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한 주에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낙폭이 크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소폭 반등하더라도 다시금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가가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원유 생산·저장 高高…강달러까지 겹쳐
반면 항공·택배 등 운송업은 함박웃음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미국의 원유 생산·저장 상황과 달러화 강세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내 원유저장시설 이용률은 지난달 기준 60% 수준에 이른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원유저장 능력의 한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은 연구원은 “현재 미국 상업원유 재고 수준은 약 4.5억 배럴로 원유재고 증가로 저장 시설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이에 자칫 원유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미국의 셰일가스 광구가 늘어나면서 셰일오일의 생산도 함께 늘어나는 것 역시 원유 공급을 늘려 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최근 WTI는 두바이유나 브렌트유보다 가격하락 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집계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으로 인해 원유가 초과 공급되면서 국제 저유가에 한몫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된다면 셰일오일은 저유가를 촉발시키는 한 축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달러화 강세 기조 역시 유가의 추가적인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만약 이와 반대로 현재 약세인 유로화 등이 강세 기조로 전환한다면 유가는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
바닥인가 했더니
또 다시 내려가
이에 유가와 관련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리는 형국이다. 특히 유가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정유업이 가장 타격이 크다. 또 조선업과 같이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잠시 회복세에 들어서려던 산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예정이다.
산업계의 긴장감은 주가에서 바로 드러났다. 실제로 정유업종 대표주인 SK이노베이션, GS, S-Oil 등은 이달 초 정점에 비해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장중 10만6000원을 찍었으나 16일 종가는 8만9300원으로 16%가량 미끄러졌다.
GS칼텍스 주식이 따로 없는 GS의 경우에도 2일 장중 4만5700원에서 16일 종가 4만1250원으로 내려갔다. S-oil 역시 3일 장중 6만8600원에서 16일 종가 5만8900원으로 크게 빠졌다. 이는 국제유가 급락과 관련한 투자심리 위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그래프도 정유업종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일부 종목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소폭 반전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곡선은 우하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지속으로 해양자원개발 투자 연기나 취소 등 수요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상반기까지는 조선업종의 의미 있는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유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조선업종 회복의 포인트는 국제유가 상승”이라며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시점에야 비로소 업종 투자의견 상향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도 “조선업은 기름값이 떨어지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격히 줄어든다”며 “이를 감안해 저유가 기조에서는 조선업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양플랜트 급감에
실적개선 어려워
반면 유가 하락의 수혜주로 항공업과 택배업이 꼽히면서 이들 산업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운송업 대표주인 대한항공과 한진은 이 같은 상승세를 타고 날로 주가가 상향 중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에 대해 “저유가로 여객 수요가 늘어나면서 장거리 여객 성수기인 3분기에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항공유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가고 있고 화물 운송 데이터도 고공비행 중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실적추정치를 상향조정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진에 대해 “택배와 같은 운송업종은 기름값이 떨어지면 영업이익률이 올라간다”며 “원가 절감과 더불어 1인 가구 증가, 해외 직접구매시장 확대로 구조적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주익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택배 영업이익 운임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작고 물량 증가에 따른 고정비 감소 효과로 한진의 영업이익은 장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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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