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수 스타 명단 있다’ 괴소문의 실체는?
지난달 신종플루 창궐로 몸살을 앓았던 연예계가 이번엔 성매수 파문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올 초부터 잇따라 터진 마약, 도박 사건에 이어 인기 연예인이 10대 소녀와 정사를 나눈 사실까지 드러나 연예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힐 위기다. 현재 10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수를 한 혐의로 인기그룹 출신 가수 전모(28)씨가 경찰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가운데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이 더 있다는 괴소문이 퍼져 연예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정체불명의 ‘성매수 연예인 리스트’가 특정 연예인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나돌기 시작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건을 최초 보도한
남성 수백 명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김모(16)양은 방송 인터뷰에서 “유명 방송인과 똑 닮은 사람이 고객이었다. ‘혹시 000씨 아니냐’고 묻자 (부인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전씨 외에도 김양과 성관계를 가진 연예인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암시로 볼 수 있다.
“공개 안 된 명단 더 많다”
보도가 나간 직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당사자로 추정되는 일부 연예인의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전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지인들이다. 특히 유명 방송인 A씨, 가수출신 배우 B씨 등은 졸지에 ‘성매수 연예인’으로 찍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 결과 김양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000 닮은 사람을 봤다’는 말이 ‘000과 잠자리를 했다’는 것으로 왜곡돼 보도됐다는 얘기다. 해당 방송인 측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괜히 이름이 오르내렸다”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시흥경찰서 측은 “전씨 외에 연예인은 아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흥경찰서 형사과 손종욱 팀장은 지난 7일 공식 브리핑에서 “현재 성매수 혐의를 받고 있는 80명을 조사 중이다. 이 중 현재까지 연예인은 전씨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연예기획사 임원, IT 업체 사장, 변호사, 검찰 관계자 등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손 팀장에 따르면 김양 등 가출소녀 2명은 모두 4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대 남성들과 접촉해 왔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통화기록 즉, 고객리스트는 이 중 한 대를 조사한 것에 불과하다. 경찰은 지난 7일 남은 휴대폰 세 대 가운데 두 대의 통화 기록 분석을 시작했다. 나머지 한 대는 김양의 남자친구가 부숴 산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손 팀장은 “부서진 휴대폰은 소녀들이 번호를 수시로 바꿔가며 쓴데다 아직 본체를 찾지 못해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씨 정서불안·건강 악화 호소
한편 전씨는 지난 2월 김양에게 30만~70만원을 주고 2~3차례 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0여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김양 등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화대 3000여만원을 가로챈 임모(22)씨를 최근 구속했다.
경찰은 성매수 남성 80여명의 명단을 확보, 지난 7일부터 소환 조사를 시작했다. 전씨는 지난 3일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전씨는 두 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에 모두 불응하고 지난 10일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정신적 충격과 건강 악화가 이유였다.
시흥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9일 “전씨의 변호사가 찾아와 ‘A씨가 9일 오전 7시30분까지 출석할 것’이라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며 “그날 오후 늦게 변호사가 다시 연락을 해 ‘출석날짜가 언론에 알려져 전씨가 충격을 받아 출석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정식으로 출석연기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는 현재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데다 건강도 좋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전씨 변호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환 날짜를 다시 조율 중이다. 한때 전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까지 염두에 뒀던 경찰은 일단 전씨의 소속사 측이 그의 출석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무리한 수사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유명 연예인인 전씨의 상황을 참작해 경찰서 밖 외부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소환에 응한 다른 혐의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서울 모 병원 공익요원으로 복무 중인 전씨는 지난 10일 근무 중인 병원에 휴가 연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언론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성매수 의혹 보도가 잇따르고 경찰 소환까지 통보받자 ‘개인 사유’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휴가를 내고 외부 접촉을 끊은 채 칩거해 왔다.
전씨는 이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병원 측에 휴가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10일 전씨가 전화를 걸어와 휴가기간을 18일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며 “공익요원은 1년 중 35일을 휴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휴가연장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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