한다면 무난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전략공천의 잡음을 두려워해 이기는 선거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선이 좋은 것도, 전략공천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이길 사람을 내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당 지도부가 1석만 이겨도 승리라고 말한 데 대해) 그건 패배다. 새누리당이 할 얘기를 야당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책임 회피를 하려다보니 지는 선거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는 “선거 연대, 전략 공천, 정권 심판 네거티븐 없다”고 공언했다. ‘정도를 가겠다’고 공언한 만큼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대신 ‘1석만 이겨도 승리’라며 승리 기준을 낮췄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략공천을 배제함으로써 이기는 선거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

실제 문 대표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경기 성남 중원 출마 요청을 위해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경선에 참여해달라며 경선 흥행을 도모하려 했지만 김 전 교육감은 부정적이었다. 당내 경선에 합류해 패배할 수도 있어,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천정배 전 의원의 경우도 그렇다. 문 대표는 천 전 의원을 만나 ‘당내 경선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천 전 의원이 거절했다. 당내에서는 “전략공천을 배제해 천 전 의원을 놓쳤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는 야당의 무력감을 스스로 부각시켰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반응이다.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기 위해선 일정부분 거물급 인사 차출이 불가피했지만 줄곧 문 대표는 당내 경선 참여를 줄기차게 강조했다. 선거전문가들은 물론 당내에선 유권자들에게 선거 승리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문 대표의 선거 승리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비판론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예 판을 키우지 않았다”며 “야당이 전략공천을 안했다는 것을 자랑할 일은 아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천 전 의원과 정 전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이 재보선 전패론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야권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면서 ‘야당 전패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탈당 만류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이 큰 문제였다는 게 당내 일부 인사들의 지적이다.

실제 정 전 의원의 탈당을 문 대표가 만류했다고 하지만 정작 정 전 의원은 “전화번호만 찍혀있었을 뿐 통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천 전 의원도 새정치연합과 무소속 출마, 국민모임 합류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문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 뒤 여당 광역단체장을 만나 대선 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비노 진영 측 한 인사는 “천-정이 탈당하는 과정에서 ‘당근’도 주지 않고 구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야당 광역단체장을 만날 때 오히려 이들을 한 번 더 만나 설득했다면 ‘재보선 전패론’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 대표가 ‘경제정당’을 내세운 것이 뜬구름 잡기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 지갑을 두툼히 하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유능한 경제정당’을 기치로 재보선에 임하고 있다. 경제정당인 야당에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文에게 재보선은 없다”
총선에 시계추 맞췄지만…

이러한 방향에 대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재보선 전략보다는 총선 전략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연장선에서 정책 경쟁만으론 재보선이 힘들다는 의견이다.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재계 반발 등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경제민주화의 경제인지, 창조경제의 경제인지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과거 홍종학 의원이 제시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처럼 이벤트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최소화하면서 대권 행보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당을 내세운 것도 지난 대선에서 5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정권교체 필요성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50대 이상 유권자들을 잡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당내 인사들의 안일한 판단과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구을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와 천 전 의원의 자체연론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천 전 의원이 앞서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이것조차 부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두 자리로 격차가 벌어지지 않고 한 자리 격차를 보이고 있어, 후보가 정해지면 이길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설상가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준 것이 뭐 있느냐는 여론보다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감이 더 크다. 특히 광주의 경우 유권자들이 결국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또 서울 관악을에서도 정 전 의원이 출마해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김희철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당시 28.47%를 얻었고 야권후보로 나선 이상규 후보가 38.24%를 얻어 승리했다. 이 같은 사례를 들며 ‘2석’은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야권 텃밭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즉, 천-정에 대해 야권분열을 일으킨 장본이라며 야당 유권자들이 야당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서울 관악을 선거에 올인하면서 야당에선 2석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서강화와 성남 중원에서도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와 신상진 전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광주에서도 예상과는 달리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가 뒤지고 있어 야당 전패론이 현실화될 위기에 놓였다. 한마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다급해진 문재인
박지원 만났지만…

그래서일까. 문 대표는 계파 수장들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지난 2일 만찬을 겸한 원탁회의를 열었다. 또 이날 원탁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박지원 의원을 별도로 만났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박 의원을 만나 재보선 지원을 요청했던 것.

문 대표는 "재보선에서 승리하려면 동교동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이번 일을 정리하겠다"고 전했다.  일단 양측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이 재보선 지원에 나서도 '얻을 게 없다'며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 여전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교동계 내에서는 여전히 친노에 대한 반감이 있는 상황이어서 지원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야당 전패론’과 ‘문재인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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