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지시 의혹…박근혜 정부 3년차 정책 ‘이한구案’
‘비주류 인사’ 당 장악…총선 앞두고 ‘친박 위기론’ 확산도 한몫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새누리당 조기복귀론’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당초 여권 내에서는 최 부총리가 4월 재보선 전에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야권 분열 등으로 인해 4월 재보선이 유리한 국면으로 돌아가자 ‘재보선 후 당 복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디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경제 수장’인 최 부총리에 대한 당 복귀론이 불거지는 배경에 정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부총리의 ‘새누리당 조기 복귀설’을 들여다봤다.
“조기 복귀론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새누리당 조기복귀론’을 접한 여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4월 재보선 전후
복귀설 대두 왜?
사실 최 부총리가 당에 조기 복귀할 것이란 소문은 지난 2월 처음 불거졌다. MB정부 자원외교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가 4월 재보선 전에 당에 돌아올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여권 내에서도 이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4월 재보선 전 당 복귀설은 재보선 승리 확신과 함께 다른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묻히는 듯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MB정부에 대한 자원외교 국정조사나 야당의 공격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하베스트 사업 인수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조기 복귀론이 대두됐다. 그러나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 피습사건과 야권 연대 불발 등으로 재보선 승리가 점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의 복귀설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기복귀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월 재보선 이후에 당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MB정부 자원외교 사업 중 하나인 하베스트 인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중론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정조사 증인채택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지만 최 부총리를 증인채택 협상테이블에 올려놔야 되지 않겠느냐”며 “자원외교 문제를 놓고 이래저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박근혜 정부에 몸담고 있는 것보다 당으로 복귀해 자원외교 문제에 대응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조기 복귀론이 불거지는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이명박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던 최 부총리가 2009년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석유공사가 4조 5천억 원에 매입한 후 최근 300억 원에 매각하는 등 현재 손실만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사업) 인수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야당도 강 전 석유공사 사장과 최 부총리의 접촉을 거론, 최 부총리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최 부총리는 “5분간의 만남이 다였다”며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또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10월 작성한 ‘프로젝트 헤르메스 인수추진계획’을 보면 ‘지식경제부 차관 브리핑 예정’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아, 가격 합의 완료 이전에 당시 지경부에 어떤 식으로든 보고를 했고, 승낙을 받아 차관이 직접 브리핑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 부총리가 지경부 장관이었을 당시 하베스트 인수를 승낙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야당의 총공세가 여권 내에서는 ‘혹시나’하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당에 복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복귀 명분 만드는 중?
최 “조기복귀 없다”
야당이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최 부총리를 정조준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새누리당 조기복귀설’이 전혀 현실성 없는 일은 아니다”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 조기복귀에 대한 명분 만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실제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개 경제부처 수장과 경제 5단체장과의 회동에서 ▲임금인상 ▲청년고용 문제 등을 거론했으나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채 “다음에 골프를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2시간 동안 회동을 한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쓸 건 다 썼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최 부총리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는 ‘부양’에 맞춰져 있다면 박근혜 정부는 ‘체질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구조개혁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최 부총리의 경제 정책안이 모두 소진되고, 박근혜 정부는 이한구 의원의 경제 정책안을 내세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이 의원은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경제의 ‘체질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는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경제정책과 기조가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최 부총리의 대안으로 이한구 의원이 경제부총리 후임에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지난 2월 이 의원이 갑작스럽게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당내 상황도 맞물려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주류 인사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친박 핵심인사들이 내각으로 이동하면서 당내 주류의 구심점이 없어졌다. 내년 총선 공천 때 ‘친박 위기론’이 나돌면서 최 부총리가 당에 복귀해야 된다는 시각이다.
실제 한 언론사에 따르면 여권 핵심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오는 여름에 국회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르면 오는 7월, 늦어도 추석 연휴 전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하베스트 사업 지시 의혹이 불거져 최 부총리에 대한 ‘조기복귀론’이 거론됐다. 그런 와중에 경제정책, 당내 상황 등을 고려한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봤을 때 조기복귀에 대한 명분 및 분위기를 살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최 부총리 측에서는 ‘조기 복귀설’에 대해서 일축했다. 최 부총리 측에서는 “하베스트 사업 인수 지시 의혹에 대해 강 전 사장이 ‘석유공사가 자체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최근 해명했을 뿐만 아니라 조기복귀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내년 1월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향후 행보를 위해서라도 당에 조기 복귀하는 것보다는 지금은 부총리 역할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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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