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등기임원 연봉 공개 후 뒷말
재계 등기임원 연봉 공개 후 뒷말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4-06 09:24
  • 승인 2015.04.06 09:24
  • 호수 1092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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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은 145억, 회장은 0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상장회사 등기임원 중 5억 원 이상을 받는 고액연봉자 명단이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주요 제조업체 전문경영인 부문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 사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봉킹’을 차지했다.
 
오너 부문에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눈부신 경영 실적에 힘입어 133%의 연봉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의 연봉은 0원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이번 공개가 결국은 반쪽짜리 공개라는 비난여론이 많다. 등기 임원 여부와 관계없이 연봉 상위 5명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문경영인 부문(금융회사 제외)에서 삼성 임원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1위부터 4위를 전부 휩쓸었다. 신종균 사장이 145억72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급여 17억2800만 원과 상여 37억3200만 원에 ‘특별수당’ 성격의 기타 근로소득 91억1300만 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혁신적인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설명이다.

2위는 DS(부품)부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권 부회장은 93억8800만 원을 CE(소비자가전)부문 윤부근 사장은 54억9500만원을 받았다.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8억6400만 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의 경우 실적우선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오히려 오너 일가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사람이 등장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선 박승하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28억 원의 급여를 받아 재계연봉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LG그룹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연봉 21억원)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15억원)이 꼽혔다. 중견그룹에선 실적 향상을 견인한 최양하 한샘 회장(13위)이 상여금 4200만 원을 포함해 총 17억6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오너 부문에선 전년(19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4억3500만 원을 받은 서경배 회장이 단연 눈에 띄었다.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은 주가 급등에 힘입어 1년 전의 2.6배로 불어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퇴직금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에서 44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와 한화케미칼에서 35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26억 원, 한진칼에서 16억 원, 한진에서 10억 원을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한 푼의 월급도 받지 않았다. 건강 문제 등으로 경영활동을 하지 못해 보수를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올해 받는 배당 금액은 크게 늘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로부터 연봉은 한 푼도 받지 않지만,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생명·물산 등의 주식으로 지난해(1079억원)보다 63% 많은 1758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기업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이 최근 ‘2014회계연도’ 상장 회사들의 현금 배당 결정을 집계한 결과 1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는 기업인은 이 회장을 포함해 19명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42억 원)과 최태원 회장(329억 원)이 2~3위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보다 49.4%, 최 회장은 33.2% 각각 늘었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217억 원(5위)의 배당금으로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작년보다 53% 정도 많은 14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미등기임원도 연봉 공개 돼야

이렇다보니 등기 임원 여부와 관계없이 연봉 상위 5명 공개해야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등장한다. 일부 국회의원이 나와 성토하지만 아직 뚜렷한 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연봉공개에 부담을 느낀 총수들이 대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실제로도 삼성 일가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과 이혼조정절차를 밟는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의 연봉이 미공개 상태다.

두산은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지원 부회장 등이 미등기 임원이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최태원 SK회장과 최신원 SK C&C회장도 최근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최태원 회장이야 구속된 상태라 이해되지만 다른 총수의 등기이사 사퇴는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더 많다.

특히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 등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 법이 지정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
업계 전문가는 “총수들도 등기이사로 선임돼 연봉공개는 물론 책임까지 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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