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들은 이혼 절차를 밟을까.’ 요즘 한나라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극단적인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경선룰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탈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것.
큰 틀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려면 두 사람이 공정한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이 원칙에는 아직까지 양측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 조건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내분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 친박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던 강재섭 대표가 이 전시장에게 유리한 중재안을 발표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이명박 진영과의 교감설, 빅딜설 등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고 이 전시장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선에서 중재안이 마련됐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박 전대표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까닭이다.
이제 중재안 수용을 위해 전국위원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중재안을 내놓은 강 대표와 이를 수용한 이 전시장에 맞서 박 전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지난 9일 전격적으로 ‘경선룰’ 중재안을 발표했지만, 그 직후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내분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4·25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이다. 재보선 패배로 일부 최고위원들이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이재오 의원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의중을 측근들에게 내비쳤다. 하지만, 강 대표와 중진의원들의 만류로 이 의원이 현지도부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함으로써 ‘비대위로의 전환’은 피할 수 있었다.
이재오, 이상득과 만난 ‘강 대표’
문제는 당 내분 격화가 당내 경선룰 문제로 옮겨 붙으면서 ‘친박’ 대 ‘친MB’ 진영의 날선 비난전이 촉발됐다는 점이다. 박 전대표측은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서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강 대표가 발표한 경선룰 중재안의 주요 내용은 ▲ 선거인단 수를 유권자 총수의 0.5% 기준으로 바로 잡고 ▲ 투표소를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고 하루에 동시투표를 해서 국민참여 확대 ▲ 국민투표율이 3분의 2(67%)에 못 미치면, 이를 67%로 간주해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가중치 산정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대표측이 ‘중재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나선 이유는 여론조사 반영비율 67%를 보장하는 하한선 적용 논란 때문이다. 이는 원칙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경선룰 운용 방식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박 전대표의 입장이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이번 중재안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시장측이 다소 유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대표 입장에서 더욱 치명적인 상처는 따로 있다. 과거 친박 성향으로 알려졌던 강 대표의 ‘변심’이 무엇보다 신경에 거슬렸다는 것.
박 전대표 캠프 관계자는 “우리한테 사전 조율은커녕 통보조차 하지 않고 중재안을 발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게다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중재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뭉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물론 경선룰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강 대표가 고심을 했을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원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아무리 양보를 한다 해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강 대표의 ‘선택’에 의혹을 던지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여론이 몰아치던 지난 4월 말, 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재오 최고위원과 ‘특별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 내용이다. 또, 이 전시장측 핵심인사들과 극비리에 독대를 한 사실이 알려져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 의원이 사퇴를 강행할 경우, 강 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함께 잃고 2선으로 후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의원이 사퇴 카드를 거둬들였던 것. 강 대표와 사전교감설이 제기된 대목이다.
또, 지난 4월 30일 당 내분 수습을 위해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중진들과 자리를 마련했던 강 대표가 이 전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독대를 했다는 내용도 흘러나왔다. 이날 불교계 행사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가운데, 두 사람의 행보가 불교계 관계자들의 시야에 포착된 것.
특히 이날 호텔에 모인 중진 중 김덕룡 의원을 제외하고 이강두, 이상득, 이규택, 박희태 의원 등은 친이명박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와 친이명박 진영의 ‘빅딜’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친박 진영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강재섭 대표가 의외의 중재안을 마련한 것과 이를 이 전시장이 적극적으로 수용키로 한 대목을 보면 뭔가 사전에 조율한 냄새가 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을 9일 발표하고, 10일 이 전시장이 대선후보 예비등록을 함으로써 박 전대표와 차별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사전에 이미 노출됐다”면서 사전 조율설을 흘렸다.
박근혜 진영 내부 균열 ‘심각’
이에 대해 강 대표측은 “중재안은 오직 강 대표가 준비했고, 대표만이 알고 있던 사안”이라며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박 전대표 진영은 이번 사태로 인해 내부 균열이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여옥 의원과 이혜훈 의원의 갈등,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반목 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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