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신규광고 표절 논란
PAT 신규광고 표절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3-23 09:45
  • 승인 2015.03.23 09:45
  • 호수 1091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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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선포해놓고 에비앙 CF 콘셉트와 비슷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평안엘엔씨(대표 김형건·조재훈) 대표 의류브랜드 피에이티(PAT)의 신규 광고가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전문 광고인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PAT의 신규 광고가 프랑스 생수업체인 에비앙의 광고 콘셉트와 거의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PAT가 앞서 리뉴얼 선포식에서 ‘브랜드 네이밍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고 했던 만큼 “바꿨다는 것이 베꼈다는 뜻이었냐”는 비판도 파다하다. 표절 논란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놓고 베낀 작품” 
               vs
“표절 아닌 패러디…제2의 창작이다”
 
평안엘앤씨는 표절 논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6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PAT 브랜드 리뉴얼 선포식’을 가진 바 있다. 전국 대리점주와 협력업체 및 본사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해 대대적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PAT는 1년간의 리뉴얼 작업의 성과를 선보였다. 
 
더불어 김현태 PAT 홍보부장은 “지금까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가두 캐주얼 은 너무 어덜트한 제품 일색이었다. 1년간의 시장조사와 중장기 성장 계획을 마련하면서 브랜드 네이밍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고 당당하게 선포했다. 
 
그러나 PAT의 당당함은 새출발을 알리는 신규 광고가 공개되자 무참히 퇴색해버렸다. 리뉴얼을 공포하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타 브랜드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광고는 배우 이동욱과 세계적 탑모델 아리조나 뮤즈를 모델로 내세운 ‘2015 S/S 시즌 광고’다. 광고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배우 이동욱이 생수병을 들고 길을 걷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 이동욱은 우연히 PAT 매장 쇼윈도에 비친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자신과 똑같은 복장을 입은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쇼윈도 속 아이는 이동욱의 몸짓까지 똑같이 따라한다. 
 
이어 흥미를 느낀 이동욱은 춤을 추기 시작하고 쇼윈도의 아이도 그대로 춤을 따라해 익살스러운 모습을 자아낸다. 그리고 PAT 매장에서 아리조나 뮤즈가 나오고 그 역시 쇼윈도에 비친 여자 아이를 발견, 똑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 때 광고의 카피 문구로 “젊어 보이는 내가 아니다”,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는 ‘PAT 옷을 입으면, 젊어 보이는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가 된 듯 젊어진다’로 해석된다. 
 
그런데 참신해 보이기만 하던 PAT의 광고는 사실 광고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광고와 매우 흡사해 질타를 받는다. 상당수가 PAT 광고는 프랑스의 고급 생수브랜드 ‘에비앙’이 2013년 발표한 ‘BABY&ME’ 광고와 똑같다는 반응이다. 
 
원작으로 지목된 BABY&ME 광고에서도 PAT 광고와 마찬가지로 길을 걷던 남성 모델이 쇼윈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이 아이가 된 것을 보고 춤을 춘다. 이후 젊은 여성과 또 다른 사람들이 등장해 다같이 춤을 추는 모습도 PAT 광고와 일치한다. 
 
막바지 에비앙 생수가 등장하면서 젊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조차 같다. 상품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따라했냐’, ‘따라하지 않았냐’ 등을 놓고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아이디어부터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똑같다”고 못을 박았다. 
 
표절 논란에 대해선 “아직까지 표절과 관련돼 정확한 규정이나 법률이 모자라다고 생각한다”면서 “보통의 경우 ‘유사한 것은 인정하지만 대놓고 표절한 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가는데 PAT는 너무 유사한 부분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 타격 불가피 
 
상황이 이러니 만약 표절이 아니라고 판명된다 하더라도 평안엘앤씨는 이번 PAT 광고 표절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기와 의혹의 근거들이 PAT 입장에선 너무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절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PAT 측은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P.A.T 측은 “에비앙 광고를 확인했고 표절 논란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광고를 직접 제작한 광고대행사 모스 측은 ‘표절’이 아닌 ‘패러디’라고 해명했다. 모스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에비앙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 패러디할 목적이었다”면서 “이동욱이 에비앙 생수를 들고 나오지 않냐. 대놓고 패러디를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패러디와 표절의 차이를 묻는 질문엔 “패러디는 원작자의 허락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제2의 창작물로 인정받는다”면서 “표절이라는 범주로 규정하기에 PAT 광고는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안엘앤씨는 1947년 설립돼 캐주얼 브랜드 PAT를 비롯해 네파, 엘르 골프 등을 선보인 패션업체다. 이후 2012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와 엘르골프 등을 잇달아 분리하고 PAT만 주력 브랜드로 삼았다. 
 
전성기를 이끌었던 3세 경영인 김형섭 전 부회장은 2013년 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최대주주로서 자격만 유지하고 있다. 김형섭 전 부회장은 퇴직금 160억 원과 연봉 27억 7600만 원을 합쳐 총 187억7600만 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김형섭 전 부회장의 동생인 김형건 사장과 전문경영인 출신 조재훈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을 선포하기 전, 회사 구조와 경영진도 새롭게 구축한 셈이다. 설립 68주년을 맞이한 평안엘엔씨가 자신들의 바람처럼 새로운 경영진과 새로운 성장 계획으로 표절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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