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양성화 된 검은 돈 ‘접대비’
[재계는 지금…] 양성화 된 검은 돈 ‘접대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4-06 09:25
  • 승인 2015.04.06 09:25
  • 호수 1092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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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 vs 규제완화 ‘김영란법’ 앞두고 논란

▲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접대비 항목을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필요하다는 측과 공정한 경쟁 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를 두고 기업 내부적으로도 해석이 각기 달라 쓰는 부서와 주는 부서 간 마찰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업 외부에선 김영란법 제정을 앞둔 시점에 접대비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기업의 접대비는 2005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증가한 만큼 그 역할도 무시 못 한다는 게 해당 임직원들의 하소연이다.


 2000년 이후 2005년 빼고 매년 급증…사실상 삭감 어려워
 골프·식사접대 vs 기밀비·사례금…‘역기능만 강조는 잘못’


접대비란 기업 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교제비와 기밀비·사례금 등을 통칭하는 용어로, 세법상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 회계 항목이다.
현재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는 기업 접대비는 매출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르다.

기본 1200만 원에 매출 100억 원 이하인 기업은 매출의 1000분의 2를 합한 금액까지 접대비로 인정한다. 한도는 3200만원이 되는 것이다.
매출 100억 원 초과 500억 원 이하 기업은 1200만 원에 매출의 1000분의 1까지, 500억 원 초과 기업은 1000분의 0.3까지 접대비로 쓰더라도 비용으로 인정된다.

역기능보다 순기능 많아

이 한도 내에서는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부분은 접대비라고 하더라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이 한도를 넘으면서까지 접대비를 지출하면서 접대비는 일명 ‘양성화된 검은 돈’으로도 불린다. 이 경우 대부분 거래처 골프와 식사 접대 등에 주로 쓰이며 2013년 들어서 기업들의 접대비 총량은 9조67억 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극장식 식당ㆍ나이트클럽ㆍ단란주점 등 호화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이 1조2000억 원을 웃돌고 있으며, 여성 접객원이 나오는 요정 법인카드 사용액은 1006억 원이나 되었다. 이는 2009년의 273억 원의 3.7배나 되는 액수였다. 이 같은 통계는 기업 접대비의 기능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이 같은 주장은 강했다.

취재진과 만난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을이라고 한다면 갑인 대기업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게 접대비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결국은 접대를 통해 관계 형성을 돈독히 한다는 설명이었다.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묻자 이들은 “접대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는데 없어진다면 기업 활동이 힘들어지고 과도한 접대로 가면 공정한 경쟁 문화를 해칠 수 있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시각만 강조되는 건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vs 국세청 설전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17일 전국상의 회장단과 임환수 국세청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접대비에 대한 세무상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접대비의 경우 1998년부터 18년째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세법상 접대비 인정 비율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의는 “영업 환경이 변화했는데도 비용으로 인정되는 접대비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상의는 거래처 접대 활동은 내수 활성화에 도움되는 만큼 세법상 인정 비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세청은 박 회장의 제안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도한 접대를 금지한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접대비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지난달 16일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앞으로 여러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업 접대비도 결국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업 접대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당의 정책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재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려나가기 위해 기업 접대비도 살펴볼 수 있다"며 “미국은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접대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공정한 거래를 해칠 수 있고, 부정한 청탁이 오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접대비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원로는 “기업 접대비가 어떤 추이로 움직이는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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