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회장의 ‘비밀방’ 찾았다
이규태 회장의 ‘비밀방’ 찾았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3-30 11:32
  • 승인 2015.03.30 11:32
  • 호수 1091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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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설치된 버튼 누르니 또 다른 방이…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방산비리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2009년 약 570억 원 규모의 공군 전자전 훈련사업 사업비를 약 1000억 원으로 부풀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약 510억 원를 더 받아내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으로 지난 14일 구속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최근 구속만기를 한 차례 연장하고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는 이 회장 외에도 방산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친다는 각오로 방위사업 전 부문에 걸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변인물 진술 … CCTV·샤워실·도주로까지
교회에서는 ‘장로님’ 밖에서는 ‘무기거래상의 전설’

검찰과 합수단은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수사 외에 학교법인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나섰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검 감찰부는 최근 서울북부지검에 지난해 말 무혐의 처분으로 끝난 이 회장의 법인자금 횡령 혐의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이 회장이 학교 증축 공사비를 대여하는 과정에서 학교자금과 법인자금에 대한 회계 부정을 저질러 30억여 원을 횡령했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북부지검은 그러나 이 회장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돈을 빼돌린 정황은 없다며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약식기소하고 횡령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지난달 말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신도들도 알지 못하는
교회 속 ‘비밀방’

이규태 회장 구속으로 합수단과 검찰은 이 회장이 연루된 다양한 혐의사안에 대해 전 방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안자체가 그만큼 중대하고 민감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합수단에 의해 이 회장의 숨겨진 ‘비밀방’이 발견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광그룹 사옥에서 약 170미터 떨어진 곳에는 이 회장이 장로로 있는 지상 5층 지하 3층의 현대식 건물의 교회가 있다. 이 회장이 언제부터 이 교회를 다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로가 된 것은 1992년 4월 5일이다. 2001년 5월 12일부터는 교회건축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을 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합수부는 이 회장 구속 전부터 이 교회를 주시해 왔다. 비자금 창구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합수부는 이 교회를 압수수색했지만 당시에는 이 회장의 ‘비밀방’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 회장의 ‘비밀방’은 교회 신도들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책장으로 위장된 출입문
안쪽엔 화장실 딸린 벽실

합수부에 의해 교회 안 이 회장의 ‘비밀방’이 발견되자 그 용도가 무엇인지, 왜 그런 방이 그곳에 있었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비밀방’은 교회 3층에 마련된 이 회장의 집무실 안에 위치해 있었다. 안쪽에는 화장실이 딸린 작은 별실이 있고, 한쪽 벽면은 책으로 가득했다. 언뜻 보면 일반 서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책장은 ‘비밀방’ 문 역할을 하는 통로다.

벽면에 설치된 작은 버튼을 누르면, 벽 전체가 회전문처럼 돌아가면서 또 다른 방이 나타나는 구조다. 영화 속에서 스파이들이나 사용했을 법한 ‘비밀방’이다. 이 회장의 비밀방 안에는 침대와 샤워실까지 갖춰져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교회 안팎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한 켠에는 바깥으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까지 마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이라면 전혀 필요없는 비밀의 방을 왜 이 회장이 갖고 있어야 했는지 여러 추측이 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도주로까지 만들어 놓은 점에 비춰 압수수색 등의 위기가 있을 경우 이 방을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합수부에 의해 자택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방위사업을 진행하며 비자금을 조성해 온 만큼 이 회장은 언젠가 구속될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비밀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방을 써 보지도 못하고 합수부에 의해 체포됐다.

두 번째 압수수색을 통해 이 비밀방을 찾아낸 합수부는 이 방에서 여러 가지 서류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방산비리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류를 분석하고 있다.

이규태 회장
교회를 돈세탁 창구로 활용

합수부는 이 회장이 무기 도입과정에서 만든 비자금을 이 교회를 통해 돈세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하고 있다.

실제 2009년 불곰사업과 관련한 1심 판결 판결문을 살펴보면 일광공영이 서울 삼선동의 한 교회를 탈세 경로로 활용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이 회장이 다니던 교회다. 당시 법원은 이 회장이 러시아 측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약 46억을 미국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 이 교회에 기부금 형식으로 보냈으며, 교회는 다시 채무변제 형식으로 이 회장에게 송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일광공영의 수익으로 잡히지 않아 법인세 탈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외국과의 무기거래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또 이번에 이 회장과 함께 구속된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 조모 이사의 형이 바로 이 교회 담임 목사다. 조씨는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공군 전자전 훈련사업 계약 당시 이 회장과 하벨산 한국지사장 사이에서 통역을 맡았다. 2009년 ‘불곰사업’ 비리 사건 때도 하벨산 한국지사장에게 하벨산 임원에 대한 로비자금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합수부가 교회를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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