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수수료 문서 위조 등 놓고 계약파기 팽팽한 대립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우선 이들이 맺었던 계약을 살펴보면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9월 H사가 500톤 규모의 화물을 브라질로 운송하는 프로젝트를 약 313만 달러에 수주했다.
CJ “K사의 거짓말이 문제…증빙 서류 달라”
K사 “보상 의지 없는 대기업의 갑질 멈춰라”
또 CJ대한통운은 화물을 운송할 선박을 제공하고 기타 운송 관련 업무를 대행해주는 조건으로 K사와 285만 달러(선지급금 57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또 K사는 선박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네덜란드 선사와 선박 제공 계약을 했다.
그러던 중 H사가 화물을 선박에 싣기 위해 만들던 크레인 공사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CJ대한통운에 선박 제공을 미뤄 달라고 요구하면서 잡음이 생겼다. 결국 CJ대한통운은 H사의 요구를 K사에 전달했고 K사는 네덜란드 선사에게 선박 위탁 취소 수수료를 지불하고 배를 돌렸다.
이후 K사는 네덜란드 선사와 재배선(선박 요청을 다시 하는 것)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CJ대한통운과 H사의 화물운송 계약건이 무효가 됐다. 그 뒤 CJ대한통운 역시 수급사업자인 K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게 된다.
이를 두고 K사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말도 안 되며 1·2차 선박 위탁 취소료로 각각 170만 달러와 22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배선 취소와 재배선 과정에서 3사가 위약금 배상을 협의하던 중 K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H사가 CJ대한통운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취소료도 너무 터무니없이 많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결국 여기까지가 현재 진행된 사건의 전말이다. 여기서 두 회사 간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2차 선박 재배선과 관련된 취소료다. K사는 배를 두 번 취소했으니 두 번의 취소료를 달라는 입장이고 CJ대한통운은 2차 선박은 배선을 한 적도 없고 1차 선박 취소 수수료만 주겠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CJ대한통운이 2차 재배선을 지시했는가 하는 점이다. K사는 CJ대한통운으로부터 받은 이메일과 공문 등을 증거로 취소료를 두 번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K사가 CJ대한통운으로부터 첫 번째 배를 취소한 뒤 받았다고 내놓은 이메일에는 ‘본선 재 배선요청, 변경된 제작완료 예상시점(2014.6.25) 기준으로 재배선 요청’이라는 내용과 유첨 공문이 포함돼 있다.
또 K사가 CJ대한통운으로 같은해 5월 3일 보낸 합의서 초안에는 부속 합의 내용에 ‘기존 배선을 취소하고 새로운 선박을 재배선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때문에 K사는 CJ대한통운이 재배선을 지시했고 취소가 됐기 때문에 취소료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K사가 두 번째 재배선을 한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설명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우리는 K사와 재배선에 관련된 계약서조차 작성한 적이 없다”면서 “해당 메일은 재배선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공문에 불과하다”고 맞선다.
합의서도 “합의서를 작성한 뒤 서로 합의한 사항이 일치하면 그때 계약서를 작성하고 재배선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들어갈 때까지 재배선 사실을 몰랐고, K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항이기 때문에 취소료를 지불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쌓여있는 쟁점들
두 번째는 취소료 액수에 관한 차이가 크다. CJ대한통운은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취소료를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K사가 청구 서류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데 어떻게 덜컥 그런 큰돈을 지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K사는 “취소료는 총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로 결정되는 것이 맞다. 우리가 계약한 금액이 있는데 또 다시 증빙 서류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면서 “애초에 2차 취소 수수료를 인정하지 않는데 협상이 진행될 리 만무하다”고 반발한다.
마지막은 CJ대한통운이 “K사가 사문서를 위조해 문제가 커졌다”는 분쟁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K사는 취소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선사의 양식을 사용해 문제가 됐다. 아울러 두 번째 배선을 받을 때 H사의 위임장을 도용했다는 주장도 한다. 더군다나 이런 점들이 계약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K사는 ‘웃기지도 않은 일’이라는 견해다. K사 관계자는 “H사가 원하는 취소료 서류 양식에 맞춰 제출했을 뿐 위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의 강압에 못이겨 청구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단지 선사 양식에 기입해 제출한 것일 뿐인데 이것이 처벌 대상이라고 할 수 있냐”고 토로했다.
더욱이 K사는 “선사와 재배선 계약을 하는데 화물주의 위임장을 도용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 계약 방법이냐.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런 적도 없다 괜한 말로 어깃장을 놓으려는 심보”라면서 “무역회사 어디에다 물어봐도 화물주의 위임장 얘기는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코웃음쳤다.
마지막으로 “오히려 이를 빌미로 계약상 명백히 발생한 1·2차 수수료에 대해 전혀 보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명백히 대기업의 부당한 갑질이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이번 조사를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조사 중인 사항으로 빠르면 4월, 늦으면 5월 중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조사중인 사건은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취소료·문서위조 등 주장이 나온 부분들은 모두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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