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좋은 종목이 종종 배반당하기도 한다. 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대형주라면 몰라도 중소형주의 경우 큰손들이 쥐고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매수 리포트 낸 당일 창구에서 매물 쏟아져
전형적인 모델 포트폴리오 물량 떠넘기기 행태
국내 주식시장에도 소위 세력으로 불리는 크고 작은 투기자본들이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문제는 유수의 증권사들조차 이러한 세력들처럼 주가를 주무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개별종목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추천주를 선별해 발표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매수하기 시작해 가격이 올라가면 증권사들은 이를 창구에서 매도하는 모습이 가끔 포착돼 왔다.
더불어 특정 증권사에서만 강력매수 의견을 낸 경우 수익률은 여지없이 마이너스를 그리며 증권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강력매수는 증권사가 추천하는 가장 높은 투자등급으로 투자의견 없음(Not Rated)-매도(Sell)-시장수익률(Market Perform)-매수(Buy)-강력매수(Strong Buy)에서 최고단계다.
리서치와 트레이딩
분리돼 있는데 왜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모델 포트폴리오(MP) 물량 떠넘기기로 지목하면서 개인이 기관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사실 기관이 작정하고 한 종목의 주가를 띄운 후 개인이 물량에 붙으면 고가에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여기에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까지 결합해 매수를 부추기면 결국 누군가는 돈을 따고 누군가는 잃는 주식시장의 승자와 패자는 뚜렷해진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들은 이 같은 매도는 자사 고객들의 주식매매에 따른 결과일 뿐 리서치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 증권사 내에서 리서치와 트레이딩이 분리·통제되지 않다면 그 증권사는 당연히 제재를 받아 영업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이를 규정상 문제의 소지가 없을 정도로만 교묘하게 하는 데 그치면 조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 피해사례는 과거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매동향에서도 곧잘 발견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JP모건은 원유 정제와 관련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S-Oil을 추천했다. 당시 매수의견은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하고 목표가는 기존보다 1만2500원가량 높인 강력추천이었다.
하지만 JP모건은 매수리포트를 낸 같은 날 창구에서 해당 종목을 8만여 주 팔아치우며 매도우위를 점령했다. 이날 장이 종료된 후 거래금액을 집계하자 JP모건은 국내외 증권사를 통틀어 매도순위 4위에 올랐을 정도다.
유사투자자문사와
주식카페·게시판 등 주의
또한 한 증권사 직원들은 미리 짜고 특정 7개 종목 주식을 사전에 매집한 뒤 메신저와 주식카페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이후 여러 루트로 퍼진 소문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자 이들은 주식을 고가에 매도했다가 덜미를 잡힌 경우도 있다.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증권방송에 나오는 강연자가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례도 있다. 이 강연자는 자신이 미리 주식을 매수한 후 증권방송을 통해 해당 주식을 추천했다. 이후 주식이 오르면 사뒀던 주식을 모두 정리해 수익을 보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원성을 샀다.
이전에도 한 지방 증권방송 강연자가 장외시장 주식이 상장된다는 거짓정보를 흘려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가 소위 먹튀를 한 경우가 있었다. 이때 강연자를 출연시킨 증권방송 역시 몰랐다며 발빼기에 나서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분 뚜렷한 실적 개선이나 호재성 재료가 없는데도 믿을 만한 루트가 아닌 곳에서 매수 추천이 이어지면 이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관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어 보다 안전하나 크고 작은 유사투자자문사 등에서 피해가 잇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