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세계-31] “진정·건의문 접수” (上편 )
[국회 보좌진 세계-31] “진정·건의문 접수” (上편 )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3-30 11:27
  • 승인 2015.03.30 11:27
  • 호수 1091
  • 4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의원 회관에 배달된 한통의 편지 ‘충격'
- 농부가 문전옥답 팔아 강원랜드 ‘들락날락’

지금으로부터 대략 7년 전쯤 일이었다. 2008년 여름쯤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당시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던 시절이었다. 18대 국회 임기가 막 시작돼 첫번째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필자는 행정부로 이직해 2년간 근무하다가 다시 국회로 돌아왔고, 의원실을 옮긴 터라 부담감도 컸던 시기였다. 솔직히 머릿속에는 국정감사에서 소위 큰 거 한방을 생각하며 국정감사 아이템에 힘겨워할 때였다. 피감기관별로 현안파악과 함께 자료요구서 목록 작성에 몰두하던 무더운 어느날이었다.

의원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비서가 낯선 이름이 적혀 있는 우편물을 전해 주었다. 발신자는 물론 내용도 궁금한 터라 봉투를 곧바로 개봉했다. 두툼한 첨부서류와 함께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존경하는 00의원님’으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방대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카지노 운영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눈에서 섬광이 느껴졌다. 복잡하고 생소한 카지노 게임용어가 적혀 있어 금방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강원랜드의 카지노 운영에 문제가 있음을 어렴풋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카지노에서 300억 원 넘게 탕진

필자는 과거 업무적으로 카지노 게임장을 방문한 적은 있었다. 물론 운영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게임을 해 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카지노 게임용어는 솔직히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그 우편물의 주인공을 직접 만난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진정인의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강원랜드 카지노게임장에서만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돈을 잃었다고 한다. 무려 300억원 이상을 탕진한 카지노게임 경력자였다. 물론 심각한 수준의 도박중독자였다. 그가 카지노로 탕진한 재산이 천문학적인 수치다.

그는 진성서를 보내오기 몇해전에 지인을 따라 강원랜드를 갔다가 아주 우연히 카지노를 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몇십만원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재미삼아 했던 카지노게임이 그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다. 도박중독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점차 게임에서 잃는 횟수가 늘어나고, 금액도 커져 갔다. 몇백만원씩 게임에서 잃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호주머니를 털리고 빈손으로 상경할 때마다 허탈감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집에 누워있어도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것처럼 환영(幻影)이 보였다고 한다. 안방 천장이 게임장처럼 보인 것이다. 잃은 돈이 생각나 화도 나고 해서 그 뒤로 계속 강원랜드를 갔던 게 화근이었다. 몇차례 소액을 따기도 했지만 곧바로 거액을 잃을 때가 더 많았다. 게임할 때마다 잃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렇게 몇천만원, 몇억원씩 탕진하더니 상상하기 힘든 가산을 모두 탕진했다. 도박중독자들의 전형적인 행태다. 그는 이성을 잃은 듯 카지노 게임에 점차 미쳐갔다. 강원랜드에 갈때마다 VIP 고객이 이용하는 게임장에서 수백, 수천만원씩 잃었다.

그 뒤로도 몇년간 강원랜드를 드나들었다. 결국 그의 가족들이 나섰다. 심각한 신경정신분야의 병적 증세인 도박중독자들은 치료가 불가피하다. 가족이나 주변의 치료와 돌봄이 절대적이다. 사례자는 우선 강원랜드에 출입제한을 시켜달라고 요청하고 병원에 상담치료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도박중독은 한 개인은 물론 평온하던 가정마저 풍비박산(風飛雹散)낸 것이다.

그는 결국 강원랜드에서 카지노 게임을 통해 잃은 돈이 300억원이 넘는다.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수치였다. 어떻게 그 지경이 되도록 카지노에 미쳤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중에 자료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강원랜드에서만 카지노게임을 통해 100억 원대 이상 가산을 탕진한 도박중독자가 수두룩했다. 카지노 게임을 한 이용자만을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중견기업가에서 도박중독자 전락

그는 도박중독에 빠지기 전에는 제법 규모가 있던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기업인이었다. 년간 1,500억 전후의 매출액을 올리는 중견사업자였다. 해당 업계에서는 제법 잘 나가던 이름이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강원랜드를 우연히 방문한 뒤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잘 나가던 중견기업자에서 카지노 도박중독자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도박중독으로 가산은 물론 회사를 통째로 말아먹었다.

이로 인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려고 했다고 한다. 자살시도를 2번씩이나 했지만 그 때마다 가족이 발견해 겨우 생명을 이을 수 있었다. 마치 드라마 같은 내용이었다. 그렇게 의원실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와 첨부된 서류봉투는 소중한 의정활동 자료로 활용되었다. 당시 의정활동을 보좌하던 상임위원회 소속 피감기관이 사행산업의 인·허가권과 관리감독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그 건의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 국정감사 아이템을 제공해 준 단초였다.

애초부터 많은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카지노를 유치했지만 그 이후에 문제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원랜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선량하게 살던 인근 주민들까지 카지노를 출입하기 시작했다. 농사만 짓던 순박한 농민과 아낙네들, 택시운전 기사, 음식·숙박업 운영자, 일반 봉급생활자 할 것 없이 가산을 탕진하기 시작했다. 도박중독자들을 양산했다. 결국 그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가정은 해체되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끊는 경우도 속출했다.

그저 순박하게만 살던 서민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자신이 키우던 가축을 팔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며 카지노 게임에 빠져 농작물과 문전옥답(門前沃畓)마저 파는 농민들도 강원랜드 카지노를 출입하기 시작하면서였다. 가산을 탕진한 채 자신의 생업이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택시를 대부업자에게 맡기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카지노 게임 중독에 빠져 은행 대출은 물론 심지어 사채까지 사용하며 카지노 게임에 빠져 들었다.

폐광지역 활성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설립되었지만 없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마저 털고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의 이면에는 그늘이 너무 많다. 가산을 탕진해 강원랜드 주변에서만 수십명이 자살했다고 한다. 심지어 인근에는 사채업자가 늘어났고, 일부에서는 성매매가 확산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폐해가 드러났다. 지자체의 재정수입은 늘어났겠지만 그것 못지 않게 부작용을 안게 되었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