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정권 집권3년차가 검찰발 사정정국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역대 정권과는 달리 ‘국면전환’을 위한 인위적인 사정정국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며 고강도 사정한파가 불고 있다. 그 대상도 전 정권 수장부터 친인척 그리고 측근 세력뿐만 아니라 정권에 빌붙어 특혜를 받거나 비리 의혹이 있는 기업인 그리고 고위 공무원 등 다양하다. 대검 중수부 대신 사정 칼춤은 중앙지검 특수부가 맡았다. 바야흐로 박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이해 대한민국 정재계와 고위 공직자들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ㆍ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정국을 맞이해 이불 속에서 꼭꼭 숨어 있는 형국이다.
- 정권 비토세력 겨냥…‘먼지털이’ 수사?
- 이상득·박영준 등 자원외교 5인방 ‘주시’

MB 턱밑까지 겨누는 검찰 칼날
검찰은 지난주부터 박모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과 박모 베트남사업단장 등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실무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이미 지난 13일에는 포스코 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정 전 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을 출국 금지해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은 30개였던 포스코 계열사가 정 전 회장이 취임 3년 후에는 70개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배경에도 정권 실세와 포스코와의 유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또한 검찰이 살펴보고 있는 SK건설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하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앞서 공정위는 새만금방수제 건설 공사 담합을 이이유로 SK건설에게 과징금 22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또 검찰은 방산비리 의혹 사건 관련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구속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승승장구한 게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7년 이후라는 점에서 역시 전 정권 인사들이 줄줄이 엮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사기’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 사업을 중개하면서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500억원을 부풀린 뒤 연구 개발은 하지 않고 외국 방산업체로부터 싸구려 장비를 납품해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다.
특히 검찰은 일광공영이 지난 2007년 SK C&C와 체결한 업무협약서에 주목하고 있다. 방위산업청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의 도입을 결정한 것은 2009년 4월인데 일광공영은 이미 1년4개월전 계약을 기정사실화하고 SK C&C에 재하청을 요구하는 협약서를 제안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회장이 당시 군 고위층과 정치권 등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여 사업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SK C&C에서 상무를 지낸 권 아무개 예비역 공군 준장을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구속시켰다. 권 준장은 지난해 일광공영의 자회사에 고문으로 취업해 현재도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렇게 챙긴 돈을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자원외교 관련 검찰 수사도 활기를 띠고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 2006년 한국석유공사와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법적으로 사업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가 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을 속이고 사업비를 착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MB맨’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하면서 사정의 칼날이 전 정권을 향해 정조준됐다.
전 정권 타깃, ‘개헌’, ‘공천’ 다 안돼?!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등이 참여한 한국컨소시엄은 MB정권 때 캄차카 석유광구탐사 사업에 3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유야무야됐다. 또한 경남 기업은 2008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벌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자원외교 특혜 의혹 사건에 경남 기업은 검찰의 첫 타깃이 됐다. 하지만 MB정권 당시 세계 각지의 자원외교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너지, 공기업들의 배임 의혹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자원외교 관련 수사는 MB정권 자원외교 5인방(이명박·이상득·박영준·최경환.윤상직)의 거취와 연관돼 있어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MB정권에서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친이계로 분류되고 앞서 배임 혐의로 고발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야권은 이 전 대통령이 수사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친형인 이 전 의원은 특사 자격으로 볼리비아, 나미비아 등을 방문하면서 자원외교를 주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고 자원외교 실패에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두 사람은 MB정권에서 자원외교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 장관과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각각 지냈기 때문이다. 최 장관은 해외자원 개발의 플랜을 세웠고 윤 장관은 청와대와 정부를 연결하는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부총리는 자원외교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관여 의혹을 받고 있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이완구 총리가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이번 검찰발 사정정국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MB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이에 ‘함께 내일로’ 친이계 인사들이 지난 19일 여의도 중식당에서 ‘전 정권 인사 죽이기’라며 항의성 회동을 예고했다가 취소하는 등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을 함께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혀 공천 살생부로 삼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공천 살생부 벌써 들먹 국면전환 의도
그러나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게 사정카드라는 점에서 강도는 더 세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경기 침체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협조요청에도 꿈쩍하지 않고 공직사회는 공무원연금개혁 추진으로 현정권에 대한 반발심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친이계 인사들은 ‘개헌’통해 현정권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발 사정정국은 일거에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손쉬운 카드라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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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