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하는 안철수 부활 승부수 띄운다
추락 하는 안철수 부활 승부수 띄운다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4-06 10:04
  • 승인 2015.04.06 10:04
  • 호수 1092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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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속출…지지율 6위
▲ photo@ilyoseoul.co.kr

포스코 이사회의장 등 악재 속출…지지율 6위
경제 콘서트로 청춘 콘서트의 영광 재연 시도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안철수 국회의원이 들어오시면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국회라는 곳이 그렇게 간단한 곳이 아니다. 결국 300분의 1로, ‘제2의 문국현’ 역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2013년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의 앞날을 예측한 말이다. 한 때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의도 정치판에 들어오면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명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당시 ‘제2의 문국현론’도 흥미로웠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도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기업 CEO로 있다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대권을 넘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한때 ‘문국현 현상’을 일으키며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07년 대선 때 자신이 창당한 창조한국당 간판으로 출마했으나 5.8% 득표에 그쳤다.

참모진 등 돌린 인물 많아

정치판에서 모진 풍파를 다 겪은 박 의원의 예언대로 안 의원은 지금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안철수 멘토’를 자처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떠났고, 참모진 중에도 등을 돌린 인물들이 많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러 가지 악재가 속출하면서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5, 6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최근에는 사정 한파의 중심에 선 포스코의 사외이사와 이사회의장을 지낸 경력이 문제가 됐다.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다. 포스코의 부실인수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인 2010년 4월엔 이사회 의장이었다. 6년 동안 7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경영진 감시를 소홀히 했고, 결국 ‘거수기’ 노릇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안 의원의 석연찮은 해명도 논란을 일으켰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사건의 본질은 새누리당 권력실세의 비리 의혹”이라고 말했다. 또 참모들에게는 “당시 회계법인, 법무법인, 증권사에서 작성한 조사분석보고서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사측에서 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해명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또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도 경영감시 소홀이란 본질은 외면한 채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신선한 인물’이란 이미지는 사라지고 기성 정치인의 수사를 닮아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안 의원이 추락하면서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2011년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을 때 모여들었던 인물들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원내에서 든든한 우군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도 최근엔 안 의원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의원회관의 보좌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세력 없어 어정쩡한 상태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A씨는 “안 의원을 실무적으로 도왔던 참모들이 지금은 대부분 문재인 캠프에 몸담고 있다”고 밝혔다. A씨 역시 현재 문재인 대표의 대권플랜을 돕고 있다.

안 의원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존재감 부각이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 구도로는 안 의원이 설 땅이 없다. 친노와 비노로 확연히 구분된 상황에서 안 의원은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다. 독자세력을 구축해야 하지만 대권주자 지지율이 5, 6위로 추락한 상태여서 별도의 ‘안철수계’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같은 부산 출신인 문재인 대표가 버티고 있어서 지역 기반에 기댈 수도 없다.

정치평론가 B씨는 “정치는 세력이다. 당내에 세(勢)가 없으면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안 의원의 한계가 이미 드러난 만큼 ‘제2의 안철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희박하다. 부활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안 의원에게도 나름대로 부활을 위한 시나리오가 있다. ‘새정치’ 이미지 대신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자리매김이 핵심이다. 안 의원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추구한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안노믹스’(안철수+이코노믹스)를 전파시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작업이 ‘경제 콘서트’다. ‘안랩’을 창업한 기업인 출신으로서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또 문 대표가 최근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좌담회를 갖는 등 경제행보를 본격화한 데 대해 ‘경제는 내가 한 수 위’라는 메시지를 던진 의미도 있다.

안 의원은 3월 25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경제와 복지 문제를 주제로 공개 좌담회를 가졌다. 안 지사도 야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경제’ ‘복지’를 연결고리로 정책연대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쌓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사람이 연대해 차기는 안철수, 차차기는 안희정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관측도 있다. 안 지사는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 의원은 앞으로도 경제콘서트를 이어 갈 예정이다. 이는 자신을 전국적 인물로 만든 ‘청춘 콘서트’에 대한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 안 의원은 2011년에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전국을 순회하며 토크 콘서트를 열어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청춘콘서트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경제콘서트는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중장년층에게 ‘안노믹스’를 전파하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때마침 안철수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장(場)도 마련됐다. 4·29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전국 4곳에서 실시되는 재보선에 문재인 대표는 사활을 걸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휘봉을 쥔 후 처음 치르는 선거인만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맞상대가 차기 대권의 강력한 경쟁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하지만 선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야권 중진인 천정배 전 의원이 탈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데다, 정동영 전 의원마저 진보신당 추진체인 ‘국민모임’ 간판을 달고 서울 관악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다급해진 문 대표는 당의 중진들에게 연일 ‘SOS’를 치고 있다. 그러나 2·8 전당대회 때 경쟁을 벌였던 박지원 의원 등은 선거지원에 미온적이다. 호남에서 영향력이 있는 박 의원의 선거판 거리두기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일부 중진의원들도 뒷짐을 지고 있다.

‘문재인 도우미’로 승부수?

이 같은 상황에서 안 의원이 ‘문재인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 지원유세에 적극적이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문 대표와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친노 인사다. 안 의원은 정 후보를 돕는 것으로 문 대표와의 우호관계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셈이다.

안 의원은 또 이날 저녁 문 대표가 선거지원을 당부하기 위해 당 중진들을 초청한 원탁회의에도 참석했다. 박지원 의원은 다른 강연 일정을, 김한길 전 대표는 감기를 이유로 불참했다.

결국 안 의원은 안희정 지사는 물론, 문 대표와도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도울 건 도우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구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은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다른 중진들과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문 대표를 도와 재보선을 적극 지원하는 일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한다. 또 선거 지원유세 과정에서 문 대표의 들러리로 비쳐질 위험성도 있다.

안 의원의 측근인 B씨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현 시점에선 정치 이벤트가 있으면 무조건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추락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안 의원이 4·29 재보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문재인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런 적극적 행보는 참신하게 느껴진다. 대중정치인으로서 거듭 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1년여 전과는 전혀 달라진 정치현실을 인정하고 등고자비(登高自卑)하려는 안 의원의 노력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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