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거래로 매출 90% 올리는 장남 회사
자산 총액 기준 미달로 현행법 규제 대상 밖
한국단자공업은 자동차 및 전자, LED 부문 사업을 영위하는 부품 종합회사다. 커넥터와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이 회사의 주가는 3년 만에 3배가 넘게 뛰었다.
특히 급등한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다. 지난해 7월 4만 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12월 말에 6만 원대 후반으로 뛰어올랐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다소 조정을 거치기도 했으나 6만 원대를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달 초 6만 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한 달 만인 이달 초 7만 원대 초반을 기록했다.
이에 이창원 한국단자공업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법하다. 올해 팔순을 맞이한 이 대표는 세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증여해야 할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미 이 대표는 지분 증여의 최적화 시기를 놓친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았던 2009년이 바로 그러하다.
이 대표는 그 해 2월 세 자녀에게 자사 보통주 25만 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했었다. 당시 주가는 1만~1만1000원을 넘나들던 때였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주가가 1만8000원대까지 치솟자 5월에는 증여하기로 했던 지분 중 60%를 취소했다. 급작스러운 주가 급등으로 이에 따른 증여세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이 대표에게 상당히 아까운 결과로 돌아왔다. 한국단자공업의 주가가 201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우상향한 것이 그 이유다.
끝내지 못한
삼남매 지분 증여
실제로 2012년 6월 초 2만~2만1000원선이던 주가는 다음 해인 2013년 12월 초 4만1000~4만2000원 선에 안착했다. 또 2014년 7월 초까지는 4만 원선을 넘나들며 조정을 받았다.
그리고는 반년 만인 같은 해 12월 6만9000원대로 급격히 상승했다. 현재 주가도 단기간 조정을 거쳐 7만 원을 넘기며 당시의 몇 배가 뛴 수준으로 올라왔다.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6년 전의 지분 증여 취소 결정이 아까울 법하다. 이에 이 대표는 1년 전인 지난해 다시 한 번 지분 증여를 시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세 자녀에게 자사 주식 9만 주를 증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결정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한 손해가 따랐다.
증여세는 주식의 경우 증여일 기준 전후의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증여일을 중심으로 각각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를 토대로 계산되는 것이다.
만약 증여액이 1억 원 이하라면 증여세는 1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1억~5억 원은 20%, 5억~10억 원은 30%로 점차 높아진다.
또 10억~30억 원은 40%, 30억 원 초과는 50%로 최고 절반을 세금으로 물리는 시스템이다. 이 중 성인 자녀에 대한 증여는 3000만 원까지 세금이 공제된다.
이러한 연유로 이 대표는 회사 주가가 올라간 대신 기존보다 적은 주식을 증여하면서도 세금은 더 많이 내는 딜레마에 빠졌다. 더불어 이 대표가 지분 증여를 결정한 시기 전후 한국단자공업 주가는 그야말로 널을 뛰었다.
주가 뛴 이후에는
일감 몰아주기로
이로 인해 이 대표는 정상적인 지분 증여를 계속하는 대신 내부 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기업 오너들은 모범적인 지분 증여 대신 편법적으로 회사를 승계할 방법을 찾는다. 겨우 축적한 부를 증여세로 절반 이상씩 깎아나가기보다는 작은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로 크게 키워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회장의 장남인 이원준 사장은 케이티인터내쇼날이라는 판매법인을 갖고 있다. 케이티인터내쇼날은 한국단자공업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은 케이티인터내쇼날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지분 54.41%로 최대주주에도 올라 있다.
이 회사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단자공업에서 나온다. 한국단자공업의 생산품 대부분을 중간에서 판매하는 판매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한국단자공업이 내부 거래로 케이티인터내쇼날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면 자연히 성장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케이티인터내쇼날은 별다른 기술이나 자본 없이도 앉아서 수수료 장사만으로 돈을 버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단자공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비켜날 전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에 한한다.
아무리 한국단자공업이 급성장했다 하더라도 이 회사의 자산 총액은 아직 지난해 말 기준 6466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한국단자공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단자공업은 대표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승계가 다소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7만 원선에 접어든 주가를 감안하면 사실 규제에 걸리지 않는 일감 몰아주기 쪽이 더욱 부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알려진 대기업들의 경우 이미 현행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중견기업들은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라며 “형평성 측면에서 중견기업들의 내부 거래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