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發 재계수사 어디까지…
이완구發 재계수사 어디까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3-23 11:21
  • 승인 2015.03.23 11:21
  • 호수 1090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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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회사도? “나 떨고 있니”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가 ‘초긴장 모드’를 넘어 극도로 예민한 상황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검찰발 재계 수사소식이 알려지고 있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비리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또 한 건의 대형 기업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소문도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다. “입 안이 바짝 마르고 있다”는 대관업무 직원들의 하소연이 이해될 정도다.

19일 현재까지 검찰은 SK건설과 동부그룹, 신세계, 경남기업, 석유공사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며 증권가에선 이들 외에 또 다른 기업도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포스코·동부·SK건설 비리 포착…다음 타깃은
기업들“수사 진행 지켜볼 뿐…문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오랫동안 쌓인 부정부패 등 각종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경제 살리기에서 우리가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며 “국방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 겹겹이 쌓인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방위산업 비리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시작된 사정 당국의 수사가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 대한 고강도 사정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정치권과 재계는 받아들인다.

또한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검찰의 발빠른 수사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정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재계의 한 원로는 “그동안 정부는 재벌총수의 사면카드를 만지며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자는 방침을 세우고 초강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미 포스코에 이어 신세계와 동부 외 여타 기업에 대한 수사소식이 이를 입증한다.

전방위 동시다발 사정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신세계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 일가는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를 현금화해 물품 대금 거래에 사용하지 않고 총수 일가 계좌에 일부 입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최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김 회장이 그룹 계열사와 투자 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유용해 이 중 일부를 자녀들에게 떼어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하루 앞선 16일에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이후 처음으로 고발권을 행사, SK건설을 담합 혐의로 고발케 한 사건도 이 부서에 배당돼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SK사건은 지난해 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이후 1년여 만에 검찰이 고발권을 행사하면서 갑작스레 첫 타자로 도마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부서별로 배당된 사건일 뿐 큰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특수 수사의 특성상 갑작스런 강제 수사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경남기업 석유공사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조사가 진행중이거나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관계기관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이렇다보니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심상찮은 최근의 감독·사정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보수집에 정신이 없다.
다음 표적이 A그룹이고 이미 B그룹에 대해선 내사가 진행 중이며 C그룹 총수에 대해선 소환이 시간문제라는 등 불확실한 소문과 정보가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 사이에서 넘쳐나고 있다.
오래전부터 기업 대관업무 관계자들 사이에선 “포스코 수사는 사실상 대기업 수사의 신호탄”이며 “어디로 칼끝이 향할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기도 하다.

집권 3년차 증후군?

일각에선 집권 3년차 증후군을 의심한다. 청와대와 정부, 검찰이 손발을 맞춰 사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 정부마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면 정권 장악력 약화에 따라 검찰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기업 옥죄기에 나서고 그 칼날을 전 정부로 향하게끔 해서 현 정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치적 포석이 깔린 계산된 행동이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재계 한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하는 게 맞지만, 현재 상황은 ‘짜인 각본’이 있는 것처럼 광범위하게 기업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포스코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전 정부의 실세들이 연루돼 그런 억측이 나오는데, 정치적 의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공공뿐 아니라 민간 대기업도 낡은 비즈니스 관행을 고쳐보자는 것”이라며 “이는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추자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검찰의 사정칼날이 거세지자 기업 오너들의 줄소환이 재연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2013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초 사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횡령 배임 사건을 시작으로 효성·동양·KT·STX·웅진 등 기업 오너 수사가 줄을 이었고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후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해 ‘환부 도려내기식 기업 수사’를 강조하면서 잠시 기업 수사는 주춤했다. 하지만 주춤한 사이 재정비라도 한 듯 칼날이 더 매서워짐에 따라 재계가 또다시 바짝 긴장한 상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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