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이완구 총리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지만 ‘부정부패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면서 ‘책임총리’의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면서 ‘충청대망론’의 선봉에 섰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이던 이완구 총리를 발탁했을 때부터 ‘김무성 대항마’를 띄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정치적 세력을 확산해 나가는 충청 출신인 이 총리를 ‘포스트 박근혜’로 키울 뜻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박 대통령이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를 이 총리에게 맡긴 일도 밀어주기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 그런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3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다.(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 대상. 표본오차 95%에 신뢰 수준 ±2.0% 포인트)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총리는 8.0%를 기록해 단숨에 4위 자리를 꿰찼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24.0%),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8%), 박원순 서울시장(10.3%)에게는 뒤졌지만 안철수 의원(7.4%)을 제쳤다.
특히 한 때 돌풍을 일으키며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의원보다 지지율이 앞섰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김무성 대표 외에 뚜렷한 주자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총리가 불과 2.8% 포인트 차이로 김 대표를 따라붙은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 총리를 중심으로 충청권, 친박계가 총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도 이 총리에게 크고 작은 역할을 잇달아 맡기며 힘을 줄어주면 지지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
반면, 김 대표는 최근 친박계의 협공을 받고 있는데다, 유승민 원내대표 마저 ‘사드’ 등과 관련해 독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경찰 간부 경력이 있는 이 총리에게 맡긴 첫 임무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이다. 이 전쟁에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도 포함된다. 마침 이 총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악연도 있다.
이 총리는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맞붙은 세종시 파동 때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도지사직을 던졌다. 이 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지만 이명박 정부에는 미운털이 박혔다.
이 총리는 이후 MB 정부의 사정 표적이 됐다고 한다. 혈액암을 앓은 적이 있는 이 총리는 사석에서 “사찰 탓에 내가 병에 걸렸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MB 정부 사정의 희생자가 지금은 처지가 바뀌어 MB 정부 사람들을 겨냥한 사정의 칼을 쥐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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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