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소설가 김훈의 단편 ‘화장’이 스크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소설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화장’의 연출을 맡은 임권택 감독은 “소설의 내용이 흔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화한 계기를 설명했다.
소설의 영화화는 대중에게 낯설지 않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인터넷 소설, 웹툰을 넘어 순문학까지 확장됐다. 탄탄한 작품성으로 영화가 흥행하자 이를 본 관객들이 역으로 원작을 읽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최근엔 영화화된 원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스크린셀러’ 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소설의 영화화가 빈번해지면서 원작소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시작으로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박현웅의 ‘아내가 결혼했다’, 김려령의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박범신의 ‘은교’, 천명관의 ‘고령화가족’,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 홍부용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이 동명의 영화로 개봉했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는 ‘밀양’으로, 박상연의 'DMZ'는 ‘공동경비구역 JSA'로,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 ‘노서아 가비’는 각각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과 ‘가비’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소재원의 ‘나는 텐프로였다’는 ‘비스티 보이즈’로 관객을 찾았다.
영화 개봉을 앞둔 작품도 적지 않다. 정유정의 ‘7년의 밤’, ‘나의 절친 악당들’과 이혜린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동명의 영화로 개봉될 예정이다. 박태상의 ‘진채선, 사랑의 향기’는 ‘도리화가’로, 김탁환과 이원태 PD의 공저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조선 마술사’로 이름을 바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소재원의 ‘그 날’, 박성경의 ‘쉬운 여자’, 정다미의 ‘공중그녀’, 이재익의 ‘심야버스괴담’ 등은 영화화 판권 계약이 체결된 작품이다.
소설의 영화화가 빈번해질수록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다양한 소재를 얻고, 작품의 청사진이 되는 원작이 있다는 큰 장점으로 꼽힌다. 원작이 스토리 면에서 ‘탄탄하다’는 느낌을 줘 영화의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원작과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나아가 작가의 원작 저작권이 보호된다는 이점도 크다.
반면 원작의 본질을 호도하고, 깊이 없는 흥미위주의 서사 진행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 진부한 소재로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등 경우도 더러 있다. 원작에만 의지한 채 다른 요소들을 외면해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한 작품도 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책이 영화화돼 대중에게 인식되면 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진다”며 “그렇게 된다면 출판과 영화 모두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화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원작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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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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