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눈속임 할인의 비밀
대형마트 눈속임 할인의 비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3-23 09:41
  • 승인 2015.03.23 09:41
  • 호수 1090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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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지나도 값 그대로…“파격 아니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국내 대형마트 할인의 실상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할인행사 상품 중 상당수가 할인 기간이 지나도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파격할인’, ‘반값할인’, ‘오늘 단 하루’, ‘7일간 이 가격’ 등은 이름과는 달리 파격이 아닌 셈이다.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장 전체에 불신이 도래했다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신은 최근 국내 대형마트들의 실시간 가격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신감 느껴” vs 그럴 줄 알았다”…반응 제각각
   공정위 “수시 점검 착수 할 것”…형사고발도 검토

국내 대형마트들이 말하는 ‘파격적인’ 할인이 실제로는 과장된 마케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설날을 앞두고 ‘최대 반값’ 설맞이용품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상품에 포함된 해표식용유는 평소보다 3.1% 할인된 가격인 5700원에 판매됐다. 그러다 설 이후에는 6950원에 팔았다.

문제는 L당 가격으로 따졌을 때, 설 이후 가격이 더 싸졌다는 점이다. 설맞이 용품 할인 행사 당시에는 1.8L 상품을 팔았고, 이후에는 0.5L가 더해진 2.3L 상품을 팔았기 때문에 L당 가격이 3167원에서 3022원으로 오히려 싸졌다.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3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올해 설 명절 할인가격 조사 결과 명절 할인 기간에 책정된 가격이 평소보다 더 비쌌다.

이마트는 20개 중 7개가, 롯데마트는 18개 중 4개의 상품이 설 이후 가격이 같거나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13개 중 2개가 설 이후 가격이 같거나 내려갔다.

파격 할인을 내세운 설 행사 상품이 실제로는 과장된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특정 행사뿐만 아니라 ‘오늘 단 하루’, ‘7일간 이 가격’ 등의 문구로 열리는 할인 행사도 과장된 마케팅으로 드러났다. 한정된 기간만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일도, 7일이 지나도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할인행사에 포함된 신선·냉동식품, 과일, 야채 등도 행사가 끝난 뒤에도 상당수 할인된 가격과 똑같거나 더 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 매장은 할인품목이었던 신선·냉동식품 37개 가운데 12개가 할인 적용이 끝난 뒤에도 가격이 똑같거나 더 싸졌다. 이후 할인품목이 43개 항목으로 늘어났을 때에도 이 중 10개가 가격이 그대로거나 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민물장어(100g·5700원), 깻잎(1봉지·880원), 수박(1만4900원), 사과(1봉·8900원), 키위(1팩·6980원) 등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신뢰 잃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할인된 가격으로 싸게 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착각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다. 소비자 A씨는 “마트 전단지들을 보면 올 때마다 가장 큰 혜택을 준다던지, 연중 최저가라는 문구가 써 있다”면서 “전단지를 보면 무슨 1년 내내 연중 최저가로 파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결제되는 금액을 보면 할인이 된 건지 체감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일각에서는 “눈속임 마케팅으로 잃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품은 불신이 유통업체와 시장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신은 국내 대형마트들의 실시간 가격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들은 상시할인에 들어갔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이 정체되자 고객 붙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상시할인은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10~30% 상시 할인’ 선포를 시작으로 업계 전체에 번지고 있다. 상시할인을 시작한 뒤 업계 1, 2위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표를 바꾸느라 분주하다. 실시간 가격 전쟁이 붙은 것이다.

일례로 홈플러스는 100g에 7680원을 받던 한우 1등급 등심 가격을 지난 12일부터 4600원에 판다고 광고와 전단 등을 통해 밝혔다.

이후 이마트는 신용카드 결제로 30% 할인받았을 때의 가격인 4760원보다 160원 싸게 한우 1등급 등심 가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홈플러스는 4320원으로 가격을 한 번 더 내렸다. 또 500개 주요 신선식품 가격을 현재 시세보다 10~30% 할인해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지점에서 호주산 구이용 소고기 특정 부위를 국내산 냉장 삼겹살 판매가격보다 13.8% 저렴한 수준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 B씨는 “상시할인도 말뿐인 할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대형마트에서 1+1으로 팔고 있는 상품들만 봐도 거의 1년 내내 1+1으로 판매되고 있던데, 상시할인 품목도 알고 보면 원래 그 가격에 파는 상품인데 더 할인해주는 것처럼 속이는 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할인 행사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며 “하나의 할인 행사가 끝난 다음에 또 다른 행사가 열리고,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이 유지되기도 해서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늘 단 하루 등의 문구를 사용해놓고 같은 가격을 유지한 것은 잘못됐지만 해당 상품이 또 다른 할인행사 항목에 포함되거나 경쟁업체의 가격에 대응한 경우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형마트 할인꼼수 논란이 일어나자 “수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대형마트가 행사 기간이 지나도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사실을 은폐했을 경우, 시정명령 또는 과태료 및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형사 고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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