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측근그룹 “정치적 타격 너무 커” 불출마 입장 고수
학계·시민단체 “세 확산 기폭제 될 수 있다” 출마 종용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국민모임이 정동영 전 장관의 서울 관악을 출마 여부를 놓고 내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모임 인사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출마를 종용하면서 ‘정동영, 서울 관악을 출마설’은 정가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을 비롯해 측근그룹들은 이에 부정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인지 국민모임에서는 공개적으로 ‘정동영, 서울 관악을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정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잃는 것보다 국민모임이 얻을 게 더 많다’는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야만 4월 재보선에서 한 석이라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모임이 야권 재편에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장관과 측근그룹과 국민모임 내 학계, 시민단체 출신 간의 내부 분열이 일고 있다. 그 내막을 따라가 봤다.
정동영 전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설이 제기될 때만하더라도 서울 관악을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정 전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은 물론 측근들 사이에서였다. 이들은 국민모임에 합류, 야권 재편을 통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정 전 장관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3자 구도를 가더라도 정 전 장관이 출마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실제 2012년 4·11 총선의 서울 관악을에서는 3자 대결구도가 이뤄졌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33.38%를 얻었고,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와 김희철 무소속 후보는 각각 38.24%, 28.47%을 기록했다. 나머지 3분의 2를 놓고 야권 후보가 경쟁하는 만큼 인지도가 높은 정 전 장관이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는 순간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 탈당과 함께 4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 탈당 선언과 함께 “4월 재보선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국민모임 내부에서도 ‘정동영의 국민모임이 아닌 국민모임 속에 정동영이 있다’며 정 전 장관의 4월 재보선에 부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서울 관악을 출마설’은 하나의 설에 불과, 점차적으로 소멸되는 듯했다.
뒤풀이 자리에서
출마 요구 봇물
꺼져가던 ‘정동영, 서울 관악을 출마설’ 불씨를 다시 살린 것은 정 전 장관의 측근그룹이 아닌 국민모임 내 학계와 시민단체 출신들이다. 국민모임 인사들 중 일부는 정 전 장관과 접촉,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모임 내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 측근그룹인 임종인, 최규식 전 의원 등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그 외에 인사들은 정 전 장관이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정 전 장관과 한 번 마주쳤을 때도 재보선에 출마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국민모임 관계자들은 야권 재편을 위하는 것이라며 정 전 장관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등 인재영입이 실패함에 따라 자칫 국민모임이 창당도 하기 전에 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 전 장관 측근그룹에서는 출마를 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국민모임이 창당도 하기 전에 동력을 상실, 탄력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국민모임 김세균 상임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서 정 전 장관이 관악 을의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기를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다”며 “정 전 장관은 고사하고 있지만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공론화를 시작했다.
이어 “국민모임 발전을 위해 스스로 밀알이 되겠다고 했기 때문에, 관악을 후보에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이 밀알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모임 한 관계자도 “정 전 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을 넘어 새로운 큰 길을 만들라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모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 내부에서도 정 전 장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을 하는 이들이 많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이제는 국민모임을 위해 정 전 장관이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이 출마에 당선된다면 국민모임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갈 뿐 아니라 야당에서 말하는 ‘야권 분열’이 아닌 ‘야권 재편’이 실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8일 국민모임 내 회의가 끝난 뒤 뒤풀이 자리가 마련됐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을 뿐 아니라 국민모임이 살 길은 정 전 장관이 출마해, 야권 재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들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새정치연합 후보로 나서는 정태호 지역위원장은 참여정부 대변인 출신이다. 문재인 대표 체제와 친노에 대한 반감을 증명하기 위해선 정 전 장관이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불출마” 의사 확고에
“이대로 죽자는 거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장관은 한결같이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불출마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이와는 별도로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는 요청을 받을 때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모임 내부에서는 출마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고, 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국민모임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국민모임 한 관계자는 “야권 재편을 추진하기도 전에 끝이 날수도 있다”며 “지금은 국민모임이 재보선에서 한 석을 얻지 못하면 정 전 장관 역시 정치적 생명이 끝이 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 전 장관이 출마에 당선이 되거나 의미있는 득표율을 얻을 수 있다면 국민모임이 세 확산에 도움이 된다. 이는 야권 재편이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정 전 장관의 정치적 타격도 있지만 국민모임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다. 그런데도 정 전 장관은 여전히 불출마를 고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급기야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모임 한 관계자는 “제3지대 신당을 창당도 하기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인사들이 출마하는 것보다 인지도가 높은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을 위해 앞장 서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출마 명분까지 모두 만들어진 상황에서 나가지 않은 것은 국민모임을 위해 희생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럴 바에야 국민모임에 참여하지를 말거나 이참에 국민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정배 국민모임
합류 및 당권도전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은 정치적 타격이 크다는 이유로 이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모임 내부에서는 제3지대 신당 창당도 하기 전에 정 전 장관 출마 여부를 놓고 내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정 전 장관 측근그룹은 정치적 타격을 이유 불출마를, 학계와 시민단체 그룹은 국민모임이 얻을 것이 더 많은 만큼 정 전 장관의 희생을 요구하고 잇는 셈이다.
한편, 국민모임 내부에서 정동영 출마 종용을 천정배 전 의원의 광주 서구을 무소속 출마와 연관짓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국민모임이 광주 서구을에 천 전 장관을 지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표 분산을 막겠다는 것.
따라서 국민모임 내부에서는 천 전 의원과 정 전 장관이 당선되면 ‘천-정 연대’를 통해 야권 재편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천 전 의원이 광주 서구을에 당선되면 국민모임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천 전 장관이 호남에서 당선되면 국민모임 당대표를 노려 20대 총선에서 국민모임과 함께 호남발 야권 재편을 노릴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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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