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먹는 이유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먹는 이유는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3-27 21:12
  • 승인 2015.03.27 21:12
  • 호수 1091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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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SK-SK C&C도 합병 수순 밟을까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결정하면서 차후 양사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사실상 합병은 시간문제라며 SK그룹의 움직임에 주목 중이다. 더불어 반복됐던 ()SKSK C&C의 합병설도 이번 이슈를 계기로 다시금 점화되고 있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에까지 맞닿아 있는 형국이다.

현 지배구조는 SK C&C ()SK SK텔레콤
합병 시 최 회장 등 오너 일가 경영권 강화 일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지난 20일 양사 이사회에서 각각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의결했다. SK텔레콤이 2008년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로 탈바꿈시킨 지 7년 만의 일이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은 50.56%로 잔여지분 49.44%는 자사주와 SK브로드밴드 주주들의 주식을 교환해 전량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10.0169주이며 오는 6월 교부가 끝나면 SK브로드밴드는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대외적으로는
유무선 시너지 극대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품는 것은 기존 무선통신에 유선 네트워크를 결합해 미디어 및 콘텐츠를 통합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회사 편입에는 사실상 추후 합병이 전제돼 있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미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 등이 모두 유·무선 사업부문을 합병한 마당에 SK텔레콤이 이를 합치지 못 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SK텔레콤은 그간 SK브로드밴드와 분리돼 있다는 이유로 결합상품 시장에서 다소 약세를 보여왔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합병 이후 휴대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을 빠르게 묶어서 결합상품으로 자유롭게 출시했다. 반대로 합병이 안 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의사결정 등 여러 측면에서 걸림돌이 있어 타사들보다 한 박자 뒤처졌다는 이야기다.

물론 SK텔레콤 측은 이 같은 합병 전망에 대해 일단 부정하고 나섰다. 앞서도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설에 대해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공식적으로 합병을 부인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SK텔레콤 측이 합병설을 인정하게 되면 양사 중 유리한 쪽 주가가 치솟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합병을 앞두고 주식 교환 시 비율 산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SK텔레콤으로서는 어떻게 하든 합병과 관련된 비용을 줄이고 싶을 터다.

그렇잖아도 SK브로드밴드는 인수 당시 하나로텔레콤 주가와 비교해 확실히 열세다. 앞서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을 주당 11900원에 인수했으나 현재 SK브로드밴드의 주가는 4000원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통신업계는 SK텔레콤이 일단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켜 보유지분을 100%로 맞춰놓은 후 비로소 합병하는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추후 합병하지 않더라도 완전 자회사 편입에 따른 효과는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보유지분 100% 조건을 맞춘 것은 추후 합병을 하겠다는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합병 비율이 좋아 SK텔레콤의 주가는 상승할 수 있는 반면 SK브로드밴드의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흡수합병이 아닌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는 무선에서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유선 상품을 직접 갖게 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업계의 견제와 규제 압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됐지만 결국 합병보다는 100% 지분확보에 따른 상장폐지로 결정됐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지분확보는 향후 나타날 SK텔레콤의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특유의 옥상옥 구조
해소해야

한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여부에 이어 기존부터 회자됐던 ()SKSK C&C 합병은 물론 SK텔레콤 분할 후 ()SK와의 합병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 연구원은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편입 결정이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이라 생각한다면서 추후 ()SKSK C&C의 합병, SK텔레콤 분할, 이후 SK와의 합병 등 순차적 개편 작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SKSK C&C의 합병설은 지난해부터 서너 차례에 걸쳐 불거졌으나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예측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현재 SK C&C가 사실상 제2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여다보면 SK C&C는 최태원 회장의 개인지분 32.92%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43.6%에 달한다. SK C&C는 그룹의 원래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로 3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작 최 회장이 가진 ()SK 지분은 0.02%에 지나지 않는다. ()SKSK텔레콤 지분 25.22%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SK C&C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도 걸리는 상황이다.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이 규제 한도인 30%를 넘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K C&C()SK가 합병하면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이 낮아져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최 회장의 ()SK 지분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지면서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SK텔레콤을 향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 쪽을 새 합병 지주회사에 다시금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이 일련의 과정에서 ()SKSK C&C의 주가가 부양할지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SK그룹의 옥상옥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면서 옥상옥 구조 해소를 통해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합병을 통해 지분가치를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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