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안전 논란 불거진 저가항공사
[소비자고발] 안전 논란 불거진 저가항공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3-30 09:58
  • 승인 2015.03.30 09:58
  • 호수 1091
  • 2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가상품 나와도 불안해서 못타겠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저비용항공사(이하 LCC) 이용 고객들이 안전 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다. 독일 LCC 저먼윙스 항공기 추락사고가 계기가 됐다. 부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드러났지만 LCC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9개월 동안 잇따라 일어난 대형 인명사고가 모두 LCC 소속 여객기에서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국내 LCC 업계도 마찬가지다. 인명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기체 결함으로 인한 운항 지연이나 결항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LCC의 안전사고가 잦은 이유로 정비 인력을 넉넉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9개월 동안 네 번의 인명사고 잇따라 일어나
국내 LCC, 기체결함으로 운행지연·결항 잦아

지난 24일 독일 LCC 저먼윙스의 항공기가 프랑스 남부 알프스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랑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부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전 조종석 밖에 있던 조종사가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지만, 부조종사는 의도적으로 조종석 문을 열지 않았으며 여객기가 하강하도록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해당 사고가 의도적 추락에 의한 사고였음이 드러난 후 LCC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 항공기는 사고율이 적고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던 만큼 150명 전원 사망이란 초대형 사고 충격의 여파가 크다.

또 부조종사의 의도적인 추락으로 인한 사고이지만 LCC 안전문제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지난 9개월간 네 차례의 대형 인명 사고가 모두 저가항공사 소속 여객기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자바해에 떨어져 승객 162명이 모두 사망한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기 사고와, 지난 2월 지룽강에 대만 푸싱항공 여객기가 곤두박질치는 사고까지 잇따라 일어난 바 있다.

국내 LCC 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LCC들은 인명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 하지만 기체 결함으로 인한 운항 지연이나 결항 문제가 자주 지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 사고 비율이 저가항공사가 대형항공사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LCC를 이용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LCC 이용 시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고객 A씨는 “LCC들이 늘어난 뒤로 LCC에서 나온 상품부터 찾아보게 된다”면서 “특가로 나오는 상품도 많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어서 애용했었는데 연이어 일어나는 사고들을 보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아시아의 경우 며칠 전 방콕, 세부, 마닐라 등의 노선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여는 것을 봤는데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LCC의 안전사고가 잦은 이유로는 세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잦은 운항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적은 항공기 보유 대수로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쉴 틈 없는 운행이 필요한 것이다. 한 대의 항공기가 소화해내는 운항횟수는 저가항공사의 항공기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노후된 기종의 항공기가 많아 잦은 운항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유럽 저가항공 1위인 아일랜드 라이언에어와 2위 영국 이지젯의 경우 신형기종 도입을 선호한다. 신형이 연료비, 유지보수비 면에서 더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여객기는 4~5년에 한 번씩 점검을 받는데, 신형기가 유지보수비가 적게 든다.

정비인력 부족
가장 큰 문제

또 이에 비해 넉넉한 정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항공기당 운항 횟수가 늘어나게 되면 사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하지만 정비사 인원수가 적은 LCC 입장에서는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 점검 주기를 늘리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LCC 중 모기업의 정비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에서도 대형항공사 대비 정비인원수가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이들 중에는 신입이나 퇴역한 인력이 많아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한 항공 안전 전문가는 “노후된 기종에서 일어난 사고의 대부분은 인간의 착오, 즉 승무원들이 덜 훈련됐기 때문에 발생한 경우였다”며 “이번 사고 역시 부조종사의 의도적인 추락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LCC의 안전사고가 항공기의 노후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LCC 업계 관계자 역시 “해외 LCC 항공기 사고로 국내 LCC의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얘기가 많은데 LCC들은 안전 관련 비용이 아니라 서비스 비용을 줄일 뿐이다”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LCC 업계에는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항상 꼬리표처럼 붙기 때문에 꾸준한 항공기 정비와 관리, 승무원의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만약을 대비해 즉각적으로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팀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원과 정책 없이는 국내정비체제 시스템 구축과 기체 1대당 정비인원수의 대대적 증폭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LCC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LCC, 서울에어가 설립될 경우 업계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경쟁이 과해질수록 안전 문제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에도 조종사와 정비사 등 항공종사자들이 부족한 데 새로운 LCC가 등장하면 내부 출혈만 커져 업계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최규남 제주항공 대표, 김정식 이스타항공 대표, 함철호 티웨이항공 대표는 지난 19일 국토교통부에 낸 건의서에서 “아시아나의 새 LCC 설립을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들의 주장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서울에어 취항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