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출신’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
‘성매매 출신’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4-06 10:02
  • 승인 2015.04.06 10:02
  • 호수 109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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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잡고 살아보려는데 꼬리표 때문에…”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인기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가 결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과거 행적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예쁜 외모와 몸매, 패션 센스로 20대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A씨는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 A씨는 쇼핑몰과 화장품 사업 등을 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언제까지 따라다녀야 하는 것이냐는 의문도 생기고 있다. 과거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 또한 “과거의 일을 언제까지 들먹이나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 출신’ 꼬리표는 과연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일까.

여성들의 워너비 A양 과거 ‘어두웠던 일’ 폭로당해…
탈 성매매 막는 가장 큰 방해물… “언제까지 따라오나”

8년 전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던 A씨는 예쁜 외모와 늘씬한 몸매, 그리고 뛰어난 패션센스로 당시 20대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A씨의 쇼핑몰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이 증가해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A씨의 인기 상승과 함께 그의 과거 또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A씨의 과거 동창들이 웹 사이트에 A씨의 과거사진을 유포했다. 뿐만 아니라 경쟁 쇼핑몰을 운영하던 B씨는 A씨가 성매매 여성 출신이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자신이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주장을 부인했지만 당시 모습으로 추측되는 사진이 유포되면서 기정사실화 됐다. A씨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서서히 식어갔다. 그러다 지난달 결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것이다.

 과거 폭로 대처방법
‘부정·무시·법적대응’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사람은 A씨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Y씨 또한 최근 결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Y씨가 ‘텐프로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던 것이다. 꼬리표의 출처는 바로 Y씨의 미니홈피다. Y씨의 미니홈피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말세네 내 돈 가지고 쇼핑하면서 돈 떨어지면 술집 가서 마이킹땡기고 또 남자 만나 몸 팔고’ ‘씁쓸하네. 술집 다니면서 빚을 까달라고 온갖 폭행을 하다가 내가 왜 내 집 팔아서 빚을 까줘야 하는데?’ 등의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Y씨는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Y씨는 “‘텐프로 출신이다’는 악성루머를 퍼트리는 누리꾼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은 Y씨에게 악성 댓글을 단 9명에게 200만 원 이상의 약식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Y씨의 이런 반응에 대해 성매매 여성들은 ‘콧방귀’를 뀌는 분위기다. 성매매 여성 김모씨는 “조용히 살면 시끄러울 일도 없을 텐데… 사실을 말해도 법적대응이 되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성매매 여성 이모씨는 “마음잡고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주위에서 흔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는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 봐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씨는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말이 10년이 넘도록 따라붙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과거가 폭로됐을 때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무조건 우기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만났던 ‘손님’이 아닌 이상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 성매매 출신 여성들의 전언이다. 이 씨는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성적모욕, 욕설 등을 듣는 경우도 있다”면서 “무조건 아니라고 우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무시’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시를 하면 곧 사람들의 궁금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경우 결국 퇴사를 해야 한다”면서 “성매매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
 VS “지울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성매매 특별법 위헌 제청을 두고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강자 전 종암서장은 “성매매 여성들의 탈 성매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탈성매매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성매매 출신’이라는 꼬리표다.

성매매 여성 C(23)씨는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 내 과거가 들통날까 봐 두려워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많은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주변에서 살펴보면 다른 일을 시작했다가 과거가 소문이 나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씨는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성매매가 엄연히 법에 위반되는 일인 만큼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인 김모(32)씨는 “회사에 소속되는 순간 그 사람은 회사의 한 부분이 된다. 개인의 명예는 곧 회사의 명예와 연관될 수 있다. 때문에 회사원이 성매매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회사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모(31·여)씨도 “성매매 여성들이 그 일을 선택한 것은 본인의 자유듯이 그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도 내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불법 행위를 일삼은 사람들과 동료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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