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핵심, 환전 차익 불법자금 의혹
MB 핵심, 환전 차익 불법자금 의혹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4-06 10:12
  • 승인 2015.04.06 10:12
  • 호수 109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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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KAI 방산비리 감사 내막

“환전 차익 등 빼돌려 10억원 불법자금 조성”
KF-X사업 우선협상자 선정…배경 추측 난무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감사원이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이면서 그 내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감사원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지난 1월부터 방산비리특별감사단에서 KAI를 상대로 기동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KAI 운영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KAI가 환전 차익을 회사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에 입금하는 식으로 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에서는 KAI가 이 같은 수법으로 10억원 상당의 불법적 자금을 조성하고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무기획득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KAI가 수리온의 원가정산 자료, 직원들의 정치 후원금 내역, 취업 현황 등을 제출받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무기국산화사업에 지난 정권 실세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감사원은 일단 억측을 경계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방산 비리 특별감사단에서 KAI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KAI 운영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했다.

KAI에 대한 감사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이 이명박(MB) 정권 시절 여러 비리의혹이 제기됐던 KAI의 비리를 조사 중”이라며 “감사원 조사 이후 검찰의 칼날이 MB정권 핵심실세를 넘어 MB를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감사원이 감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건군이래 최대 무기개발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KAI가 선정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KF-X 사업은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 F-5를 대체하고 2020년 이후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성능을 갖춘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사업이다. 기동성은 현재 공군 주력기인 KF-16과 유사하지만, 탑재되는 레이더, 전자장비 등은 더 우수한 '미들급' 전투기를 2025년까지 개발, 2032년까지 120대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개발비(8조 5000억 원)와 양산비용(9조 6000억 원)을 합해 18조 1천억 원이 투입되는 건군이래 최대 무기사업이다.

KAI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경공격기 FA-50, 기동 헬기 ‘수리온' 등 국산 항공기를 개발한 경험 등 면에서 대한항공 측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AI는 오는 5월까지 기술과 가격 등에 관한 세부 협상을 한 뒤 6월께 방위사업추진위를 속개해 KF-X 체계 개발 계약을 할 예정이다.

MB정권 그림자 지우기

국방부와 방산업계 소식통들은 정부와 감사원의 움직임과 관련, KAI가 이명박 정부 때 여러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부터 조사를 벌여왔으며 최근 구체적인 내용을 캐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KAI의 상품권 로비와 환전 차익을 이용한 비자금 로비를 감사하고 있다. KAI가 최근 수년간 구매한 50여억 원 상당의 상품권 중 30여억 원가량이 공군 간부와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흔적이 감사원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 공군 고위 장성의 아내는 KAI로부터 받은 백화점 상품권으로 TV를 구매했으며, 애프터서비스(AS)까지 받은 내용도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공군 장성 아내는 상품권을 사용하고 현금영수증을 받아 감사원에 적발됐다는 말이 나돈다. 방산업계에서는 군뿐만 아니라 정·관계, 특히 국회 국방위원들에게도 상품권 로비가 있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그러나 상품권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공군 장성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원은 KAI가 환전 차익을 회사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조성하고, 로비에 사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와 관련된 부분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감사원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무기 획득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정·관계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이미 MB정부 때인 2011년에도 제기된 바 있는데, 당시 정권 핵심실세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말이 사정기관 주변에 돌았다.

KAI 측은 최근 감사원 조사로 일고 있는 의혹에 대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권은 정치권 로비 용도가 아니라 전 직원에 대한 추석·설날 등 명절 선물, 우수 사원 포상 용도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전 차익을 이용한 불법 자금 조성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말 국감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과 민영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문재인 의원(현 새정치연합 대표)은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가 잠복상태인지 아니면 완전히 중단된 것인가”라며 “지금 정부도 민영화를 좋아한다. 혹시라도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면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매각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새정치의 한명숙 의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 문제를 질의했다. 이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는 KDB금융그룹 홍기택 회장은 “추후 통합하면 매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AI매각에 정치적 입김

이명박 정부 말기, 정부가 지분 일부를 소유한 KAI의 민영화를 석연치 않은 절차와 방법으로 강행해 논란이 인 적 있다. 정부가 9조 원이나 쏟아부어 T-50, KT-1, 수리온 헬기를 개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항공기업을 구체적인 사유도 없이 매각하려 하자 뒷말이 무성했다. KAI를 민간 기업에 넘길 경우 그동안 구축한 항공기 개발 체계 기반이 붕괴되리라는 우려가 방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동시에 이 매각을 정권 말기에 정권 핵심 인사들이 추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KAI 민영화 추진은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데 검토해보라”고 지식경제부(지경부)에 지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부채비율이 금년 상반기 기준 829%에 달하는 대한항공이 부채비율 107%인 KAI를 인수할 경우 항공기 개발을 위한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동반부실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대한항공 측은 지속적으로 KAI 인수를 시도했고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들도 대한항공에 KAI를 넘겨주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정책당국의 의견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이때 KAI 지분을 소유한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에 공문을 발송해 “대한항공이 외부자금 조달로 KAI를 인수할 경우 (대한항공이 약속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제반사항 준수가 곤란할 것으로 예상돼 부정적”이라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수의계약으로 KAI를 인수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정권 말 깜짝 놀랄 일이 발생했다. 김대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관해 경제수석실, 지경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회동이 있었고, 여기서 KAI 매각 대책이 논의됐다. 그리고 이 회의가 열리고 열흘 후 매각을 주관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수의계약도 가능하다”며 기존 견해를 바꾸고 이미 유찰된 매각을 재공고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는 수의계약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고 결국 현대중공업과 한화 등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매각작업은 아직 표류하고 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던 와중에 입찰 마감시한을 앞두고 현대중공업이 전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성립된 것이다.

청와대의 ‘대한항공 밀어주기’가 노골적이라는 야당과 노동계 비판이 고조되던 2012년 9월 27일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여는 무성한 추측을 낳았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측 정몽준 선거대책본부장이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것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박 후보를 돕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은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것을 두고 의문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 회의 이후 지경부 주요 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현대중공업이 KAI를 인수하려는 진정성에 의문이라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하려고 대한항공은 실사 인원 30여 명을 투입해 인수 준비를 하는데 반해, 현대중공업은 2~3명에게만 실사 책임을 맡긴 채 남의 일처럼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수사 둘러싼 수상한 소문이 무성하지만 박근혜 정부도 KAI매각을 적극적으로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소문은 하나 둘이 아니다. 심지어 “KAI와 관계된 여권인사들이 기업과 연계해 KAI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며 “KAI매각을 놓고 여권 핵심인사들이 기업과 은밀히 물밑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MB정부 때와 비슷한 소문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과거 KAI의 상장을 앞두고 MB정권 핵심 실세들의 주가조작 의혹이 무성했다. 이번에도 KAI매각을 놓고 여권 실세들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 간의 검은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사정기관 조사를 통해 KAI의 주가와 매각단가를 낮춘 뒤 매각을 적극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KAI를 대기업이 인수한 직후에는 KAI가 정부의 협력으로 대형사업을 수주하면서 주가가 폭등하는 시나리오가 증권가에서 그려지고 있다.

매각이 진행된다면 앞서 인수의사를 표명했던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삼성테크윈 등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보인다. KAI의 매각작업은 2015년 내에 결정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최근 삼성·한화그룹이 방산사업을 놓고 근 2조 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가운데 한화 측이 제2, 제3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를 통해 거머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10%)을 경영권 확보 수준까지 늘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는 방위산업 확장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화는 KAI인수 추진을 놓고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분석한다.

또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분야와 항공기 엔진, 광학장비와 탐색장비 등으로 방위 사업 분야를 확장시킬 전망이다. 삼성테크윈의 군수·민간용 항공기 엔진 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30%에 달하고 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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